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한자교육문화원
설문해자 이야기
‘無’자를 모르면 ‘만수무강(萬壽無疆)’의 뜻을 이해하는 데에 지장이 있다.
의례상 손윗 어른에게 드리는 덕담(德談)으로 흔히 쓰이는 말 중에 ‘만수무강하십시요’라는 말이 있다.
생활용어로는 왠지 어색하기만 하여 이제는 사극 중에서나 편히 들을 수 있는 용어가 된 ‘萬壽無疆’은 뜻밖에도 한자에 관한 우리 지식의 한계를 일깨우는데 좋은 소재가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만수무강’의 뜻을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만큼 귀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만수무강’을 한자인 ‘萬壽無疆’으로 써놓고 풀이를 하려면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萬壽’는 알겠는데 ‘無疆’은?
그러면 이제 ‘만수무강’의 뜻을 구체적으로 풀이해 보자.
‘만수무강(萬壽無疆)’은 ‘萬壽’와 ‘無疆’ 두 개의 문장이 결합된 것으로 ‘萬壽’는 ‘오래오래 수를 누리다’, ‘할아버지 할머니! 오래 오래 사세요’라는 뜻을 나타낸다.
그렇다면 ‘無疆’은 어떻게 풀어야 할까?
‘無疆’은 ‘아무 탈없이’라고 풀이하는 것이 보통이므로 ‘疆’자가 ‘탈’의 의미를 나타내야 하는데 ‘疆’자는 ‘강역(疆域)’이라는 쓰임처럼 주권이 미치는 ‘영토’, ‘땅’, ‘한계’ 등을 나타내는 말이지 ‘탈’이라는 의미와는 상관이 없는 말이다.
그리고 이 때의 ‘疆’이 의미하는 것은 옛날 나라에 벼슬하는 댓가로 받은 ‘땅’ 즉 ‘식읍(食邑)이다. 요즈음으로 말하는 월급, 년봉과 같은 개념의 수입을 의미한다.
따라서 단순히 ‘영토’라는 개념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수입’ 또는 ‘재력’, ‘재산’의 의미로 쓰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無疆’의 풀이에서 겪는 어려움은 ‘疆’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비교적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無’자의 의미에 있다.
지금의 ‘無’자에 대한 이해만으로는 ‘無疆’을 풀이할 수가 없다.
‘無’자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없다’라는 의미 이전에 원래는 ‘무리’, ‘떼’를 나타내는 말이었다.
마치 우두머리가 그를 따르는 많은 무리들을 거느리고 있는 것처럼 ‘無’자는 햇살과 햇살이 거느리는 많은 무리들의 모습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개념을 더욱 분명하게 나타내주는 것이 ‘안개’다.
안개를 나타내는 한자에 ‘霧(안개 무)’가 있는데 이것은 ‘霧’와 ‘無’가 본래 우리말 ‘무’의 의미를 나타내는 같은 개념의 글자들임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왜 안개를 ‘무’라 하는가?
무수한 작은 물방울이 자욱하게 모인 자연현상을 ‘안개’라고 하는데, 이것은 물방울 자체를 해의 미세한 조각 즉 ‘해→햇살→안개’로 변화하는 과정으로 보고 작은 물방울을 ‘햇살이 거느린 무리들’로 인식한 것이다.
‘안개’를 ‘무’라고 하는 것처럼 ‘무’라는 말은 ‘많은 무리’를 나타낸다. 그래서 해의 둘레 또는 달의 둘레에 부옇게 띠를 이루고 있는 것을 ‘해무리’나 ‘달무리’라고 하는 것이다.
따라서 ‘無疆’은 ‘먹고 입고 사는 것이 넉넉하게’라고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無’자의 구성이 그러하다.
이런 내용을 토대로 ‘만수무강’을 풀이하면 ‘넉넉하게 오래오래 사세요’라는 뜻이다.
‘無’자를 본래의 의미로 풀어야 한다는 것은 ‘만수무강’이라는 용어의 기원이 실로 동양문명의 초기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無’자는 ‘무리’, ‘떼’, ‘많다’와는 관계가 없는 ‘없다’라는 의미를 나타내게 된 것일까?
이것은 근본적으로 ‘無’자가 ‘해→햇살→햇살이 거느린 무리’로 전개되는 개념의 분화과정에서 만들어진 글자로, 이 개념‘無’의 근본인 ‘해’의 입장에서 보면 ‘無’자는 비록 해로부터 시작되기는 하였지만 ‘해와 햇살’은 이미 없어지고 나머지 무리들만 남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결국 ‘없다’라는 말은 ‘해가 없다’라는 말이 되는 것이다.
불교의 세계에서 말하는 ‘無’의 세계는 이런 내용 때문에 사회에서 인식하는 ‘無’와 그 성질이 달랐던 것이다.
‘감개가 무량하다’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 다른 해석
‘강疆’ 은 무슨 뜻일까?
강疆 : 한계, 경계, 밭田 과 밭田 사이의 경계를 짓는 일, 구분 짓다, 얽매임, 갇힘
무강 無疆 : 한계(경계) 없이, 제한 없이, 제한받지 말고, 얽매임 없이, 갇힘 없이, 자유롭게
따라서 만수무강은
단순히 그저 오래 살라는 덕담이 아니라
무엇이든 제한받지 말고 자유롭게 오래 살라는 뜻이다
재산에 얽매이거나 질병에 얽매이거나 잡념에 얽매이거나 하는 일 없이 편안하게 오래 살라는 뜻이다
즉, 재산에 얽매어 궁색하게 살거나 질병에 얽매어 고통 속에 살거나 잡념에 얽매어 분열증환자처럼 살거나 하는 일 없이 행복하게 오래 오래 살라는 덕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