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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당신의 손안 세상은

작성자花郞 박근수|작성시간26.06.15|조회수14 목록 댓글 0

♣ 당신의 손안 세상은

 

 

남자는 아내 편이었다. 할머니 편도, 어머니 편도 아닌 아내 편. 순수하고 듬직하고 사랑이 넘치는 남자. 그 남자는 아내만큼이나 자식도 푸지게 사랑했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양관식 이야기다. 관식의 손은 검고 거칠고 검지가 휘었다. 제주의 돌 현무암처럼. 손 때문일까. 그의 악수는 별났다. 한 손을 받쳐 사돈 될 사람의 손을 잡았다. 애써 웃으며 휜 손가락을 가렸다. 그토록 공손한 손을 비웃은 사람은 뒤틀렸고 천박했다. 딸이 결혼을 깬 건 당연했다.

 

손에는 그이의 삶이 묻어있다. 어부의 손에선 바다가 비릿하게 일렁인다. 농사짓는 손엔 흙빛이 돈다. 광부의 손톱 밑에선 탄가루가 막장처럼 흘러내린다. 삶의 순간순간을 부여잡은 손. 그 손이 머리고 가슴이고 발이다. 독일 철학자 칸트가 “손은 눈에 보이는 뇌”라고 말한 이유일 것이다.

 

우리말엔 ‘손’이 들어간 표현이 참 많다. 손, 그 이상의 뜻에서 선조들의 해학과 풍자를 만날 수 있다. ‘손을 구하다, 손이 달리다, 손이 모자라다’처럼. 이때의 손은 일손으로, 일하는 사람을 말한다. 누구나 일이 손에 익어 솜씨가 늘면 손이 재빨라지고 손이 시원스러워진다. 일하다 힘에 부칠 땐 잠시 손을 놓아 쉬어야 한다.

 

살다 보면 ‘손을 벌리는’ 상황에 맞닥뜨리기도 한다. 돈이 필요해 가족, 친척, 동료, 친구한테 부탁하는 모습을 그린 표현이다. 누구나 하기 싫지만, 특히 늙은 부모는 자식한테 손 벌리기가 죽기보다 싫을 게다. 그런 부모 마음을 이용해 노인들 돈에 ‘손대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자식들한테 손 벌리기 힘드시죠?” 이 한마디에 넘어갔다니, 마음이 답답하고 쓰리다.

 

‘손대다’는 주로 나쁜 행위에 어울린다. 남의 재물을 불법으로 가지거나 쓸 때, 누군가를 때릴 때, 원치 않는 성적 행위를 할 때 “손을 댔다”고 표현한다. 하나같이 함부로 손을 대면 안 되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소중한 것들에 손을 댄 자는 몹시 나쁜 놈이다. 물론 시나 소설 등 원고를 고치거나 매만지는 ‘손대다’는 칭찬받을 일이다.

 

손이 만들어낸 고운 말도 불러 봐야겠다. 손가늠 손길 손나발 손대중 손때 손맛 손버릇 손사래 손아귀 손재주 손짓…. 어디 이뿐인가. 표준말에 오르지 않은 손바심, 손기척도 살려 쓸 우리 토박이말이다.

 

내 남편은 늘 어머니 편이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불안한 눈빛을 보인 이유다. 실은, 나도 시어머니 편이었다. 서른일곱에 남편을 여의고 홀로 육남매를 키워낸 어머니가 존경스러웠다. 시어머니는 별이 되었다. 이젠 남편과 손잡을 차례다. 댁네 분위기는 어떤가요.

 

노경아 교열팀장

 

※출처: 한국일보 오피니언 [달곰한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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