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염려, 불안)과의 밧줄 당기기를 멈추고 창문을 열다(2026년 6월 집단상담 후기)
6월 정기모임은 스티븐 헤이즈(Steven C. Hayes) 교수의 수용전념치료(ACT, 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라는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덕분님, 윤슬님, 소하님, 시냇물님, 아무나님, 맑음님, 행복님, 늑대님까지 총 8분의 나다움을 나눈 풍성한 자리였습니다.
1. 마음의 날씨, 그리고 통제할 수 없는 것들
모임의 문은 각자의 '마음의 날씨'를 나누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긴 장마 끝에 찾아온 청량한 햇살을 만끽하는 이도, 곧 몰려올 폭풍우 앞에 긴장하는 이도, 잔잔한 평온함에 감사하는 이도 있었습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의 날씨를 우리가 바꿀 수 없듯, 우리 내면의 걱정, 후회, 불안 역시 억지로 바꿀 수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마음의 날씨를 그저 무기력하게 견뎌야만 하는 걸까요?
2. 우리가 쥐고 있는 걱정의 무게
이어진 나눔에서는 저마다 가슴속에 품고 있던 오랜 걱정의 보따리들이 풀어졌습니다.
- 기대를 무너뜨린 타인에 대한 아련한 원망
- 어린 시절 어머니와 겪었던 마음 아픈 기억
- 직업을 갖기까지 마주해야 했던 치열한 힘겨움
- 아이와 나를 동일시하며 겪었던 깊은 절망과 안도감
자녀가 나의 기대와 다른 길을 갈 때 부모는 흔히 절망하지만, 시간이 흘러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아이를 보며 비로소 '괜한 걱정을 했구나' 하며 안도하곤 합니다. 돌이켜보면 대부분의 걱정과 염려는 시간이 지나면 안개처럼 사라지지만, 우리는 또다시 새로운 걱정거리를 찾아내어 마음을 괴롭히곤 합니다. 걱정과 염려 그 자체가 우리가 직면한 문제나 괴로움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는 엄연한 진실을 다시금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3. 괴물과 밧줄 당기기: Drop the Rope!
ACT에서는 우리의 일상을 '낭떠러지를 사이에 두고 불안·걱정이라는 괴물과 줄다리기를 하는 상황'으로 비유합니다. 괴물을 이기기 위해 줄을 세게 당길수록, 괴물 역시 더 큰 힘으로 우리를 낭떠러지로 끌어당깁니다. 이 끝없는 싸움을 끝내는 유일한 방법은 괴물을 힘으로 이기는 것이 아니라, '그냥 밧줄을 놓아버리는 것(Drop the rope)'입니다.
모임원들은 각자 삶에서 밧줄을 놓았던 삶의 예외적인 경험들을 공유해 주셨습니다.
- 아이에게 향했던 과도한 관심을 나에 대한 돌봄으로 돌리고 아이의 삶을 존중하기 시작했을 때
- 미래에 대한 기대가 무망감으로 가득 찼을 때, 역설적으로 그 기대를 내려놓음으로써
- 감당하기 힘든 외부의 충격 앞에서 외부가 아닌 나를 다시 바라보게 되었을 때
우리는 걱정하는 '생각 속의 나'와 본질적인 '관찰하는 나'를 구분하고, 나와 타인의 경계를 바르게 세울 때 비로소 밧줄을 놓을 수 있는 내면의 공간이 생긴다는 결론에 닿았습니다.
4. 미니 워크숍: 내 생각과 거리두기 (인지적 탈융합)
마지막 활동으로 나를 지배하는 생각과 걱정에 이름을 붙이고 외현화하는 '생각과 거리두기'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생각을 내가 아닌 타인으로 바라보며 거리를 두는 연습이었습니다.
예시:"내 마음속에 완벽해지려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네. 이 친구에게 '완벽주의 부장님'이라는 닉네임을 붙여주자. 어라, 완벽주의 부장님이 또 마이크를 잡고 방송을 시작했네? '부장님, 내 미래를 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하지만 난 지금 쉬고 있으니까 좀 쉴게요!'“
모두가 자신의 생각에 위트 있는 이름을 붙이고 외현화하면서, 나를 지배하던 생각의 힘이 한풀 꺾이는 경험을 했습니다.
5. 모임을 마치며: 창문을 열어 세상을 바라보기
"생각과 감정을 나라고 확신하지 말자. 이따위!!! 까짓것!!!"
갇힌 방 안에서 창문을 열지 않으면 오직 불완전하고 초라한 나만 보게 됩니다. 하지만 용기 내어 창문을 활짝 열면, 내면의 감옥을 벗어나 광활하고 아름다운 진짜 세상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번 모임은 머리로만 이해하는 인지적 대화가 아니라, 나의 ’걱정과 불안‘을 있는 그대로 직면하고 수용하는 '생생한 경험의 시간'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자신을 깊이 있게 돌아보며 정체된 나를 일으켜 세우는 의미 있는 언어들을 가슴에 품고, 우리는 또 한 걸음 성장한 모습으로 토론을 마무리했습니다.
2026.06.08
경주 용강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