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 평화의 응접실 ◑

방구석이 좋을 리 있나

작성자하얀 민들레|작성시간26.06.07|조회수25 목록 댓글 0

방구석이 좋을 리 있나

     지난달 말, 한 북토크에 다녀왔습니다. 고립된 운둔의

시간을견뎌낸 청년들이 자신의 삶을 직접 들려주는 자리

였습니다.  짧게는 7년, 길게는 13년 동안 세상괴 단련된

채 살았던  청년들은 왜 스스로 방문을 걸어 잠글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다시 세상으로 나올 용기를 얻

게 되었는지를 담담히 털어놓았습니다.

 

     청년들이 운둔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저마다 달랐습니

다. 어떤  청년은  아버지 의 폭력 앞에서 어머니와 동생을

지키려다 결국 자신마저  무너졌다고 했습니다. 극단적 선

택까지  실패한 후엔,  이에 세상과 관게를 끊었습니다. 부

모로부터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말을 반복

해서 들으며  자랐던 또 다른  청년은 어느 순간 자신이 정

말 무가치한  존재라고  믿게  되었고, 결국 방안으로 숨어

버렸다고  했습니다. 누군가에게  반복적으로 부정당하고,

자신을 쓸모없는 존재로 여기며 살아온 이들에게 방 안은

마지막 피난처였지만 동시에 감옥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방구석”이란 감옥에서 나올 용기를 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독방  체험을 통해 성찰 기회를 제

공하는 “행복공장”이었습니다.  청년들은 그 단체의 “고립

운둔청년  회복캠프”가 자신들을 바구어 놓았다고 했습니

다. 특히 도움이 된 프로그램은  “비난과 방어”라는 역할극

이었답니다. 이  역할극의 목적은 참가자들의 가해자가 없

는   “안전한 공간”에서 그들에게 하지 못했던 말을 쏟아내

고, 가해자  역을  맡은 이로부터 그의 이야기를 대신 들으

며 맺힌  응어리를 풀고 자신의 상처를 객관화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청년들은  이 과정에서 상처를 준 사람 역시 또

다른 절망  속에  있었음을 이해하게 되었고, 그 순간 자신

을 오래  붙들고  있던  증오와 분노의 사슬이 조금은 느슨

해지는 경험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30대 한 청년의 이야기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느 역

할극을 통해 가정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하던 시기의 아버

지가  현재  자신과  같은 30대의 가장이었다는 사실을 깨

달았습니다 . IMF  때  사업에 실패해 감당하기 어려운 빚

을 떠안은  채  가장이라는  책임감에  짓눌렸을 한 남자의

모습을 떠올리자, 그동안 증오의 대상일 뿐이었던 아버지

가 삶의 벼랑에 몰린 한  인간으로 다가왔고, 처음으로 연

민이라는 감정을 느꼇다고 고백했습니다.

 

    이  청년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리스도께서  “내가 사람

들의 고통을 어루만지는 거기에서, 어쩌면 그곳에서만 너

는  '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묵상한 토마스

할리크 신부님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감

히 그리스도인이라고  고백하려면 우리 역시 이 청년처럼

이웃의  상처에  연민을  느끼고 어루만질 수 잇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권태선 마리아 ㅣ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