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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훈 (趙芝薰) - 주도 18단

작성자루아흐|작성시간16.06.12|조회수1,107 목록 댓글 0

조지훈 (趙芝薰, 1920년 12월 3일 ~ 1968년 5월 17일)


주도에도 급수와 단이 있다는 글

조지훈의 酒道有段論

(조지훈(趙芝薰)의 '술은 인정이라')

술을 마시면 누구나 다 기고만장하여 영웅호걸이 되고 위인 賢士도 안중에 없는 법이다. 그래서, 주정만 하면 다 주정이 되는 줄 안다. 그러나, 그 사람의 주정을 보고 그 사람의 인품과 직업은 물론 그 사람의 酒歷과과 酒力을 당장 알아낼 수 있다. 주정도 교양이다. 많이 안다고 해서 다 교양이 높은 것이 아니듯이 많이 마시고 많이 떠드는 것만으로 酒格은 높아지지 않는다. 酒道에도 엄연히 段이 있다는 말이다.

첫째, 술을 마시는 연륜이 문제요,
둘째, 술을 마신 친구가 문제요,
셋째, 마신 기회가 문제며,
넷째, 술을 마신 동기,
다섯째, 술버릇 이런 것을 종합해 보면 그 단의 높이가 어떤 것인지를 알 수 있다.

1) 불주(不酒): 술을 아주 못 먹진 않으나 안 먹는 사람.
2) 외주(畏酒): 술을 마시긴 마시나 술을 겁내는 사람.
3) 민주(憫酒):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으나 취하는 것을 민망하게 여기는 사람.
4) 은주(隱酒):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 않고 취할 줄도 알지만 돈이 아쉬워서 혼자 숨어 마시는 사람.
5) 상주(商酒): 마실 줄도 알고 좋아도 하면서 무슨 잇속이 있을 때만 술을 내는 사람.
6) 색주(色酒): 성생활을 위하여 술을 마시는 사람.
7) 수주(睡酒): 잠이 안 와서 마시는 사람.
8) 반주(飯酒): 밥맛을 돕기 위해서 마시는 사람.
9) 학주(學酒): 술의 眞境을 배우는 사람(酒卒).
10) 애주(愛酒): 술의 취미를 맛보는 사람(酒徒).
11) 기주(嗜酒): 술의 진미에 반한 사람(酒客).
12) 탐주(耽酒): 술의 진경을 체득한 사람(酒豪).
13) 폭주(暴酒): 酒道를 수련하는 사람(酒狂).
14) 장주(長酒): 주도 삼매에 든 사람(酒仙).
15) 석주(惜酒): 술을 아끼고 인정을 아끼는 사람(酒賢).
16) 낙주(樂酒): 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 술과 더불어 유유자적하는 사람(酒聖).
17) 관주(關酒): 술을 보고 즐거어 하되 마실 수는 없는 사람(酒宗).
18) 폐주(廢酒〔涅槃酒〕): 술로 말미암아 다른 술 세상으로 떠나게 된 사람.


불주·외주·민주·은주는 술의 眞景·진미를 모르는 사람들이요,
상주·색주·수주·반주는 목적을 위하여 마시는 술이니 술의 眞諦를 모르는 사람들이다.
학주의 자리에 이르러 비로소 주도 초급을 주고, 주졸이란 칭호를 줄 수 있다.
반주는 2급이요, 차례로 내려가서 불쥬가 9급이니 그 이하는 斥酒 反酒黨들이다.


애주·기주·탐주·폭주는 술의 진미·진경을 悟達한 사람이요,
장주·석주·낙주·관주는 술의 진미를 체득하고 다시 한번 넘어서 任運自適하는 사람들이다.
애주의 자리에 이르러 비로소 주도의 초단을 주고 酒徒란 칭호를 줄 수 있다.
기주가 2단이요, 차례로 올라가서 열반주가 9단으로 명인급이다. 그 이상은 이미 이승사람이 아니라 단을 매길 수 없다.

그러나 주단의 단은 때와 곳을 따라 그 질량의 조건에 따라 비약이 심하고 강등이 심하다. 다만, 이 대강령만은 確乎한 것이니 유단의 실력을 얻자면 수업료가 기백만금이 들 것이요, 수행연한이 또한 기십년이 필요할 것이다(단, 천재는 此限에 부재이다)


■ 조지훈 약력

1920년 12월 3일 경상북도 영양군에서 출생
본명은 조동탁(趙東卓). 본관은 한양(漢陽)
동국대학교의 전신인 혜화전문학교를 졸업
1939년 <문장(文章)>지의 추천을 받아서 '고풍의상(古風衣裳)'이라는 시로 등단

그 외의 작품으로는 승무(僧舞), 봉황수(鳳凰愁) 등이 있다. 또한 고려대학교의 '호상비문'을 지었다.1946년 박목월, 박두진과 시집 <청록집(靑鹿集)>을 간행하여 '청록파'라고 불리게 되었다.

'지조론'이라는 수필을 통해 이승만 정권 및 정치인들의 지조없음을 꾸짖은 전례가 있을 정도로 대쪽같은 인물이었다. 후배 문인 중엔 대선배인 서정주보다 그를 존경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승만 과 박정희 독재정권에 비판적이었다. 이승만 정권 때는 민권수호국민총연맹, 공명선거추진위원회 등에 적극 참여했다.


다만 정치적 성향 자체는 진보가 아니라 어느정도 보수적이었던듯 하다.

신경림 시인에 의하면 생전의 지론이, 부도덕하고 경박한 진보주의자보다 도덕적이고 성실한 보수주의자가 역사에 더 많이 기여한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정부와 대립하면서 강경하게 나가는 진보적 문인들에게도 한 소리 했다는 말도 있다.

사실 이해가 갈만한게 조지훈 자신부터가 명문가 출신인데다가 한의학자 겸 정치가였던 부친 조헌영이 6.25 전쟁 때 납북되고, 조부 조인석은 6.25 전쟁때 좌익 청년들이 자신을 모욕하고 집안에서 난리를 쳐대자 그 수치감에 자살해버렸기 때문이다.

바둑의 급수에 빗대어 술꾼의 등급을 매긴 주도 18단이란 글이 유명하다.

1968년 5월 17일 사망. 고혈압으로 토혈한 후 입원했는데, 기관지확장증 합병증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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