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은 풀을 이기지 못한다/민병도
숫돌에 낫 날 세워 웃자란 풀을 베어
속수무책으로 싹둑! 잘려서 쓰러지지만
그 낫이 삼천리 강토의 주인인 적 없었다
풀은 목이 잘려도 낫에 지지않습니다
목 타는 삼복 땡볕과 가을 밤 풀벌레 소리,
맨살을 파고든 칼바람에 울어본 까닭이다
퍼렇게 벼린 낫이여, 풀을 이기기지 못하느니
낫은 매번 이기고, 이겨서 자꾸 지고
언제나 풀은 지면서 이기기 때문이다
****민병도 시집 <고요의 헛간>(2023. 목언예원) 중에서
민병도 시인
197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조집 <들풀>,<고요의 헛간>등
*중앙시조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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