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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립 문정1동 언론

[주간영동] 서울청소년들, 공동체 배우러 청성 산골 놀이공원 오다! (2024.02.22)

작성자구문|작성시간24.02.26|조회수28 목록 댓글 0

http://www.bluestars.kr/news/articleView.html?idxno=2802

 

이달 15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송파구 구립 문정1동 지역아동센터 청소년 28명이 아자학교에 4박 5일간 겨울 들살이 왔다. 사진은 청소년들이 탄 바이킹이 좌우로 기우는 모습. 
이달 15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송파구 구립 문정1동 지역아동센터 청소년 28명이 아자학교에 4박 5일간 겨울 들살이 왔다. 사진은 놀이를 즐기고 있는 청소년들. 
이달 15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송파구 구립 문정1동 지역아동센터 청소년 28명이 아자학교에 4박 5일간 겨울 들살이 왔다. 사진은 바이킹에 탄 청소년들이 포즈를 취하는 모습.

즐거움 무서움 담긴 비명이 골짜기를 휘감는다. 바이킹이 양쪽 끝에 우뚝 올라서면 비명도 더 커진다. 산골짜기에 웬 바이킹? 이뿐이 아니다. 회전목마 같은 고깔모자 놀이기구, 절벽에서 바이킹 타듯 아찔한 다인승 그네, 요즘 찾아보기 어려운 널뛰기, 지하통로 썰매 등 온갖 놀잇거리로 가득하다.

모두 비전력 놀이기구라 혼자 이용하기 역부족이다. 제대로 즐기려면 여럿이 모여 서로 존중하고 합심하며 힘을 조절해야 한다. 족히 열 명은 돼야 짜릿하게 즐길 수 있는 바이킹이 특히 그렇다. 서울 송파구 구립 문정1동 지역아동센터(센터장 엄미경) 청소년들이 아자학교(대표 고갑준, 청성면 산계3리)를 찾은 이유다. 체험활동은 이달 15일부터 19일까지 들살이라는 이름으로 4박 5일간 진행됐다. 이튿날인 16일 오후에 아자학교에서 마음껏 뛰노는 이들을 만났다.

문정1동 지역아동센터는 매년 여름, 겨울 2회씩 들살이를 진행한다. 들살이는 말 그대로 지역에 찾아가 들에서 삶을 만끽하는 여행시간이다. 품앗이하는 다른 지역아동센터를 방문해 머물거나 청소년들이 가고 싶은 지역, 하고 싶은 것을 논의·결정해 떠난다. 엄미경 센터장이 평소 알고 있던 고갑준 대표의 아자학교를 소개했고 청소년들이 동의해 오게 됐다. 이번 들살이에는 센터 이용자 33명 중 28명이 함께했다.

들살이 때는 특별한 규칙이 있다. 휴대전화를 모두 걷는 것이다. 서로의 마주하는 몸과 얼굴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봉사활동을 하다가 센터를 이용하기 시작했다는 서유림(16) 청소년은 “휴대전화가 없고 인스타 못하는 게 허전한데 옆에 친구들이 있어서 참을 만한 거 같아요”라며 “자연환경을 접할 기회가 잘 없었는데 자연에 있는 게 참 좋아요”라고 말했다.

이번 들살이만의 특징은 계획과 실행 순서 뒤바꾸기였다. 보통이라면 빽빽이 세운 계획에 따라야 했다. 하지만 이번 들살이는 청소년들과 고갑준 대표, 엄미경 센터장이 매일 아침 서로 논의하며 일정을 만들고 실행했다. 그리고 다음 날 일정표에 전날 실행했던 일정을 적었다. 이렇듯 소통하고 조율하며 일정을 만들어 나갔기에 서로의 만남이 더 가치 있었다.

아자학교 고갑준 대표는 사람을 바꾸는 힘은 사람에게서 나온다며, 사람이 계획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계획대로만 진행하면 사람이 프로그램에 구속돼 있어요. 서류에 매몰되는 거죠. 일정을 그때그때 논의해서 설렁설렁 바꿀 수 있어야 서로 합이 맞고 취향이 달라질 여지가 생겨요. 사실 이렇게 서로 논의하면서 일정을 만드는 기회가 사실 드문데 기회가 생겨서 좋네요. 사람을 바꾸는 힘은 사람에게서 나오니까요.”

둘째 날 오후는 모두 바깥에서 뛰노는 시간이었다. 오며 가며 여러 놀이기구 타는 얼굴들은 지칠 기색 없이 내내 햇살 미소다. 첫째 날 비가 와 실내활동만 했었던 덕인가 보다. 아자학교 주민 김수아(21)씨는 이리저리 바삐 움직이며 여러 구석구석을 소개해 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었다. 사회복지사와 센터 졸업한 선배들은 청소년들을 지도하고 있었다.

그 사이 정적인 모습이 눈에 띈다. 겹겹이 쌓인 통나무 꼭대기에 의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 의자에 활동명 파도(19) 청소년이 앉아 있었다. “사촌 누나가 먼저 센터를 다니고 졸업했어요. 누나한테 소개받아서 중학교 3학년부터 다니기 시작했어요. 이런 들살이나 밴드 공연처럼 큰 행사가 좋아요. 저도 밴드부에 있었는데 대학 입시 때문에 올해는 못 할 것 같아요. 여기서 가장 재밌었던 건 널뛰기예요.” 잠깐 쉬는 시간인지 묻자 의자에서 일어나 통나무 한 칸 한 칸 밟으며 내려온다. 그리고 “이제 다시 놀아야죠”라고 말하며 바이킹으로 향했다.

