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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모음방

바지락이나 감자탕이나/마종기

작성자적토마(이장우)|작성시간22.03.23|조회수62 목록 댓글 0

떠나 산 지가 너무 오래되어서인가,

귀국하면 무슨 음식을 같이 먹을까

끌어주는 친구는 신기하고 드물어서

하늘이 잠시 문 열고 나와

햇살을 만 개쯤 뿌리는 것 같네.

 

아버지도 어머니도 멀리 가시고

한 이불 쓰던 동생도 벌써 떠났다.

같이 살다 죽자던 어린 날 단짝들도

하나둘 구름만 남기고 어디론지 가고

외롭다 할지, 춥고 허전하다 할지,

가을비 맞는 친구의 무덤가에 다시 섰다.

거기서는 잘들 모여 살고 있는 거냐.

 

감자탕의 감자는 식물성이 아니고

돼지의 척수를 이른다고 알려준 친구도

해장에는 바지락칼국수가 최고라며

소주 한전 털어 넣고 맑은 국물을 뜨는

친구들 입맛을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나는 바지락에는 겉절이가 제격이던데

이제는 나이 들어 당해내지도 못하면서

해장 소주 몇 잔에 눈물이나 참는,

 

바지락에 겉절이나 펄펄 끊는 감자탕이

의사인 내게는 어울리지 않는다지만

당신은 모른다. 벼랑 끝에서 참아낸

수많은 헛발질의 억울하고 매운 맛,

함께 굴러다니고 싶어 찾아 헤매던 맛,

얼큰하고 깊고 맵싸한 곳만 찾아다니는

나도 언제 한 번쯤은 모여 살 수 있을까.

아무래도 그런 건 다음 세상의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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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장기체류 후, 귀국하게 되면

가장 먼저 찾은 것이 아마 김치가 아니겠습니까?

 

요즈음이야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교포가 운용하는 한식당을 쉽게 찾을 수 있지만,

40년 전에는 한식당이 흔치 않았습니다.

 

마종기 시인님이 미국 생활에서 꿈에 그리던

고국에 도착하시어 먼저 하늘나라로 가신

부모님과 남동생 마종훈 씨를 그리워하는 모습과

가을비 내리는 무덤가에서 어린 시절 같이 놀던

친구들의 이름이 비석에 음각되어 바라보고 계시는

시인님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얼큰하고 매운맛이 어디 음식뿐이겠습니까?

인생에도 이런 맛이 있어야 맛을 이야기할 수 있지 않겠어요.

 

그리움!

그리워하면 눈이 선해집니다.

누군가 그리워하는 오늘 되시길 빕니다.

=적토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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