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선집 62권 1편
효자의 길
1972.09.10 (일), 한국 전본부교회
아버님! 때로는 통일교회가 나옴으로 말미암아 이 민족이 이런 비참한 자리에 섰다는 것을 생각하게 될 때, 만일에 통일교회가 없었으면 이 나라가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 아니냐 하는 책임을 추궁할 때도 있었사옵니다.
내가 없었으면 이러한 결과도 가져오지 않았을는지 모른다는 것을 생각할 적마다 막중한 책임감을 벗을래야 벗을 수 없는 나날이었지만, 당신의 지도가 있었기 때문에 따라가야 할 길을 안 그날부터 몸부림치는 생활을 지금까지 밀고 나왔나이다.
그러나 저희가 당신의 협조를 받고 당신의 동정을 받기를 원치 않더라도 당신은 의논할 수 있는 사람이 저희밖에 없었기 때문에 저희들을 통하여서 당신의 사정을 통고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 계시옵니다. 그러한 입장에 선 당신이 가장 불쌍한 분인 것을 느끼옵니다.
효도를 다했다는 사람은 효자의 전통을 세우지 못하는 것입니다. 충신이 되었다고 자처하는 사람은 충신의 역사를 이어받을 수 없는 것입니다. 효자의 길을 걷더라도 효자 못 되었다는 마음을 더더욱 느끼는 자만이 효자의 길을 남길 것이고, 충신의 절개를 지키면서도 충신이 못 되었다고 하늘과 땅 앞에 부끄러움을 가질 줄 아는 마음이 앞서게 될 때 충신으로 영원히 남아질 것이옵니다.
아버님! 통일교회 자체를 보게 된다면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러나 자리를 잡았다고 자랑할 것이 아니었습니다. 부끄러운 자리였습니다.
이 자리까지 나오기 위해서는 아버지께서 얼마나 수고했고, 남모르는 피어린 투쟁의 행로를 거쳐왔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되옵니다. 우리가 맞게 되면 아버지께서 심정적인 매를 맞았다는 것을, 우리가 몰리면 아버지께서 비참한 참소와 탄식의 자리에 섰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옵니다. 금년 9월10일, 아버님이여! 남북이 엇갈린 인연 가운데서, 남과 북이 교차될 수 있는 이 시점에 오늘 이날을 맞게 된 것을 생각할 때, 이날 저희들의 사연을 긍휼히 보시옵소서. 아버지께서 웬일인지 이들과 멀리하시려고 하는 것을 엿볼 때마다, 애달픈 심정을 갖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사옵니다.
한 사람을 기르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될 때, 길러진 자들을 수습하시어, 그들을 내세우셔서 아버지의 중차대한 책임을 맡겨 주기를 바라는 것이 스승의 마음이 아닐 수 없는 것을 아시는 아버지여, 통일의 무리를 긍휼히 보아 주시옵소서.
이들은 나라 없이, 이들은 가정 없이…. 사회의 사람들과 같이 자유로운 환경에서 걸어온 것이 아닙니다. 그늘에서 살아 나온 불쌍한 무리이옵니다. 불쌍한 책임자를 따라왔기 때문에 불쌍한 자리에 서게 되었던 것이 아니옵니다. 이는 아버지가 불쌍한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옵니다. 아버지가 자유분방할 수 있는 자유의 한날을 맞을 때에야 비로소 이들도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고 광명한 새날을 맞이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을 아오니, 오늘도 극복, 내일도 극복하면서 투쟁의 길에 있어서 지치지 말게 허락하여 주시옵기를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니다.
이제, 겸손히 엎드려 아버지의 옷깃을 붙들고 놓지 말아야 되겠습니다. 아버지의 손길을 붙들었으면 놓지 말아야 되겠습니다. 아버지의 목을 껴안았으면 내 손이 떨어지더라도 놓아서는 안 되겠습니다.
당신이 가는 길 앞에 언제나 문제거리가 되는 존재가 되더라도, 그 문제거리가 자기를 위한 문제거리가 아니라, 세계를 위한 문제거리로 제시할 때는, 붙든 손을 놓을 수 없는 것이요 붙안은 팔을 부리칠 수 없는 하늘인 것을 알았기 때문에, 우리의 갈 길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갈 길은 바쁜 걸음이 되어 있습니다.
아버지! 이 시간 새로운 결심을 다짐해야 되겠습니다. 효자 되는 길을 저희가 알았고, 효자로서 가야 할 길을 알았사오니, 이제 가야 되겠습니다. 가인과 아벨이 엇갈린 길에 있어서 아벨이 가는 길이 효자의 길이었기 때문에 아벨은 죽음을 대신하여 갔던 것을 알았습니다.
