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백금자 일기]6월 4일 목요일-다행이고 다행이다-

작성자凡草|작성시간26.06.09|조회수28 목록 댓글 3

드디어 감자가 순백의 꽃을 피웠다.
감자는 종류에 따라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데. 내가 심은 감자는 세 종류로
각각 그 꽃의 색이 달랐다.

그래도 세 종류 중
토종 감자의 꽃이 흰색으로 가장 예쁘다.
이제 꽃이 피었으니 20일 정도 지나면 수확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요럴 때 내가 농부라서 너무나 행복하다.

그동안 100일을 계획하고
내 몸 돌보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무사히 100일을 채웠다.
그것을 기념하여 일단 삼겹살 파티를 하였다.
본래 나는 삼겹살을 너무나 좋아해서 적어도 3일에 한 번은 먹어야 했다.
하지만 삼겹살이 내 몸에 좋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고 나를 통제하였더니
100일 동안 한 번도 먹고 싶지 않았다.
나를 잘 통제할 수 있어서,
그것도 감사한 일이다.

또 피자도 좋아했지만 그것도 잘 참아서 100일 동안 잘 통제했다.
그렇게 저렇게
내 몸에 좋지 않은 것들을 먹지 않고
좋은 것을 골라 영양 성분을 따져가며
내 몸 관리를 했다.

지난주에 아들이 근무하는 병원에 가서 종합 검진을 했는데 모든 것이 건강하게 나왔다.
이번에 내가 느낀 것 내 몸을 위하여 공부해야하고
내 스스로 내 몸을 아껴줘야 하는 것 바로 그것이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 계속해서 산에 갔다.
작년에 만났던 귀한 꽃들을 그 자리에서 또 만날 수 있는 기쁨
나에게 주어진 축복의 시간이었다.

올해는 특별히 고광나무 꽃이
장관을 이루었다.

고광나무꽃은
순백의 흰색으로 색도 은은하고 고급스럽다
또 꽃 모양도
별같이 아름답고
여러 송이가 뭉쳐 있어 마치 신부의 부케를 모아 놓은 것 같다.
향은 또 얼마나 향기롭게
나는 이 산에서 일하는 것이 가장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이 나무의 뿌리들을 보라
오랜 세월을 지내며 폭풍과 비바람에
그들을 지탱해 주던 흙은 다 없어졌지만
그래도 서로가 서로를 일으켜 세워주며
그 세월을 지내왔다.

그리하여 이렇게 아름다운 꽃을 피워낸 것

또 저 크고 견고한 바위 사이로도
그 뿌리를 뻗어간 것
나는 그들에게서 고난을 헤쳐가는 삶의 지혜를 배운다.

그러다가 나흘그런 일이 생겼다.
산을 다니며 나물을 뜯다가
어느 순간 미끄러졌다
몸의 균형을 맞추며 왼손으로 땅을 짚었는데
위에 있던 바위가 내 왼손으로
미끄러지며 떨어졌다.
그 순간 내 생애 처음으로 경험하는 아픔이
내 손가락에 몰렸다.
얼마나 아픈지
정신이 하나도 없을 지경이었다.
어느 손가락인지 모르지만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
손가락이 끊어진 것 같은 통증이었다

얼른 당귀 잎사귀로 손가락을 감쌌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피를 닦아내고
자세히 보니
다행히 손가락이 끊어진 것은 아니었다.
가운데 손가락에서 피가 많이 나고
다른 네개의 손가락은 이상이 없었다


내 손가락을 친 돌을 보니 그냥 돌이 아니고 거의 바위 수준
그리고 나를 친 면은 뭉툭한게 아니고
칼처럼 날카로왔다.
나는 손가락을 움켜쥐고 감사 기도를 드렸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저를 지켜주신 주님 감사합니다
60년 만에 처음으로 다치게 하심도 감사합니다
다리가 아니고 손가락만 다치게 하심도 감사합니다
오른손이 아니고 왼손 다치게 하심도 감사합니다
저렇게 큰 바위가 쳤는데도 요만큼만 다치게 하심 감사합니다
그동안 크고 작은 위험한 순간을 지켜주신 것을 깨닫습니다 모든 것 감사합니다>

그렇게 손가락을 붙들고 한참을 기도했더니 그 엄청난 통증이 사라졌다
그러고 나서 손을 자세히 살펴보니 생각보다는 많이 다치지 않았다.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할머니를 따라
산에 다녔다
그동안
크고 작은 위험들이 있었지만 단 한 번도 이렇게 다친 적이 없었다.
또 수많은 멧돼지를 만난 적이 있지만 거기에서도 안전했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또다시 감사했다.

