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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얼마나 떼길래 … 공개 꺼리는 보험사

작성자최승호|작성시간12.09.25|조회수10 목록 댓글 0


사업비 공개시 판매 급감 우려

11월 실수익률 비교공시서 제외


주부인 현명숙 씨(52)는 최근 저축성 보험에 가입하기 위해 한 보험사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월 보험료와 가입기간 등에 대한 상담을 받은 뒤 수수료(사업비)가 얼마인지 물어봤다. 매달 바뀌는 적용금리와 함께 실제 환급액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여서다. 이 상담원은 “수수료의 경우 전문 부서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고 여기선 알 수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14년 전 연금보험에 가입했던 은행원 송형섭 씨(39)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연금에 추가 납입하면 유지·관리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담당 설계사에게 물어봤지만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답변만 들었다. 송씨는 “내가 내는 수수료도 알려주지 않는 게 부당하다고 생각해 민원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보험사들이 수수료 공개를 꺼리고 있어 관련 민원이 크게 늘고 있다. 현재 보험상품에 가입하기 전 수수료를 친절하게 안내하는 보험사는 거의 없다. 생명보험협회 및 각 보험사들이 오는 11월부터 각사 홈페이지를 통해 변액연금 및 저축성 상품의 실수익률을 조회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지만 수수료 비교공시는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올 상반기 수익률 논란이 일어난 후 실수익률을 보여주는 시스템을 준비해 왔다”며 “다만 사업비의 경우 설계사나 전화, 인터넷 채널 등에 따라 제각각이어서 비교공시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이 유독 상품 수수료를 철저하게 숨기는 이유는 복잡한 내부 사정 탓이다. 우선 월보험료 대비 최고 1000% 이상에 달하는 보험 수수료를 공개할 경우 판매가 급감할 우려가 있다. 특히 상품 판매를 대부분 설계사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설계사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사업비를 다 공개하라는 것은 아파트 분양가에서 원가를 밝히라는 압박과 같다”고 말했다.

보험연구원이 작년 4월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종신보험 수수료는 월보험료 대비 평균 1022%(전속설계사 기준), 치명적질병(CI) 보험 수수료는 987%에 달했다. 생명·손해보험사의 연금상품 수수료도 300~400%에 달했다. 월 100만원을 연금보험료로 납부한다면 300만~400만원을 총 수수료로 떼간다는 의미다.

보험사와 달리 은행 증권사 등 다른 금융권에선 수수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예·적금엔 별도 수수료가 없지만 은행 창구에선 세금을 감안한 실제 원리금을 안내하고 있다. 증권사에서 펀드에 가입할 땐 운용사·판매사·수탁사별 수수료와 함께 총보수를 공개한다. 일부는 수수료가 저렴한 펀드만을 비교검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금도 소비자가 상품요약서 등을 받아보면 사업비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며 “다만 상품 가입 당시부터 사업비를 모두 알려주도록 보험사들의 설명의무를 대폭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보험사에 대한 소비자 민원이 2만3456건으로 전체의 49.4%를 차지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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