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옥님)
● 실패한 미래는 그렇게나 매도하면서 도대체 상처 입은 과거의 무엇을 보호하고 싶었던 건지 모르겠다. 훗날의 자신이 멱살을 잡으러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한 번도 못 해본 모양이었다.
(박영옥님)
● 역시 아니다. 나는 개미 한 마리 못 죽이는 놈이다. 그 점이 21세기의 도덕적인 사람이라는 위안과 동시에 커다란 수치심을 준다. 자각할 때마다 닥치는 대로 아무 데나 발길질을 해서 뭐라도 겁주고 싶어진다. 그러다가도 공연히 다리를 들어가며 허둥댈 모습이 또 얼마나 꼴사나울지 생각하면 깊은 슬픔에 잠기고 마는 것이다. 아, 도대체 무엇에 분노하고 무엇을 욕망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세상은 한없이 난해하다.
(이신정님)
● 더군다나 아빠의 말이 완전히 맞는 것도 아니었다. 인간관계에 심드렁해져서 자발적으로 연락을 끊은 것은 내 쪽이었다. 그것을 ‘불러주는 곳도 없다’고 표현하는 것은 연애로 치면 찬 쪽과 차인 쪽을 착각한 무례나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그런 말이 곧장 튀어나왔다는 건 아빠가 평소 딸을 어떻게 보고 있었는지 드러내는 반증이 아닌가.
(서은혜님)
● 하필이면 내가 앉은 테이블은 그 넓은 술집의 정중앙이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자의식이 불운을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것만 같았다. 직접 자리를 옮겨봐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테이블째로 세상에서 추방당한 것만 같은 소외감에 버둥거리느라 사방이 보이지 않았다.
(박은희님)
● 자신들이 지금껏 어디로 끌려왔고 앞으로는 또 어디로 가게 될지 의문 하나 없는 도살장의 소떼들 같다.
(김경애)
● 방금 전 꺼낸 생각이 되돌아왔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변호인도 검사도 더는 보이지 않았다.
다만 안쪽 어딘가에서 꺼진 줄 알았던 무언가가 미세하게 일렁이고 있었다.
(정혁현님)
● 적당할 때 동년배가 치르는 인생 과업에 끼어드는 일이 차라리 덜 피곤해 보였다.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많은 것이 그대로다.
- 라캉이 '행위act'와 '행동action'의 차이에 대해 어떻게 말했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