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지식 발전소

[우리말 어원] 갈보

작성자독회바|작성시간15.09.18|조회수342 목록 댓글 0

화냥년, 빈대

갈보는 웃음을 팔고, 그러다가 돈에 매여 몸을 파는 계집을 말한다. 그렇건만, `화냥년`과는 조금 다르다. 화냥년이라 해서 몸 팔고 웃음 팔고 하지 않은 건 아니나, 갈보처럼 간판 내건 것이 아니고, 본디는 안해야 할 처지의 계집이 품행이 좋지 않아서 그렇게 된다는 쪽에 좀더 중점이 있기 때문이다.

화냥년(환향녀)은 "청나라로 끌려갔다 고향으로 돌아온 여인"이라는 아픈 역사는 별론으로 치고, 서방질하는 계집이다. 슬쩍슬쩍 남의 눈을 기이면서 할 수도 있는 일이어서, 갈보처럼 내놓고 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

`갈보`라는 우리말은 기생(妓生)같은 말과 같이, 일본으로 수출된 말이기도 한데, 그들의 책에 더러 한자로 갈보(蝎甫)라 표기하고, 우리 사람들도 그와 같이 표기했던 일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외상`을 외상(外上)으로 `마감`을 마감(磨勘)으로 쓰는 것과 마찬가지로 `갈보`라는 토박이말의 취음에 지나지 않는다.

그 `갈보`란 말은 `가르보`라는 여자 배우 이름에서 온 것이 아니냐는 말이 있었다. 그는 스웨덴 테생의 미국 여배우 `그레타 가르보`이다. 1920~30년대 특히 그 미모로 해서 세계 영화 애호가들의 간장을 녹여낸 여배우다. 그런데 그가 맡은 역 가운데는 갈보 같은 구실도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무슨무슨 영화에서의 가르보(갈보) 같은 년..." 어쩌고 하다가 나중에는 아예 웃음과 몸을 파는 여자 일반을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 이 어원설 주창자의 해설이다.

그럴듯해 뵈지만 그렇지는 않다. 소리가 비슷해서 잠깐 피의자가 되었다는 것뿐이다. 그레타 가르보는 1906년 태생이다.

그런데 일본 사람으로 한국학에 관심이 높았던 이마무라의 <조선풍속집>에 `갈보`라는 말이 나온다. 이 책은 1914년에 나왔으니까 그레타 가르보가 여덟살 되던 해이다. 그러니 그 가르보로 해서 갈보라는 말이 생겼다는 말은 설득력을 잃었다.

그렇다면 어디서 왔을까. 바꾼다는 뜻의 `갈다`에 뚱뚱보, 털보, 울보... 할 때늬 그 뒷가지 `-보`가 붙어서 이루어진 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사내를 이 사람 저 사람 자꾸 바꾸기 잘하는 사람이란 뜻으로 되겠기에 말이다.

울보는 울기를 잘하듯이 갈보는 갈기(바꾸기)를 잘한다. 그런 출발의 갈보 아니었을까 하는 말이다. 빈대의 속어가 갈보라는 것도 덧붙여 두고자 한다. 지금이야 빈대라는 물것을 거의 볼 수가 없다.

그러나 둥글납적하게 생긴 이 물것 성화에 잠 못 이룬 과거를 가진 사람들도 적지가 않다. 암수 가릴 것 없이 사람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것이 빈대이다. 그러고 보면 사람의 피를 빤다는 점에서 `사람 갈보`와 공통된다. 갈보는 사내의 가슴에 빈대처럼 찰싹 달라붙어서 정신의 피, 돈의 피를 빨아댄다. 빈대가 피를 빠는 것과 같다. 사람 갈보는 여자지만 빈대는 수놈까지도 그만 갈보로 되고 만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