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골
인적이 닿지 않는 곳에
온종일 소나기가 내리퍼붓는다.
이윽한 밤늦게까지
온 마음이 시원하게
쿵, 쿵, 쿵, 쿵, 가슴을 헤치는 소리가 있다.
이것이 노래다.
산이 산을 부르는
아득한 곳에서
폭포의 우람한 목청은
다시 무엇을 부르는 노래인가
나는 듣는다.
깊은 산골짝
인적이 닿지 않는 곳에
억수로 퍼붓는 소나기 소리.
===[병든 서울] 오장환 시집 중에서===
인적 없는 깊은 산속을 걸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검정 고무신에 무명 바지, 까까머리의 꼬맹이가 산야를 누비던 고향에서
새집 찾기와 산딸기를 따먹기 위해 깊은 산속을 헤매었었고,
성인이 되어서는 중부 전선 깊은 산골짜기를 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길 잃은 소년은 사람이 나타나기를 바랬습니다만
성인이 되어 인적 없는 군사분계선 심산에서는
사람이 가장 두려운 존재였습니다.
소년 시절!
산중에 갑작스레 소나기가 내리면
동굴이나 큰 바위 밑에 앉아 비가 멈추기를 기다렸습니다.
동굴에서 듣는 빗소리는 유난히 크게 들렸으며,
두려움에 노래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울퉁불퉁한 동굴벽에 부딪혀서 되돌아오는 노랫소리는
나의 분신이 있는 듯, 똑같이 따라 했습니다.
비가 그친 후, 하산할 때에는 짙은 황토색 물줄기가
빠른 속도로 아래로 아래로 흘러갔지요.
비에 젖은 옷은 다리에 달라붙어 발걸음을 더디게 하였고,
한여름이었으나, 팔뚝에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추웠습니다.
오늘로 오장환 시인님의 [병든 서울]의 시를 접을까 합니다.
오장환 시인님의 불행하고 암울했던 시대가 아닌
지금 우리가 살고 있은 이 시대가 행복한 시절이 되고,
후손들에게도 [병든 서울]이 아닌 [건강한 대한민국]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태풍 5호 "송다"와 6호 "트라세"의 세력이 약화되었다고 하여도
여파로 비가 내린다는 예보입니다.
비가 먼지와 우리의 근심 걱정까지 다 씻어 주기를 바라면서..................
=적토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