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 이론을 정립하고 탄저균∙광견병 백신을 개발한 루이 파스퇴르를 의사나 생물학자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는 '화학자'였다. 그의 초기 관심사는 결정結晶이었는데, 고대부터 포도주 발효 과정에서 생긴다고 알려진 타르타르산 염에 주목했다. 1848년 어느 날, 그는 확대경으로 이 결정 표본을 관찰하다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결정의 종류가 두 가지이며 그것들이 서로 '거울상'이라는 것이다. 파스퇴르는 핀셋으로 결정을 하나하나 분리 했고, 두 종류의 결정이 물리적 성질은 완전히 동일한데, 딱 한 가지만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편광偏光이 지나는 길에 두 가지 다른 결정을 각각 놓아 두면 서로 반대 방향으로 편광 빛을 회전시킨다. 파스퇴르는 이 현상이 개별 분자의 성질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고, 두 종류의 결정이 '거울상 분자'로 구성되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는 대단히 앞선 생각이었지만, 당시에는 분자 구조에 대해 알려진 것이 거의 없었기에 파스퇴르는 여기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25년 후, 야코뷔스 반트 호프가 파스퇴르의 발견을 정확하게 해석했다. 그는 분자 속 탄소 원자가 특정한 3차원 사면체四面體 구조로 다른 원자들과 결합하며, 이 구조가 마치 왼손과 오른손처럼 포개어지지 않는 거울상 분자를 만들어낸다고 제안했다. 이 설명은 현대 유기화학의 초석이 되었고, 반트 호프는 1901년 최초의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거울상 분자의 개념은 실제로 엄청난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 현재 시판 중인 약물의 ~1/2 정도가 거울상 형태로 존재한다. 각각의 거울상을 거울상 이성질체enantiomer라고 하며, 편광을 회전시키는 방향에 따라 S형 또는 R형으로 부른다. 실험실에서 합성할 경우 두 거울상 이성질체가 같은 비율로 존재하는 '라세미' 혼합물이 만들어진다. 한쪽 이성질체가 치료 효과가 더 뛰어난데, 부작용은 두 이성질체에서 거의 동등하게 나타난다. 이는 유효한 이성질체만 투약하면 유효 용량을 절반으로 줄이면서 부작용을 크게 감소시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예로, 비처방 소염·진통·해열제인 '이부프로펜'(상품명, 애드빌)이 있다. S형 이성질체가 항염 작용을 하는 반면, R형 이성질체는 활성이 없다. 그런데 체내에서 R형 이성질체의 일부가 활성형인 S형으로 변환된다. 따라서 이부프로펜의 이성질체 분리는 실익이 없다.
상황이 다른 경우도 있다. 신경 차단이나 경막외 마취에 널리 쓰이는 국소마취제 '부피바카인'의 경우, 심장 독성은 주로 R형 이성질체와 연관되어 있고, S형은 안전하다. 이 경우에는 S형 이성질체를 분리해내는 것은 임상적으로 실질적인 가치가 있다.
농약의 경우, 많이 사용되는 제초제 '디클로르프로프'는 R형만 제초 활성을 가지므로 불필요하게 S형을 환경에 방출할 이유가 없어, R형만 사용이 승인되어 있다.
분자의 비대칭성에 관한 파스퇴르의 선구적인 연구는 분자 구조 이해의 길로 이끌었으며 화학 발전의 근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