♣ 소대가리보다 소머리가 맛있을까
얼큰한 국물에 밥 한 그릇 말아먹자고 했다. 바로 곤지암 소머리국밥 이야기가 나온다. 얼큰한 국물이 소머리국밥으로 나아갔다. 뜬금없이 소머리국밥은 곤지암이란다. 직장인들에겐 자기만 아는 맛집이 꼭 한두 곳은 있다. 곤지암 골목에 유명한 소머리국밥집이 있나 보다.
어느 날 밥 먹다 친구가 말한다. 소머리국밥이 맞아? 소대가리국밥 아냐? 동물은 머리가 아니라 대가리가 맞지 않나. 별생각 없이 사는 나와는 달리 친구는 궁금한 게 많다. 국밥이 맛만 좋으면 되지 머리면 어떻고 대가리면 어떤가.
이럴 때 참 난감하다. 명색이 교열기자인지라 어색한 우리말만 나오면 나에게 묻는다. 대가리와 머리를 구분하지 못해서 그런 게 아니다. 사전에 있는 말과 일상에서 쓰는 말이 다른 경우가 많아서다. 게다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오는 말은 사전에 기대어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이제는 오히려 소대가리국밥이라고 하면 뭔가 어색하다. 머리는 사람의 신체 부위를 이르는 말이다. 대가리는 동물의 머리를 가리킨다. 사람의 머리를 속되게 이르거나 비하할 때도 쓴다. 사람에게 대가리 어쩌고저쩌고하면 욕이 된다. 이렇게 따지고 들면 소대가리국밥이 맞다.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동물이라고 다 대가리를 쓰지 않는다. 소머리국밥이고 돼지 머릿고기다. 소나 돼지는 소머리, 돼지머리가 훨씬 자연스럽다. 특히나 사람이 먹는 음식엔 비하하거나 거친 표현을 피하려고 든다. 대가리고기라 하지 않고 머릿고기라 하듯 자연스레 소머리국밥이라 한다.
요즘은 머리와 대가리의 경계가 더 모호하다. 파 머리에 못 머리도 나온다. 방송에서 생선 대가리라 하면 생선 머리라고 자막을 달아준다. 비하하거나 욕할 땐 대가리, 실물을 가리키거나 중립적인 뜻일 땐 머리로 의미가 양분되는 듯하다. 현실과 소통하려는 노력일까. 머리 설명에 동물이 추가되고 소머리와 돼지머리가 사전 속에 자리를 꿰차고 들어앉았다. 다 표준어가 되었다. 그러고 보면 음식을 앞에 두고 이것저것 따지는 건 부질없다. 그 시간에 고기 한 점 더 먹는 게 낫겠다.
김선경 교열부 선임기자
※출처: 경향신문 오피니언 [한입 우리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