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겨진 하늘은 묵은 얘기책을 편듯
돌담울이 고성같이 둘러싼 산 기슭
박쥐 나래 밑에 황혼이 묻혀오면
초가 집집마다 호롱불이 켜지고
고향을 그린 묵화 한 폭 좀이 쳐,
띄엄띄엄 보이는 그림 조각은
앞밭에 보리밭을 말매나물 캐러간
가시내는 가시내와 종달새소리에 반해
빈바구니 차고 오긴 너무도 부끄러워
술레짠 두빰 위에 모매꽃이 피었고
그네줄에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더니
앞냇강에 씨레나무 밀려내리면
젊은이는 젊은이와 뗏목을 타고
돈벌러 항구로 흘러간 몇달에
서릿발 잎져도 못 오면 바람이 분다.
피로 가꾼 이삭에 참새로 날라가고
곰처럼 어린놈이 북극을 꿈꾸는데
늙은이는 늙은이와 싸우는 입김도
벽에 서려 성애 끼는 한 겨울 밤은
동리의 밀고자인 강물조차 얼어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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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의 암울한 시절,
황폐한 고향의 분위기와 빈 바구니로 돌아오는 동네 처녀들의 모습
돈 벌이하러 떠나는 청년들, 그리고 고향을 떠나는 꿈을 꾸는 꼬마들의 현실.....
생소한 단어라서 검색해서 정리해 봅니다.
돌담울(돌담의 울타리)
술레짠(상기된)
모매꽃(매꽃)
씨레나무(홍수가 나서 쓸려 내리는 나무).
고향은 언제나 아련한 추억과
아쉬움, 그리움으로 점철되어 있지요.
많이도 변해버린 고향,
마음속에 각인 된 고향이 진정한 고향의 모습이 아닌지.
논과 밭, 산을 오르내리며 뛰어 놀던....
초가지붕, 굴뚝의 연기,
쟁기질하는 소.
이랴 이랴 농부의 노래 같은 외침 소리
밤이면 풀벌레와 산새들이 합창하고
물소리에 잠이 들면
달빛이 내 얼굴을 감싸 주었던 고향이
오늘따라 몹시도 그립습니다.
=적토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