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장옷을 길게 끌어
왼 마을을 희게 덮으며
나의 신부가
이 아침에 왔습니다.
사쁜사뿐 걸어
내 비위에 맞게 조용히 들어왔습니다.
오랜간만에
내 마음은
오늘 노래를 부릅니다
자, 잔들을 높이 드시오
빨간 포도주를
내가 철철 넘게 치겠소
이 좋은 아침
우리들은 다같이 아름다운 생각을 합시다
종도 꾸짖지 맙시다
애기들도 울리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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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다마 겨울이 되면 첫눈을 기다립니다.
첫눈이 오면 어디에 첫눈이 왔다고 합니다.
내가 사는 곳에 첫눈이 와야 실감을 하지요.
먼 곳 그저 사진이나 영상으로 보는 첫눈은
"아, 첫눈이 왔구나" 정도이지만,
내 눈에 첫 눈이 보이면
느끼는 감정은 다르지요.
아침에 일어나 문을 열었을 때
마당에 소복히 쌓인 눈을 보면 마치
다른 세상에 있는 착각을 하였지요.
눈길을 걸어 학교에 갈 때에는
뽀드득 뽀드득 소리와 발자국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나를 따라 왔지요.
우리집 "쫑"은 마을 어귀까지 따라와
학교에 잘 갔다오라며 긴 꼬리를 흔들던
고향의 겨울이 그립습니다.
내 고향 경기도 여주에는 겨울에 눈이 참 많이 왔지만,
한반도의 남쪽인 부산에는 눈을 보기가 어렵지만
가끔, 아주 가끔 눈이 옵니다.
눈을 보면 자연스럽게 초등학생이 되어
어느새 고향의 눈길을 걷고 있었지요.
앙상한 나무들이 하얀 옷을 입고 눈꽃을 들고 있는 모습은
그 어떤 그림보다도 아름다웠던 풍경이었습니다.
포근한 농촌의 인심과
곡선으로 이루어진 초가집,
길게 휘어진 마을의 길,
산 모퉁이를 휘도는 냇물,
사시사철 다양한 꽃들,
짙은 흙과 풀내음,
밤이면 달과 별이 밝게 빛나던 고향.
지금은 찾아 보기 어렵기 때문에
더욱 고향이 그리운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고향의 봄"이라는 동요가 참 좋습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리인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꽃동네 새 동네 나의 옛 고향
파란 들 남쪽에서 바람이 불면
냇가에 수양버들 춤추는 동네
그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리인 동네
그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무더운 여름, 첫눈을 생각하며
시원한 주말 되시길 빕니다.
=적토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