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선집 62권 2편
주목의 주인공
1972.09.17 (일), 한국 전본부교회
아버지, 비운의 역사의 걸음걸이를 덧없이 따라 나오던 행각의 노정이, 아버지여, 오늘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우리 목전에서 신음하고, 수라장이 되어 홍수의 소용돌이를 향하여 기울어져 가는 세계 정세를 바라보게 될 때, 하늘 높이, 바닷속 깊이 반석 위에 부리를 박고 부동한 하나의 철주가 있다 할진대 그 소용돌이는 도리어 구원의 방패가 될 수 있고 흘러가는 모든 물건들이 여기에 엉길 수밖에 없는 것이옵니다. 아버지, 그러한 개인을 찾아오시는 아버지의 간곡한 사정을 이제 알았습니다.
저희는 타락한 아담 해와 이상 심각해야 되겠습니다. 역대 우리 선조들이 심각했던 것 이상으로 심각해야 되겠습니다. 예수님이 골고다에서 기도한, '아바 아버지여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 하는 기도보다도 '아바 아버지여 어찌하여 저를 버리지 않사옵니까' 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세계를 위하여 죽음을 각오하고 심한 격전지를 향하여 출동하기를 하늘 앞에 호소할 수 있는 무리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 비참하고 불쌍한 통일교회의 소망이라 할진대, 이는 인간편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늘편에 서 있는 무리가 기필코 되고야 만다는 사실을 저희들은 과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 회고해 보게 될 때, 역사는 무정하였습니다. 복귀섭리의 공식적 노정은 우리 눈앞에 스쳐 갔습니다. 개인적으로 핍박받던 그 서글픈 사정을 저는 보았고 느꼈습니다. 가정적으로 핍박받던 그 안타까운 사정을 제가 보았고 또 당해 왔습니다. 수많은 교파들이 반대하던 그 처량하고도 기가 막힌 사정을 저는 느껴 왔습니다. 나라 없는 예수의 사정을 제가 알 수 있었고, 교인 없는 교단 앞에 서야 하는 예수의 사정을 제가 알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 그러므로 저희는 천만 죽음길이 있다 하더라도 죽을 수 없는길을 다짐한 그 시간서부터 지금까지 싸움의 길을 더듬어 나왔습니다. 지내고 보면 꿈과 같은 일, 그 무엇 하나 자랑할 것이 없지만, 통일교회는 명실공히 그늘 아래에 있는 교회가 되지 않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 민족의 희망과 기대를 바라보고 학계에 있는 많은 유식자들은 통일교회만이라도 부패하지 말아 달라고 권고한다는 소식을 많이 듣고 있사옵니다. 뜻 있는 애국 사상가들이나 전통을 이어받겠다고 생애를 바쳐 충의 도리를 다짐하는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기대할 것은 통일교회밖에 없다는 그런 성원의 말을 들을 적마다 무릎을 꿇고 밤을 새워 가면서….
아버지여, 이와 같은 날이 오기를 바라시던 당신 앞에 때가 가까와 오면 가까와 올수록 저희는 내세워서 자랑하는 것보다도 더 큰 무대를 이어받아야 할 사명의 책임자로 서기 위한 엄숙한 염려의 마음이 가중되는 것을 느끼게 되옵니다.
아버지여! 통일교회를 그 누구에게도 맡기지 마시옵소서. 이 자식도 책임질 수 없습니다. 당신께서 맡아 주시옵소서. 당신의 종이 되고 당신을 모실 수 있는 아들의 자리가 좋습니다. 권위의 자리를 원치 않는 것을 당신은 아시옵니다. 그런 자리에 서기를 바라고 있사오니 부디 맡아 주시옵기를 바라옵니다. 당신 앞에 맡기기에 부족하고, 맡아 달라고 아뢰기에 황송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처지가 아니옵니까?
이것이 우리 선조들이 간 운명의 길이요, 최후의 통첩의 길이었던 것을 생각하게 길을 가려 주시옵고, 이들을 위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시면 이들이 바라는 그 환경을 넘어서서 나라를 취할 수 있는 이상의 마음을 갖게 될 때 찾아 주시옵소서. 이들을 고이고이 만대에 축복해 주고 싶으시면, 이들이 세계 만민 앞에 부끄럽지 않은 죽음길을 책임지겠다고 하는 권위를 가진 후에 축복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 이 스승의 간절한 소원인 것을 아시는 아버지여, 이들의 갈 길을 책임져 주시옵소서.
저기는 스승도 없는 곳이옵니다. 당신의 사랑의 굶주림을 당하고 있는 메마른 무리들이옵니다. 사막에서는 오아시스가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영원히 샘솟는 당신의 사랑이 필요한 무리들이옵니다.
당신이 주목하고 계시는 것을 알고 있는 저희들, 누추한 누더기 옷을 입은 보잘것없는 추태의 모습을 보실 때에 부디 보시지 말라고 말하고 싶은 심정을 매일같이 느끼면서 허둥지둥 움직이는 무리라도 돼야 할 통일의 무리인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아버지, 통일교회가 가는 길에는 많은 소문이 있었습니다. 이 소문들이 당신의 영광의 흔적을 가릴까봐 염려되옵니다. 이 소문들이 당신의 아픈 마음을 도리어 격동시켜 가지고 과거의 어느누구보다도 우리를 더 사랑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결심하시게 하는 조건이 된다면. 얼마나 얼마나 황공스러운 은사이겠습니까?
참고 가고 말없이 맞고 가는, 당신의 입장을 방불하게 하는 무리가 아니고는 당신이 신뢰할 수 있는 무리가 없는 것을 알았기에 그러한 길을 이어받아 가고자 하는 이 무리들을, 아버지, 보호하시옵고, 지켜 주시옵기를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니다.
1972년 9월도 이미 기울어졌습니다. 이해의 마지막 석 달을 맞아, 가을이 지나고 찬바람이 불어오는 겨울이 저희 앞에 찾아오기 전에 저희는 결실이 되어 어떠한 한풍이 불어오더라도, 거기에서 생명을 잃어버리는 무가치한 씨가 되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동삼삭을 극복하여 생명의 여력을 남겨 가지고 봄날이 찾아오거든 새로운 새싹을 돋우고 봄잔치를 할 수 있는 생명력을 가진 무리가 여기에 남아지게 허락하여 주시옵기를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니다.
주목의 주인공이라는 엄청난 명사를 가지고 당신이 바라보시는 것을 시시각각 생활에서 느끼고, 환경을 더듬으며 싸워 나가는 겸손한 당신의 아들의 명분을 갖기에 부족함이 없는 무리가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개인을 넘어 가정, 가정을 넘어 종족, 종족을 넘어 민족, 민족을 넘어 국가, 국가를 넘어 세계, 세계를 넘어 천주, 천주를 넘어 아버지의 사랑의 세계에 다리를 놓을 때까지 가야 되겠습니다. 만일 이것이 천년 만년 연장되더라도 가야 되겠습니다. 단 한 가지 염려되는 것은 사탄의 참소가 저희들로 말미암아 가중되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옵니다.
지금부터 그 마음 이상 방지할 수 있는 정성을 들여 가지고 갈 것을 결의하였사오니, 이들의 가는 길을 맡아 주관하여 주시옵소서.
오늘의 모든 것을 주관하여 주시옵기를 간절히 부탁드리면서, 모든 말씀 참부모님의 이름으로 아뢰었사옵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