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불 꺼진 작은 경당에서 나직함 속삭임이 들려옵니다. 감실 앞에 앉아 예수님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96세 할아버지 신부님. 그 연세에도 매일 미사를
손수 준비하시는 어르신입니다. 맑은 눈으로 사람들을 바라보고, 늘 감실 앞에
머무는 침 신앙인. 96년 세월 동안 쌓아오신 보물은 무엇일까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학위도 직책도 업적도 아닌, 감실 안에 계신 그분, 바로 미사 때마다
모시는 주님일 수밖에 없음을 느낍니다. 신부님을 뵐 때마다 저는 제 마음이
어디에 자주 머무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휴대전화 속 무언가일까.
밀린 업무일까. 누군가에게 듣고 싶은 인정의 한마디일까. 솔직히 고백하자면,
주님 보다 먼저 그런 곳을 기울거릴 때가 참 많습니다. 마음이 흩어지고,
눈이 흐려지고, 하루 끝에 어딘가 허전한 까닭을 아마 거기에 있을 겁니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건 대단한 게 아닙니다. 그저 주님 곁에 가만히 앉아,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조곤조곤 들려드리는 것, 어쩌면 우리가 평생에 걸쳐
쌓아야 할 보물은 바로 이 하나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가장 소둥한 보물이
나를 바라보고 계시는 주님이심을 깨달았을 때, 우리의 마음은 비로소 그분으로
가득 차고, 그 빛 안에서 새로운 힘을 얻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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