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춧돌과 그랭이질
땅을 파고 콘크리트를 타설한 후 그 위에 철근을 조밀하게 엮고 다시 그 위에 일정한 두께의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것이 현대 건축의 기초다.
과거에는 주춧돌이 기초의 전부였다. 기둥 둘레보다 두 세배 쯤 하는 넓고 두꺼운 돌을 놓고 기둥을 세웠다. 콘크리트가 보급되기 전 우리나라의 건축물은 초가든 기와집이든 궁궐이든 이러한 기초의 방법엔 차이가 없었다.
이러한 주춧돌 공법의 백미는 그랭이 질이다. 그랭이는 불과 34여 년 전 까지도 흔하게 사용하던 건축 관련 용어였다.
문헌에 따르면
그랭이는 얇은 대나무로 만든 집게 모양의 연장으로 집게의 한쪽 다리에 먹을 찍어 선을 그릴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랭이칼 또는 그래자라고도 부른다.
그랭이를 사용하여 부재의 울퉁불퉁하고 불규칙한 모양을 그대로 다른 부재에 옮겨 그리는 일을 그랭이질 또는 그래질이라고 하는데, 이는 기둥을 초석 위에 세울 때, 벽이나 문설주가 배흘림 기둥과 만날 때, 도리에 추녀를 앉힐 때와 같이 한 부재의 모양에 따라 다른 부재의 면을 가공해주어야 할 때 필요한 작업이다.
가령, 기둥을 초석 위에 수직으로 세우고 그랭이의 두 다리 가운데 먹물을 묻힌 쪽은 기둥 밑둥에, 나머지 한쪽은 초석의 윗면에 닿게 하여 초석의 높낮이를 따라 상하로 오르내리면서 기둥을 한바퀴 돌면 기둥 밑둥에 초석의 요철에 따른 선이 그려진다. 이를 그랭이 선이라 하는데 기둥을 다시 뉘어 그랭이선 아랫 부분을 끌로 따내고 다시 기둥을 세우면 기둥 밑면과 초석이 밀착되어 기둥이 기울어지지 않는다.(그림으로 보는 한국건축용어(김왕직,2000년,발언)
그랭이질의 대상이 기둥이었던 것은 돌보다 가공이 쉬웠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금처럼 석재가공의 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정과 망치를 이용한 석재가공이 전부였다. 반면 목재의 가공은 톱과 대패 등이 발달하고 끌을 이용한 가공읗 통해 기둥의 아랫면을 돌의 모양에 맞게 그랭이질 하기 쉬웠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