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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시래기(망둥어)회 광어회 보다 맛있어

작성자세이지|작성시간17.08.20|조회수4,293 목록 댓글 0

https://youtu.be/IPKuOwrUmUs


박태성 두류문화연구원 연구원


어린 시절 갈대밭 사이로 헤집고 들어가서 참게도 잡고, 썰물 동안에 웅덩이에서 미처 못 빠져나간 물고기도 잡고, 물새 집에서 새알도 꺼내는 등 온갖 놀이를 하였다.

이러한 갈대밭 바닥에 사람을 피해 팔딱거리며 빠르게 뛰어다니는 물고기가 있었는데 그놈이 바로 망둥어였다. 아이들은 이 망둥어를 물고기로 취급하지도 않았고 먹을 생각도 안했다.


반면 새벽이나 밤이면 물속 모래밭 가에 떼로 줄지어 누워있는 꼬시래기(소래미)는 횟감으로 인기였다.

가만히 다가가 물낮은 모랫바닥에 소쿠리를 들이대면 소래미가 깜짝 놀라며 소쿠리 속으로 몇놈 들어왔다. 대부분의 소래미(꼬시래기)는 그 놀라는 순간 호흡을 잘못하였는지 모래를 입에 물고 있기 마련이다.

통에 넣고 물을 넉넉히 부어주면 이놈들이 잡힌 줄도 모르고 머리를 마주대고 졸고 있다. 그러는 동안 입에 물었던 모래를 뿜어낸다. 그쯤이면 배고픈 아이들은 한 두어 놈을 꺼내어 풀이나 천에 비늘을 썩 문지르고 손으로 배를 따서 그냥 통째로 초장에 찍어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나머지는 갈대밭을 뒤져서 마른 갈대를 걷어와 불을 지피고 꼬치를 만들어 구워먹으면 역시 통째로 먹을 수 있다.

어릴 적 나는 물에 누워서 잠자는 소래미와 갈대밭에서 뛰어다니는 망둥어가 전혀 다른 어종인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알고 보니 같은 어종이다.

조선후기에 선비인 김려가 쓴 <우해이어보> 첫머리에 기록된 물고기가 문절어(文節魚)인데 이 문절이가 바로 망둥어이고 꼬시래기다.

문절어라는 이름은 문절이·문절어(순천·고흥·진해), 망둑이(경상지역), 운저리(진도), 고생이(포항·강구), 문저리(통영), 꼬시래기·소래미(부산·마산) 등으로 불리고 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서는 어미를 잡아먹는다 하여 무조어(無祖魚)라 했고, <우해이어보>에서는 문절어, 수교, 해궐이라 하였다. 또한 서유구의 <전어지(佃漁志)>에는 민물에 사는 망둥어의 눈이 망원경 모양과 같다고 해서 망동어(望瞳魚), 뛰며 돌아다니는 물고기라는 뜻으로 탄도어(彈塗魚)라고 기록하였다.

김려는 문절어가 물가에 나란히 누워 머리를 바깥으로 두고 줄을 지어서 잠을 자기 때문에 이것을 잡을 때 긴 장대 끝에 통발 같은 것을 달아 멀찍이서 내려덮쳐서 가두어놓고 손으로 잡는다고 하였다.

쏘가리보다 더 맛있으며 불면증이 있는 사람이 먹으면 좋다고 하였다. 이 물고기가 잘 자는 습성이 있는 것에 기대어 이것을 먹으면 사람도 잠을 잘 잘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창원에서도 바다와 하천이 만나는 봉암만 일대, 진동만 일대, 웅동만 일대는 꼬시래기가 지천으로 살던 곳이다. 그중 마산 봉암은 70년대까지 전국적으로 꼬시래기회가 유명하였다. 강 언덕에서 강 한가운데로 나무다리나 철다리를 놓아 그 끝에 원형으로 집을 지어 만든 봉암 수상 꼬시래기 횟집들은 전국에서 많은 미식가들을 불러 모았다. 그 명성만큼 꼬시래기가 많이 팔렸기 때문에 진동과 진해에서 어부들이 배로 싣고 와서 공급하기도 하였다. 그러므로 봉암에는 꼬시래기를 사고파는 장이 있었다.

