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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하면서 씁쓸한 설탕 이야기

작성자박정학|작성시간26.06.23|조회수12 목록 댓글 0

 

8,000여년 전 뉴기니에서 한 원주민이 땅에서 뽑아낸 식물의 줄기를 씹으며 "정말 달콤해"라고 말했을 것 같다. 이렇게 인류의 설탕 사랑이 시작되었다. 사탕수수는 꺾꽂이로 쉽게 번식시킬 수 있다는 것이 알려졌고, 작물화가 시작되었다. 인도 상인들이 태평양 섬들을 탐험하면서 사탕수수를 알게 되었고, 이를 인도에 전파했으며 중국으로도 퍼졌다. 사탕수수를 짜서 나오는 즙을 그대로 두면 달콤한 결정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1세기경 인도에 사탕수수 제분소가 등장했고, 설탕에 대한 지식은 서쪽으로 전파되었다.
 
그리스인과 로마인은 4세기경 설탕을 알게 되었고, 주로 약재로 사용했다. 중동에서는 아랍 농부들이 사탕수수 재배법을 익히고 당분을 능숙하게 추출해냈다. 설탕을 아몬드 등 다른 재료와 결합해 사탕과자 마지팬을 만든 것도 아랍인들이었다. 설탕을 처음 접한 유럽인은 11세기 십자군이었으며, 예루살렘에서 이 달콤한 물질을 들여왔다.
 
사탕수수는 기후가 서늘한 유럽 국가에서는 재배할 수 없었지만, 스페인이 카나리아 제도를 식민지로 삼으면서 이곳이 재배 최적지임을 알게 되었다. 제분소가 세워지고 원주민들이 노예로 동원되었다. 포르투갈도 마데이라 섬에서 같은 방식을 취했다. 콜럼버스는 두 번째 아메리카 항해에서 카나리아 제도의 사탕수수 모종을 현재의 아이티·도미니카 공화국 지역에 심었고, 이로써 카리브해 설탕 산업의 씨앗이 뿌려졌다. 포르투갈인들도 뒤따라 브라질에 사탕수수 농장을 세웠다. 이들은 모종뿐만 아니라 원주민의 활과 화살을 압도하는 총기를 가지고 와서 원주민들을 노예로 삼았다. 설탕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유럽은 아메리카와 카나리아 제도, 마데이라에서 설탕을 공급받게 되었다. 흥미롭게도 설탕은 감미료인 동시에 약재로 여겼다.
 
16세기 독일의 의사이자 식물학자 야코부스 테오도루스 타베르나에몬타누스는 이렇게 썼다. "마데이라나 카나리아 제도의 고운 백설탕은 적당히 섭취하면 혈액을 정화하고 몸과 마음을 강하게 하며, 특히 가슴·폐·목에 좋다. 그러나 열이 많고 담즙질인 사람에게는 해롭고, 쉽게 담즙으로 변하며, 치아를 무디게 하고 썩게 한다. 가루 형태로는 눈에 좋고, 연기로는 감기에 효과적이며, 상처에 밀가루처럼 뿌리면 치유된다…" 적어도 치아를 무디게 하고 썩게 한다는 부분만큼은 정확했다.

커피와 초콜릿이 유럽에 도입되면서 감미료로서의 설탕 수요가 더욱 커졌다. 수요가 늘어나자 농장과 제분소의 노동력 수요도 증가했고, 17세기에 약 50만 명의 아프리카인이 노예로 신대륙에 끌려왔다. 18세기에는 노예제 폐지 운동이 확산되었고, 미국의 노예제 반대론자들은 카리브해산 설탕 대신 메이플 시럽 사용을 장려했다. 그러나 노예제는 미국에서 1866년, 브라질에서 1888년까지 지속되었다.
 
설탕의 원료는 사탕수수만이 아니다. 1747년 독일의 약제사 안드레아스 마르그라프가 흰 사탕무를 하제(下劑)로 사용하던 중 그 단맛에 주목했다. 그의 제자 프란츠 카를 아샤르트가 관심을 갖고 당분이 가장 많은 품종을 찾기 위해 사탕무를 재배했다. 1802년 프로이센에 시범 사탕무 정제소가 세워졌지만, 생산 비용이 사탕수수 설탕과 경쟁하기 어려웠다. 그때 나폴레옹 전쟁과 영국의 프랑스 항구 봉쇄가 시작되었고, 벤자맹 들레세르가 사탕수수 즙을 숯으로 거르는 효율적인 정제법을 개발했다. 나폴레옹이 자신의 목에 걸려 있던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벗어 직접 수여하며 그 공로를 치하했다고 전해진다. 곧 40개의 사탕무 정제소가 프랑스에 설탕을 공급했고, 1920년대 중반에는 250개로 늘어났다. 설탕은 사치품에서 일상 소비재로 탈바꿈했다. 오늘날 세계 설탕의 약 20%가 사탕무에서 생산된다.
 
곡물과 쌀 다음으로 사탕수수는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작물이다. 엄청난 상업적 이윤을 안겨주었지만, 동시에 세계에 '빈 칼로리'를 대량 공급하여 비만 유행과 그 동반 질환인 심장질환·암·당뇨병에 크게 기여했다. 비평가들은, 사탕수수만큼 방대한 땅과 자원을 차지하면서 인류에게 주는 혜택이 이토록 작은 작물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말이 전적으로 옳은 건 아니다. 브라질에서는 설탕을 발효시켜 에탄올을 만들고, 자동차들이 에탄올·휘발유·혼합연료 중 어느 것으로도 주행할 수 있다. 사탕수수 착즙 후 남는 찌꺼기인 바가스는 연소시키면 제분소의 동력원이 되며, 남는 전력은 전력망에 공급된다. 이산화탄소 측면에서 사탕수수는 성장하는 동안 연소 시 방출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바가스는 종이·상자 제조용 펄프나 가구용 파티클보드로도 가공되며, 식품의 식이섬유 함량을 높이는 수용성 식이섬유로도 처리된다.

과도한 설탕 섭취가 문제인 것은 분명하지만, 슈가 하이(sugar high)는 없다. 설탕이 아이들을 과잉행동하게 만든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래도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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