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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가(名家)의 대표, 공손룡의 백마비마(白馬非馬)론

작성자세이지|작성시간20.01.19|조회수423 목록 댓글 0

공손룡은 <백마비마(白馬非馬)> 즉 <흰 말은 말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공손룡의 주장은 상식에 크게 어긋난다.


그는 과연 어떤 논거로서 <흰 말은 말이 아니다>고 주장했는가? 풍우란은 공손룡이 이것에 대해서 세 가지 논증을 제시했다고 말한다.

말은 형태를 가리키고 희다라는 것은 색깔을 가리킨다.
빛깔을 가리킨 것은 형태를 가리킨 것이 아니다.
따라서 흰 말은 말이 아니다.

이 논증에 대해서 풍우란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첫째 말이란 용어의 내포는 동물의 일종임을 나타내고, 둘째 희다란 용어의 내포는 빛깔을 나타내고 셋째 흰 말이란 용어의 내포는 동물에다 색을 더한 것을 나타낸다. 이 세 가지 용어는 각각 그 내포가 다르므로 흰 말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런 풍우란의 설명이 참이라면 공손룡의 논증은 다음처럼 고쳐 써야 한다.

<말>이라는 언어표현은 형태를 가리키고 <희다>라는 언어표현은 색깔을 가리킨다.
빛깔을 가리킨 것은 형태를 가리킨 것이 아니다.
따라서 <흰 말>이라는 언어표현은 <말>이라는 언어표현이 아니다.

이렇게 번역된 논증에 의하면 결국 공손룡의 주장은 <흰 말>의 의미, 내포가 <말>의 의미, 내포와 다르다는 것이 된다. 현대 논리학은 언급과 사용을 구분한다. 가령 <흰 말은 희다>라고 주장할 때 여기에서 <흰 말>은 사용된 것이다. <흰 말은 두 글자 단어이다>라고 말할 때 여기에서 흰 말은 언급된 것이다. 이 사용과 언급을 구분하기 위해 언급된 말은 <흰 말>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즉 인용부호를 사용하여 나타낸다.)

분명히 공손룡이 주장하는 것처럼 <흰 말>의 의미는 <말>의 의미와 다르다. 그러나 이 주장은 <흰 말이 말이 아니다>라는 주장이 의미하는 바와는 다르다.

공손룡이 제시하는 두 번째 논증을 풍우란은 다음처럼 소개하고 있다.

<말을 구하면 황색말, 검정말을 모두 몰고 올 수 있다. 그러나 흰 말을 구하면 황색말, 검정말을 몰고 올 수 없다. 그런데 황색말, 검정말은 다 한 가지이지만 말을 요구할 때만 응할 수 있다. 그것은 흰말을 요구할 때는 응할 수 없다. 따라서 흰말은 말이 아니다.>

말을 구하면 모든 말을 몰고 올 수 있다.
흰말을 구하면 모든 말을 몰고 올 수 없다.
따라서 흰말과 말은 다르다. 즉 흰말은 말이 아니다.

아마도 이 논증은 다음처럼 간략하게 나타낼 수 있다.

말에 연관된 속성들과 흰말에 연관된 속성이 다르다.
따라서 흰말과 말은 다르다.
따라서 흰말은 말이 아니다.

첫째 결론에서 <흰말과 말은 다르다>는 것은 바로 <흰말과 연관된 속성들과 말에 연관된 속성들이 다르다>는 표현이다. 그러나 다음 논증도 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말을 구하면 흰말을 몰고 올 수 있다.
흰말을 구하면 흰말을 몰고 올 수 있다.
따라서 말과 흰말은 같다.

이런 논증을 배제하기 위해서는 <흰말과 연관된 어떤 속성들과 말에 연관된 어떤 속성들이 다르다>라고 표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으로부터 <흰말은 말이 아니다>라는 결론이 도출되는가? 분명히 흰말에 연관된 어떤 속성이 말에 연관된 어떤 속성과 다르다고 할지라도, 그것으로부터 흰말이 말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흰 말은 말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흰말도 말이다>, 혹은 <흰말은 말의 일종이다>라는 결론이 도출할 것처럼 생각된다.

풍우란은 이 논증을 다음처럼 설명한다. <이 논증는 말과 흰 말의 외연이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말이란 용어의 외연은 색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말을 다 포함하고 있으나, 흰말이라는 용어의 외연은 백색에만 한정하였기 때문에 거기에 상응하는 흰 말만을 포함한다. 그러므로 말과 흰 말의 용어의 외연은 다르다. 그러니까 흰말은 말이 아니다는 소리이다.>

이런 풍우란의 설명을 논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흰말>의 외연과 <말>의 외연은 다르다.
따라서 흰 말은 말이 아니다.

전제가 참이라고 해도 결론이 도출되지 않는다. 오히려 다음처럼 고쳐써야 한다.

<흰말>의 외연은 <말>의 외연과 다르다.
따라서 <흰말>이라는 언어표현은 <말>이라는 언어표현이 아니다.

이런 결론은 우리에게 아무런 충격을 주지 않는다. 따라서 공손룡의 주장은 <흰말이 말이 아니다>라는 상식에서 벗어나는 주장이 아니라, 기껏해야 그 내포나 외연에서 <<흰말>이라는 언어표현은 <말>이라는 언어표현이 아니다>라는 극히 상식적 주장이다. 그렇지만 이런 상식적 주장을 공손룡은 왜 하는 것인가? 단지 언급과 사용을 구분하지 못했기에 우리에게 하나의 역설처럼 보이는 것인가? 그것은 그 당시 지성적 배경 속에서 도대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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