횟집은 현재의 봉암다리 건너 적현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었는데 '봉암장', '여사장집', '청학장', '제일옥별장' 등이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도 이곳을 지나가다가 수상횟집이 있는 것을 보고 차를 돌려 들어가 보았다. 사람들이 먹는 꼬시락회가 무엇인지 물어보고 자기도 그것을 시켜 맛나게 먹고 진해에 들를 때면 가끔 찾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또한 고고학자이자 미술가로 이름난 삼불 김원룡 선생도 진해 웅천의 자마산 발굴현장에 왔다가 웅천의 한 허름한 식당에서 꼬시래기를 먹고 평생 기억했다는 일화도 있다. 지금도 꼬시래기 철이 되면 어시장 횟집에서 꼬시래기 회를 맛볼 수 있다. 한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들 때이니 지금이 그 철이다. 진동 일대에는 지금도 꼬시래기가 잘 잡히는데 아침 일찍 어판장으로 가야 구할 수 있다.

꼬시래기와 관련된 속담은 전라도와 경상도에 많이 분포한다. '꼬시래기 제살 뜯기'(경상도), '망둥어 제 동무 잡아먹는다'(전라도), '망둥어가 뛰니 빗자루도 뛴다'(전라도), '바보도 낚는 망둥어', '망둥어가 뛰니 꼴뚜기도 뛴다'는 속담에서 꼬시래기는 천한 혹은 정신없는 대상으로 인식된 반면 '날마다 망둥어 날까'라는 속담은 아무리 흔한 것이라도 때에 따라서는 매우 귀하게 쓰임을 말한다. 창원지역에서는 '꼬시래기 제 살 뜯기' 즉 친한 형제나 친구, 혹은 가족 간에 서로 헐뜯어 스스로 상처를 당하는 것에 비유하는 속담이 가장 많이 사용되었다


가을바다 망둥어를 ‘꼬시래기’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영규 기자

남 안에서 낚이는 망둥어는 대부분 문절망둑이다. 문절망둑은 서해안의 풀망둑보다 덩치는 작지만 맛은 더 좋다. 특히 부산, 진해, 창원, 고성, 하동 등지의 경남 해안가 낚시인들에게 문절망둑은 매우 친숙한 고기다. 이 지역의 바닷가 사람들은 어릴 적 멱을 감을 때부터 짧은 대나무 낚싯대를 들고 허리 깊이까지 들어가 문절망둑을 낚은 추억이 있다. 수도권 낚시인들이 가까운 서해 갯벌에서 망둥어낚시로 바다낚시에 입문하듯 경남지역의 낚시인들도 문절망둑낚시로 바다낚시를 시작하는 사람이 많다.

특히 문절방둑의 회 맛은 서해안의 풀망둑과는 비교불가다. 풀망둑은 특유의 흙냄새가 강하고 살점이 물러 회 맛이 떨어지는 반면 풀망둑은 잡내가 없고 살이 단단해서 뼈회를 만들어 된장과 참기름을 섞은 양념장에 찍어 먹으면 아주 고소하다. 경남에선 문절망둑을 꼬시래기라 부르는데, 맛이 고소하다는 뜻에서 붙은 이름이다.

대체로 문절망둑은 강이나 하천이 유입되는 기수역 중 뻘이 있는 곳에 많이 서식한다. 그래서 다른 고기에 비해 약간 더러운 물에도 잘 산다. 하지만 대다수 문절망둑 낚시터는 뻘밭에서 일어난 탁수대일 뿐 오염된 물은 아니다.