그런데 그다음에 들어오는 생각 바로 남편이었다
요즘에 남편은 내가 산에 가는 것을
안하길 바라고 권면도 한다
아침에 나를 산 아래 내려주고 돌아 가노라면 불안하고 가슴이 아프단다.

한참을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앉아 있었다.
남편이 내가 다친 상황을 알지 못하기를 바랐다
그런데 시간을 지나며 보니 손가락이 퉁퉁 부어 올랐다.
그리고 자세히 보니
손가락 뼈가 한쪽으로 쏠려 있었다.

AI에게 나의 현재 상황을 물어보았다.
대답은 119를 부르라는 것
반지를 꼍으면 빨리 빼라는 것

그 다음 다친 손을 가슴 위로 올리라는 것
부목을 댈 수 있으면 대고 기다리라는 것.

다리에는 이상이 없으니 걸을 수 있었고
손가락이 잘라진 것도 아니었으니
이성적 판단을했다

일단은 남편이 알기를 바라지 않았고
또 꿀 뜨는 일 때문에 오기가 힘든 상황임을 알고있었다.
그래서 잘 아는 택시 기사에게 전화를 했다.
그분이 일전에 나를 이 산에 데려다 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사님이 40분 만에 달려 왔다.
그 기다리는 시간 동안 나는 무엇을 했게
못 말리는 나물광 나물을 뜯었다.

기사님이 나를 보더니 거의 울음 직전 사실 나는 아프지도 않았는데
보는 사람이 더 마음 아파했다. 아마 남편도 나를 그리 볼 것 같았다.
택시기사님이 데려다 준 정형외과를 갔더니 점심시간이라 아무도 없었다.

한시간 반 만에 의사 선생님이 오셨고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뼈가 부러진 것이 획실했다.
마취하고 처치를하고 기부스까지
하고나니 이건 어찌해도 감 출 수 없는 상황
당분간 산에 못 가는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에구 ! ! !
저녁에 남편이 일하고 돌아와서는
내 상황을 보고 첫마디
<그동안 그렇게 산을 다녀도 안 다치고 다닌것을 오히려 감사해야겠네
이 기회에 좀 쉬라구>
주위에 모든 사람들이 거의 같은말을 했다

다친지 오늘 나흘째
평생에 못 받아 본 호강을 하고 있다.
됫집언니는 밥을 해 주고
남편은 내가 낮잠을
자는 새에 설거지도 해놓고

내가 집에서 쉬는 덕분에
오늘은 교인들이 우리집에 모여
치킨도 시켜먹고 혼자 돈내고 보기 아까웠던 
 영화도 같이 보았다.
우리집에서 남이 설거지를 해도
마음이 편하고......

참!
중요한 것 한가지가 있다.
난 원래 지계치다
처음에 일기를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왼손 도움없이 자판을 치려니 무척 어려웠다.
왜냐하면 컴퓨터를 처음 배울 때부터 독수리타가 아닌 제대로 배워서
눈 감고도 타자를 치는데 왼손을 못쓰니 한 시간에
다섯 페이지도 못 넘기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음성으로 글 쓰는 것이 생각났다.
그래서 하루를 끙끙 대며 마이크 기능을 찾아서 이 글을 쓰고 있다.
기계치인 내가 혼자서 이 기능을 배우고 익혔다는 것 대단한 발전이며 성취이다.


그리고 나 스스로 일하지 않아도 되는 핑계를 만든 것이 또한 좋은 일이다.
그동안 마음껏 보고 싶었던 시리즈 드라마도 보고 낮잠도 자고
고스톱도 할 수 있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 다친 곳이 처음에만 그렇게 아프고.
지금은 거의 아프지 않다.
항생제와 진통제를 쓰지 않는데도 말이다.
모든 것이 다행이고 감사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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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햇님 | 작성시간 26.06.09 저도 감사합니다~~^^
    착하니까 신이 돌봐 주신 겁니다~~^^
  • 작성자凡草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09 나이들면 행동이 둔해져서 다치기 쉬우니 산에 가는 것을 좀 줄여야 합니다. 빨리 나으세요ㅡ☆
  • 작성자화실* | 작성시간 26.06.10 아이구~~산에서 얼마나 놀랬을까?
    또 얼마나 아팠을까?
    나도 기사양반처럼
    눈물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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