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이 좋을 리 있나
지난달 말, 한 북토크에 다녀왔습니다. 고립된 운둔의
시간을견뎌낸 청년들이 자신의 삶을 직접 들려주는 자리
였습니다. 짧게는 7년, 길게는 13년 동안 세상괴 단련된
채 살았던 청년들은 왜 스스로 방문을 걸어 잠글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다시 세상으로 나올 용기를 얻
게 되었는지를 담담히 털어놓았습니다.
청년들이 운둔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저마다 달랐습니
다. 어떤 청년은 아버지 의 폭력 앞에서 어머니와 동생을
지키려다 결국 자신마저 무너졌다고 했습니다. 극단적 선
택까지 실패한 후엔, 이에 세상과 관게를 끊었습니다. 부
모로부터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말을 반복
해서 들으며 자랐던 또 다른 청년은 어느 순간 자신이 정
말 무가치한 존재라고 믿게 되었고, 결국 방안으로 숨어
버렸다고 했습니다. 누군가에게 반복적으로 부정당하고,
자신을 쓸모없는 존재로 여기며 살아온 이들에게 방 안은
마지막 피난처였지만 동시에 감옥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방구석”이란 감옥에서 나올 용기를 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독방 체험을 통해 성찰 기회를 제
공하는 “행복공장”이었습니다. 청년들은 그 단체의 “고립
운둔청년 회복캠프”가 자신들을 바구어 놓았다고 했습니
다. 특히 도움이 된 프로그램은 “비난과 방어”라는 역할극
이었답니다. 이 역할극의 목적은 참가자들의 가해자가 없
는 “안전한 공간”에서 그들에게 하지 못했던 말을 쏟아내
고, 가해자 역을 맡은 이로부터 그의 이야기를 대신 들으
며 맺힌 응어리를 풀고 자신의 상처를 객관화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청년들은 이 과정에서 상처를 준 사람 역시 또
다른 절망 속에 있었음을 이해하게 되었고, 그 순간 자신
을 오래 붙들고 있던 증오와 분노의 사슬이 조금은 느슨
해지는 경험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30대 한 청년의 이야기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느 역
할극을 통해 가정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하던 시기의 아버
지가 현재 자신과 같은 30대의 가장이었다는 사실을 깨
달았습니다 . IMF 때 사업에 실패해 감당하기 어려운 빚
을 떠안은 채 가장이라는 책임감에 짓눌렸을 한 남자의
모습을 떠올리자, 그동안 증오의 대상일 뿐이었던 아버지
가 삶의 벼랑에 몰린 한 인간으로 다가왔고, 처음으로 연
민이라는 감정을 느꼇다고 고백했습니다.
이 청년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리스도께서 “내가 사람
들의 고통을 어루만지는 거기에서, 어쩌면 그곳에서만 너
는 '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묵상한 토마스
할리크 신부님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감
히 그리스도인이라고 고백하려면 우리 역시 이 청년처럼
이웃의 상처에 연민을 느끼고 어루만질 수 잇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권태선 마리아 ㅣ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