부산에서는 낙동강 하구둑에서 가까운 강서구 명지동 일대, 창원에서는 마산만과 진동면, 구산면 일대의 선착장과 방파제, 사천만 일대 등이 문절망둑이 잘 낚이는 곳들이다. 그 외에도 민물이 유입되고 뻘층이 형성된 곳이라면 어느 곳에나 문절망둑이 서식하며 전남의 여수와 순천, 고흥, 강진, 해남 등의 내만에서도 문절망둑이 낚인다.

▲뼈회로 만들어져 나온 꼬시래기회. 양념장에 찍어 먹으면 입 안에서 고소한 맛이 진동한다.

부산시 강서구 명지동 중리포구에 전설적인 꼬시래기 횟집이 있다. 중리포구 김 위판장 앞에 있는 영광미소네집은 30년째 꼬시래기 회를 팔고 있다. 내가 멀리 수원에서 회 맛을 보러왔다고 하자 안주인 김옥선씨(70)는 경상도 아지매 특유의 괄괄한 말투로 “지금 횟감이 들어와 수조의 물을 갈고 있으니 한 이십분 정도 기다리라”고 했다.

그런데 회 값이 생각보다 비쌌다. 중자 4만원, 대자 5만원! 요즘 한창 인기 있는 전어회만큼 비쌌다. 꼬시래기가 다른 고기처럼 쉽게 공급되지 않는 게 회값이 비싼 이유였다. 나는 “사진 촬영 겸 혼자 먹을 것이라 중자도 필요 없다”고 3만원어치만 썰어 달라고 했는데, 아주머니는 흔쾌히 그렇게 해주었다.

씹을수록 신선함과 고소함이 진동

내가 명함을 건네며 회 뜨는 과정을 촬영하겠다고 하자 “이제는 블로그고 뭐고 귀찮다”며 제발 얼굴 안 나오게 찍으라고 한다. 이미 20년 전부터 유명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들이 수없이 다녀간 곳이라 매스컴도 귀찮다는 눈치였다.

창원의 횟집을 모두 돌아다녔는데도 꼬시래기회 파는 곳을 못 봤다고 하자 “요즘은 꼬시래기가 귀하다. 부산에서도 지금은 우리 집에만 꼬시래기가 들어온다. 오늘은 5킬로그램 정도 들어왔는데 내가 이 정도 받을 정도면 다른 집은 공급받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문절망둑은 어부들이 통발을 놓아 잡는데 갈수록 어획량이 줄고 있다고 한다.

김옥선씨가 꼬시래기회를 뜨는 과정을 촬영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이대는데 손놀림이 너무 빨라 핀을 맞추기 어려울 정도였다. 머리와 내장을 제거하고 지느러미까지 모두 떼어내는데 10초나 걸렸을까? 김옥선씨는 “꼬시래기는 여러 마리를 손질해야 하므로 속도가 중요하다. 다른 사람을 시키려고 해도 손이 너무 느려 안 된다”고 말했다. 꼬시래기 손질 30년의 내공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식탁에 오른 꼬시래기 회는 너무나 깔끔하게 손질돼 원래의 형태를 떠올리기 힘들 정도였다. 드디어 시식의 순간. 젓가락으로 듬뿍 회를 집은 후 양념장에 푹 찍어 입 안에 넣고 씹자 갓 장만한 뼈회 특유의 신선함과 고소함이 입 안에서 진동한다.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회 맛이 살아났는데 도다리 뼈회보다 약간 더 시원하고 깔끔한 느낌이었다. 김옥선씨는 “이제 막 꼬시래기가 맛이 들기 시작했다. 앞으로 한 달 정도만 더 있다 오면 꼬시래기 회가 왜 꼬시다는 것을 제대로 실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1월 20일경이 되면 영광미소네집에선 하구둑 인근에서 나는 김에 꼬시래기회를 무쳐주는데 단골들은 그냥 뼈회로 먹을 때보다 훨씬 감칠맛이 나고 향이 좋다고 한다.

●영광미소네집 011-1757-1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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