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을은
구리 5기 김지은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모를 이야기만 남긴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시월의 마지막 날이면 어김없이 라디오에서 들리는 이 노래, 스무 살 시절 시월의 마지막날이면 약속이나 한 듯이 친구들과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이 노래를 들으며 우리의 미래를 얘기하며 웃고 또 울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언제부턴가 잊고 있었던 이 노래를 오늘 옛친구에게서 카톡으로 전해들었다. 새삼 나의 예전 추억들을 떠올리면서 잠 못 이루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있다.
어제까지만해도 아이들을 재우면서 나도 같이 잠들어 아침을 맞이하곤 했는데, 이상하게도 오늘은 아이를 재우고도 잠이 오지 않는다. 이 노래 탓일까? 아님 가을밤을 보내기 싫은 탓일까?
나는 시월을 가을의 절정이라고 생각한다. 구월은 여름의 잔상이 남아있고, 십일월은 벌써 겨울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시월은 화려한 단풍을 만끽하는 것만으로도 가을을 느끼기에 충분한 계절인 것 같다. 이십 대에는 가을이면 친구들과 어김없이 기차를 타고 멀리 단풍구경을 다니기에 바빴다. 또 단풍나무 아래 이쁜 척하고 있는 나의 사진을 찍어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삼십 대에는 아이를 낳고 키우느라 가을이 왔다갔는지 가을의 단풍이 들었는지도 모르는 사이에 지나가 버렸다. 그리고 이제 잠깐 숨 돌리고 나니 벌써 내 나이 사십이 되었다.
아이들도 이제 어느 정도 자라 내 손이 덜 가고 문득 거리를 나서보니 벌써 단풍이 물들어 가을이 왔음을 느꼈다. 철없던 시절엔 몰랐었는데, 올해 단풍은 유난히도 예뻐 보인다. 그래서인지 예전엔 단풍나무 아래 내 모습을 사진 속에 담아두었다면, 이젠 그 예쁜 단풍을 내 마음 속에 담아둔다. 다음 가을까지 잊어버리지 않도록….
그리고 이 단풍나무들을 보면서 화려한 빛깔을 내기 위해 추운 겨울과 봄, 여름을 얼마나 힘들게 견디고 기다렸을까 하는 측은하고 기특한 엄마의 마음도 느껴진다. 이것이 내가 나이 든 탓일까?
어쨌든 나는 아이에게도 단풍을 바라보는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힘들고 어려운 일이 생기겠지만 다 겪고 나면 화려한 단풍나무가 사람들을 기쁘고 행복하게 하듯이 우리 아이들에게도 좋은 일들이 생길 거라고….
이 마음을 언젠가 내 아이들이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