 

 

놀이 규칙을 설명하고 있는 아자학교 고갑준 대표. 
청소년들과 아자학교 주민 김수아(21)씨가 함께 다인승 그네를 탄 모습. 
문정1동 지역아동센터 엄미경 센터장(57). 그는 지역에서 20년 넘게 청소년 돌봄 활동을 이어왔다. 그의 철학은 지역사회 관계망을 통해 청소년의 자주성을 함양하는 것이다. 

엄미경 센터장의 철학, 지역사회 관계망 통해 청소년의 자주성 길러내기

엄미경(57) 센터장은 송파구 거여동 출신으로, 문정동에서 20년 넘게 돌봄 활동을 이어왔다. 시작은 한 안타까운 이야기였다. “정태춘의 ‘아름다운 죽음’이라고. 실화를 갖고 부른 노래가 있어요. 망원동에 사는 부부가 두 자녀를 집에 두고 일하러 나갈 때 도둑 들거나 다칠까 봐 문을 잠그고 나간 거예요. 아이들이 불 장난하다가 불이 났고 문이 잠겨 있어서 나가지 못했어요. 이렇게 아이들이 돌봄 받지 못해서 죽는구나. 이런 세상에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길로 어린이집 교사를 지원했다. 1994년 국내 최초 공동육아협동조합 방식으로 문 연 신촌의 우리어린이집이었다. 이는 성미산 마을공동체의 시초였다. 이곳에서 공동체성과 외국의 여러 가지 유아 이론을 배웠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건 자연 친화적인 삶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성 관계 교육이라는 걸 깨달았다.

“제가 낳은 제 아이가 어디 가서도 이웃이 없어서 외롭거나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세상 속에서 제 아이가 살아가면 좋겠다는 바람이 마을 활동으로 이어졌던 것 같아요. 제가 아무리 제 자녀를 잘 키워도 옆집 아이가 강도면 한순간에 잃을 수 있잖아요? 건강한 관계망을 형성한다면 어떤 사람이든 올바르게 변화시키는 힘이 생긴다고 생각해요.”

지역아동센터는 2004년 아동복지법이 개정되며 법제화됐다. 이보다 앞선 형태로 문정동에 비닐하우스촌 공부방이 있었고, 엄미경 센터장은 이곳에서 공동체성과 관계망을 바탕으로 청소년을 길러낸다는 가치관을 실천했다. 그도 비닐하우스에 있으며 공동체가 주는 힘과 사랑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곳에 선배이자 멘토인 주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일을 이어온 것은 그 고마움 덕이었다.

그는 청소년의 자주성을 가장 중시한다고 말했다. “우리 센터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청소년 당사자의 자주성이에요. 자주성을 기르려면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스스로 결정하고 자기애를 발현하면서 공동체적인 감수성을 가져야 해요. 서로 만나고 소통하면서 관계를 통해 배워나가는 거죠.”

센터는 지역사회 관계망을 통해 청소년의 자주성을 함양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마을 주민들과 연계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애완동물학과에 진학하고 싶은 청소년에게 마을 동물병원이나 동물유치원을 소개해 준다. 청소년들에게는 책이나 영상으로 접하는 것보다 그 사람을 직접 만나서 조언을 듣는 게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엄미경 센터장은 ‘관계망이 주는 선물’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센터에서 생활 교육으로 예의 예절도 함양하고 있다. “센터 청소년이 다양한 연령대 나이로 구성돼 있어요. 그러다 보니 기본적으로 눈치코치가 있어요. 그리고 싱크대 정리할 때나 설거지하기. 재활용 분리수거. 자기 주변에 물건 정리하기. 누군가 불편할 때 거들어주기. 이런 것들이 습관이 되도록 하니까 사회생활에서도 반영되는 것 같아요.”

문정1동 지역아동센터는 지역주민이 기반이 된 (사)함께웃는마을공동체 즐거운가가 민간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이용 시간은 학기 중의 경우 하교 시간부터 오후 10시까지, 방학 때는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9시까지다. 엄미경 센터장은 구경이나 방문을 원하면 언제든 커뮤니티 공간인 즐거운가에 들러 달라고 말했다.

작년 센터 주제는 줄탁동시였다. 병아리와 어미 닭이 서로 알을 동시에 쪼아 알을 깬다는 사자성어다. 올해 주제는 즐거운 배움이다. 청소년들이 요청하고 기획하는 걸 어떻게 마을에서 더불어 즐겁게 풀어낼 것인지가 과제다. 문득 그가 까르르 웃음소리 가득한 저편을 바라보고, 어느새 같이 바이킹에 올라타 환하게 웃는다.

한쪽에선 오상민 사진작가가 파도가 앉았던 의자에 한 명씩 앉히며 단독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그는 센터에서 사진 강의를 하고 있으며 소외된 이웃에게 특별한 하루를 선물하는 바라봄사진관의 객원 작가도 맡고 있다. 들살이한다는 소식에 타지에서 한달음에 달려왔다고 한다. 좋은 뜻 좋은 마음이 산골짜기에 모여 맑고 따뜻한 풍경이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청소년들과 엄미경 센터장이 함께 바이킹에 올라탄 모습. 
오상민 사진작가가 청소년들이 바이킹 타는 모습을 사진 촬영하고 있다. 그는 센터에서 사진 강의를 하며 소외된 이웃에게 특별한 하루를 선물하는 바라봄사진관의 객원 작가도 맡고 있다. 이날 들살이가 있다는 소식에 타지에서 한달음에 달려왔다. 
바이킹에 탄 청소년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바이킹을 탄 뒤 언덕 위 놀이기구를 이용하기 언덕의 로프줄을 타고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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