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말은
사랑이라는 말은 언제나 대단하다. 우리는 사랑을 마치 절대적 이상이나
구원의 힘으로 간주하며 그것에 꿈과 욕망을 가입한다. 그러나 사랑의
한 형식으로서 연애는 트라우마의 기록이다. 그것이 지나간 이후에도 현재의
삶에 계속해서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그렇다. 아이러니하게도 연애를 아프고
힘들게 하는 것은 관계 그 자체라기보다 그 안에서 예측불허로 얽혀드는
각자의 너무나 다른 사랑이다. 그러므로 모든 연애가 사랑 그 자체인 것은
아니며, 모든 사랑이 연애의 형식을 빌리는 것 또한 아니다. 타인에게 자신의
영혼을 나누어 주거나 함께 공유하기를 욕망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든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얼마간 잃어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것을 끝내 믿는 이유는 상처 난 자리가 타자가 들어설 빈 공간이 되며,
공동의 육신이 오직 그곳에서만 자라나기 때문이다. 신경과 힘줄, 근육과 뼈가
새로이 발생하는 그 감각은 전적으로 낮선 고통이다. 그래서 때로 어떤 사랑은
그것의 진실함과 무관하게 서로를 착취하는 전쟁이고, 그 끝은 도저히 끝이라
부를 수 없을 만큼 무자비하다. …알면서도 인간은 기꺼이 그것을 접어 든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누군가의 사랑의 기록을 따라 걷다 보면 우리는 그가
아니라 미처 살피지 못했던 “나” 자신에 대해서 깨닫는다. 사랑이 중독적인 것
또한 바로 이 때문이다. 당신을 사랑함으로써 내 삶은 아름답고 낮선 다른
몸으로 태어난다(전승민 문학평론가)
퍼트리사 그레이홀ㅣ침대와 침대를 오가며ㅣ물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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