아버지! 이제 이들이 갈 길을 책임져 주시옵소서. 아버지 앞에 그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결정적인 인연을 맺을 수 있는, 국가적이요 세계사적인 인연을 맺을 수 있는 한때가 이때인 것을 생각하게 될 때, 저희들은 총단결해야 되겠습니다. 총궐기해야 되겠습니다. 일체 일심을 가누어서 아버지 앞에 바쳐 드려야 되겠습니다.
사랑하기에 미칠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아들딸을 맞고, 완성된 효 그 자체의 모습을 맞고 싶은 것이 아버지의 소원인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 자리를 향해서 저희들은 전진해야 되겠습니다. 진격해야 되겠습니다. 어떠한 곳이라도 개의치 않고 갈 것을 결의하고 나선 몸이오니, 아버지, 명령하여 주시옵소서.
아버지! 오늘 이날을 기억하여 주시옵길 바라옵니다. 서글픈 하늘의 마음을 더듬어서 하염없는 눈물로 당신의 옷깃을 적시며 당신의 옷소매에 엎드려서 천년 만년 울고 싶은 마음이 앞서는 아들딸이 있거들랑, 아버지여, 그들을 잊지 마시옵소서. 그들을 붙안고 사연을 통고하시옵소서.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니다.
지금까지 걸어나온 길 가운데서 못난 것을 지도하시고 못난 것을 보호하시던 아버지의 놀라우신 은사 앞에 감사드리옵니다. 교만하지 말아야 되겠습니다. 스스로 아버지를 기억하면서 자기를 망각하고, 아버지께서 남긴 사명을 다하려고 자기를 잃어버리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길을 안내받아야 할 것이 여생의 길인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아버지! 당신이 안식할 수 있는 한 나라를 차지하고, 한 세계를 바라 보고, 내 아들 내 딸은 다 모이라고 세계를 향하여 통고할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바라는 것이 일구월심 당신의 소원인 것을 알고 있사옵니다. 그날을 위해 저희들은 모였습니다. 그날을 위해서, 그 시간을 위해서, 그때를 위해서 저희들은 단결해야 되겠습니다. 하나되어야 되겠습니다. 한곳으로 가야 되겠습니다. 이끄시옵길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니다.
오늘 여기에 참석한 당신의 자녀들은 진정으로 자신이 효자가 될 수 있는 자리에 서 있나 하는 것을 다시 한번 반성해 보아야 되겠습니다. 효자의 길을 가고 있느냐 하는 것을 다시 한 번 더듬어 봐야 되겠습니다.
이 땅 위에 불쌍한 사람이 있다 할진대 그보다 더 불쌍한 분이 아버지인 것을 저희가 알아야 되겠습니다. 그 누가 수난길에 서 있는 것을 바라볼 때, 그 이상의 수난길에 서 있는 아버지인 것을 알아야 되겠습니다. 그 아버지를 깊이 아는 데는 누구보다도 수난당하는 사람의 친구가 됨으로 말미암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죽음의 경계선을 왕래하는 그 자리를 체험함으로 말미암아 아버지의 비장한 자리를 알 수 있는 것을 깨닫게 되옵니다. 그런 것을 스스로 행할 수 있는 통일의 무리가 되게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니다. 전체를 아버지께서 지켜 주시옵소서.
효자의 가는 길을 각자가 다 가게 허락하시옵고, 자기의 후손들과 주위 환경에 이것을 전통으로 남기고 가는 통일의 무리들이 되게 하여 주시옵길 간절히 바라옵니다.
전국에 널려 있는 자녀들을 기억하여 주옵고, 세계의 일선에서 싸우고 있는 기동대원들을 또한 기억하여 주옵소서. 개척노정의 선두에 선 어린 딸들 그 심정을 부디 기억하여 주시어서 백배 천배로 갚아 주시옵길, 간절히 바라옵니다. 자기가 빚지지 않기를 아버지 앞에 기도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사옵니다. 그들에게 아버지께서 만복을 베푸시옵고, 만배로 갚아 주시옵길 간절히 부탁하고 원하옵니다.
세계에 널려 있는 뭇 무리들이 이곳을, 이 본부를 그리워하면서, 청파동이라는 이름을 부르면서 기도하고 있는 그 정성 앞에 저희들이 교단적인 제물의 사명을 다하게 하여 주옵고, 오명을 남기는 수치스러운 무리가 없게 하여 주옵길 간절히 부탁하오니, 전체를 맡아 주관하여 주시옵소서. 참부모의 이름으로 아뢰었사옵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