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용산에 올라/양인자
묵묵한 세월 다독여진 산길을
어느 누구 마다하지 않고 내어주는
그 길을 올라본다
마음 맞는 사람 있어
앞서거니 뒤서거니
손잡아주지 않아도
당기는 둣 이끌려 간다
숨 가쁜 오름 길을 올랐다
어김없이 내려가는 길 옆으로
감태나무 녹슨 잎은
못내 아쉬운 듯 겨울을 가두어
떨어지지 않아도
엊그제 내린 비로
풍성해진 계곡 물소리는
청량하게 내달으며
주변의 생명들을 깨운다
수원지 다리 밑 물가엔
색 고운 잉어 떼가
한가로이 비단 물결 일렁이니
아무런 해함 없는 이곳이
천상이라 말하는가
한 바퀴 돌아서 숨 고르는 그 자리
소박한 간식 차려 놓고
도란도란 나눔 할때
어느새 그때 보았든 한 마리 왜가리
고고히 내려앉아
햇살 담은 은 물결 모른 채
그 고귀한 기품에 빠져
그와 약속을 한 듯
나를 올곧게 만든다
그 누구를 만난다는 것은
나를 물들이는 것이었다
한 구비 너머길엔
누구의 손길인가
부엉이 방귀 솟대 세웠더니
부지런한 발길 멈춰
정갈하게 쉬게 하니
그 또한 귀하여라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는 계절 구분하지 않고
나를 부르는 팔용산은
일상의 익숙함에서 벗어나
일을 덜어 한가함을 가르친다`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