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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옴]오버 더 호라이즌_이영도 인터뷰 중.

작성자황용|작성시간02.10.10|조회수177 목록 댓글 0
Q-<오버 더 호라이즌>은 참 특이한 소설입니다. 어떨 때는 서부영화적인 느낌, 어떨 때는 중세적인 느낌, 또 어떨 때는 SF적인 느낌도 드는데(하긴 팬터지라는 게 원래 그렇죠?), 그러면서도 매우 사실주의적이거든요.스토리 역시 엘프, 웨어울프, 노움 같은 종족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걸 보면 팬터지 소설이 맞긴 맞는 것 같은데, 그 묵직한 주제라든지 서사 방식은 정통문학(?) 풍에 더 가까운 게 아닌가 싶어요. 팬터지 특유의 장난기 어린 구어체 문장을 최대한 자제했기 때문에 그런 느낌을 받았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어떤 계기로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되었는지, 또 쓰면서 특별히 의도했던 바는 무엇이었는지요?

A-글쎄요. 거창하게 말하고 싶은 유혹에 굴복한다면 진선미의 오래된 헤게모니 쟁탈전의 갈파라고 말하겠지요. 이성적 가치인 진(호라이즌)과 실천적 가치인 선(티르)과 예술적 가치인 미(루레인) 사이에서 헤게모니(명기 아스레일 치퍼티)는 어디로 돌아가는가...... 하지만 저건 근사해 보이려고 하는 말일 테고, 솔직하게 말한다면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만들어내는 것이 즐겁기 때문입니다. 하하. 따라서 특별하게 의도한 것은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어 주시는 것입니다. 물론 제1독자는 저 자신이니 제가 낄낄거릴 수 있게 되는 것이 목적이겠지요.

Q-주인공인 티르와 호라이즌은 상호 대비되는 인물들입니다. 제가 파악하기론 이렇습니다. 호라이즌이 '절대 강(强)', 최고의 경지만을 지향하는 자라면, 티르는 외유내강 또는 인생 무상(?)이라 할까요, 강하면 부러지게 마련이라는 인생의 이치를 이미 깨달은 사람이죠. 한때 제국 최고의 검투사였던 그가 변방의 소도시에서 보안관 조수 역할에 만족하며 살게 된 것도 바로 그 때문이구요. 특히 그가 뜨개질을 좋아한다는 사실은 매우 의미 심장합니다. 검, 바이올린의 세계에 대비되는 매우 적절한 상징물이 아닌가 싶어요. 이런 해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가 너무 '오버'한 건가요?

A-저는 독자의 어떤 해석이든 만족합니다. 작가가 내어놓은 텍스트를 해석하는 것은 독자의 당연하고 양도될 수 없는 권한일 테니까요. 따라서 해묵은 자본론에 경도되어 아스레일 치퍼티를 자본, 혹은 노동으로 보고 호라이즌을 부르주아로, 티르를 프롤레타리아로 해석하여 제 글 전체를 계급투쟁의 은유로 파악한다 하더라도 전 웃으며 박수를 칠까 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뜨개질이 어떤 상징인 것은 맞습니다만 제가 그걸 설명하는 건 아무래도 좀 뭣한 일이군요. 음악가는 음악으로, 미술가는 그림으로 말하는 사람이라면 글쟁이는 글로 말하면 충분하겠지요.

Q-팬터지 소설치고는 결말이 좀 밋밋하지 않나 싶은데요. 이것 역시 팬터지에 대한 편견일지 모르지만. 아니면 그렇게 처리할 수밖에 없었던 어떤 이유라도?

A-결말이 싱거운 것은 원고를 넘겨 드리기로 한 날짜가 갑자기 다가와서...... 하하. 처음부터 결말은 주제의 선고에 의해 그 형태가 정해져 있었으니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말해 놓고 보니 목적론자, 직선적 시간관의 논법처럼 보이는군요. 음음.)

Q-'호라이즌'이란 대체 무엇을 뜻하는 거죠? 물론 소설을 보면 다 나와 있는 것이겠지만, 그래도 저처럼 눈치 느린 독자를 위해 슬쩍 힌트를 주신다면?

A-수평선이나 지평선은 눈에 보이지만 만질 수도, 가 닿을 수도 없는 것이겠지요. 영어에서 호라이즌은 수평선과 지평선을 한꺼번에 아우르는 말이라서 그걸로 사용했습니다. 여담입니다만 아지랑이나 신기루도 생각해 봤습니다. 하지만 호라이즌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되더군요. 인물의 이름으로도 너무 이상하지 않고.(이름을 아지랑이라고 하면 난처하게도 꼭 닌자 이름처럼 보이더군요.) 이것을 형이상학이 그려 왔던 유령, 이데아, 신, 진리, 심지어 헤겔 변증법의 종점 등 무엇으로 해석하든 전 만족하겠습니다.


퍼왔습니다. 인터넷을 뒤지다 우연히 발견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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