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옥님)
● 모순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만둘 수 없었다. 그 별명에 가장 먼저 찔려야 할 사람이, 정작 누구보다 그 별명을 따라 그녀의 몸을 훑고 있었다
(박영옥님)
● 사람과 사람 사이에 어떤 끈이 생기는 데에는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그 한 달 동안 다시 배우고 있었다.
(서은혜님)
● 코로나가 휩쓸고 지나간 뒤 동네 목욕탕들은 하나씩 사라졌다. 그 자리마다 카페나 빈터가 들어섰다. 그래도 7층 상가 건물은 살아남았다. 엘리베이터는 늙은 짐승처럼 끙끙거리며 6층에 멈춘다. 문이 열리기도 전에 습한 공기와 비누 향이 코끝을 건드린다. 그 냄새를 맡는 순간 어깨가 내려간다. 한 주를 버텼다는 신호다.
탈의실에서 옷을 벗는다. 사물함 문을 닫으면 회사 이름도, 직급도 함께 갇힌다.
(송하연님)
● 한때 나도 그런 식으로 불린 적이 있었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야근과 스트레스로 살이 부쩍 줄었던 시기였다. 동기들 사이에서 '뼈말라'라는 말이 따라다녔다. 누군가는 부럽다고 했고, 누군가는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식사량을 캐물었다. 둘 다 똑같이 피곤했다. 어느 쪽이든 시선은 늘 몸에 먼저 닿았다. 사람보다 몸이 먼저 읽히는 경험. 그게 어떤 기분인지 알고 있었다.
(이신정샘)
● 그 말이 오래 남았다. 손바닥을 들여다보며 생각했다. 몇 달 전, 이 손바닥이 그녀의 등을 읽었다. 가느다란 등뼈, 오랜 긴장, 길어지던 숨소리. 그 감촉이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아이를 만나러 가는 날의 전날 밤. 그녀에게 이 목욕탕은 단순한 안식처가 아니었다. 설레고 무서운 밤을 예열하는 의식이었다. 그런데 두 달째 그 의식을 치르러 오지 않는다.
(이정훈님)
● 그냥 누군가 옆에 와서, 별 의미 없는 말을 던지고 가는 것. 걱정도 동정도 아닌, 그냥 옆자리에 앉는 것. 그녀에게도 그런 누군가가 한 명쯤 있었으면 했다.
(정혁현님)
● 손바닥을 들여다보며 생각했다. 몇 달 전, 이 손바닥이 그녀의 등을 읽었다. 가느다란 등뼈, 오랜 긴장, 길어지던 숨소리. 그 감촉이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김경애)
● "네."
그것이 대답의 전부였다. 그것도 소리라기보다는 옅은 입김 같았다. 흐린 날 낮게 깔린 구름이 제 몸을 비비는 소리처럼 낮고 습했다. 들리는가 싶으면 곧 수증기와 섞여 흩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