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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돈 ‘야금’ 불법대출에 커미션까지… 은행 ‘비리 백화점’ 어쩌다 이 지경

작성자최승호|작성시간12.09.03|조회수1 목록 댓글 0

3일 드러난 신한은행 직원들의 무더기 비리 행각은 암세포처럼 은행권 깊숙이 퍼진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몇 번을 잘라내도 꼬리를 물고 나오는 이들의 부패 실상은 점입가경이다.

금융권 부패의 선두에는 고객 예금을 제 돈처럼 빼 쓰는 은행 직원들이 있다. 고객 돈 약 31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최근 구속된 우리은행 간부가 대표 사례다. 그는 고객이 돈을 맡기면 일부만 입금하고 나머지를 챙겨 1년간 6명의 돈을 야금야금 빼먹었다. 빼돌린 돈은 주식투자로 탕진했다.

고객 돈 38억5000만원을 자기 계좌로 옮긴 은행 지점장도 있었다. KB국민은행이 이 사실을 알았을 때 당사자는 이미 일부 금액을 챙겨 잠적한 뒤였다. 경남은행의 한 지점장은 친·인척 5명의 예금을 담보로 3억여원을 불법 대출받아 잠적했다. 이 은행 직원 2명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은행장 명의의 인감증명서 등을 위조해 저축은행에서 3262억원이나 불법 대출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이들은 은행 신탁자금을 빼내 투기사업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입자 이를 돌려 막으려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은행의 한 부동산금융팀장은 2010년 부동산 시행사가 사업자금 3800억원을 대출받을 수 있게 해준 대가로 28억6000만원을 챙겼다. 그는 올해 초 대법원에서 징역 6년형을 선고받았다. 하나은행의 한 직원은 2009년 회사 돈 1800억원을 횡령한 동아건설 자금부장의 범행을 도왔다가 철창신세가 되기도 했다.

하나은행은 상품권 횡령,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부당 취급, 이사회 결의 위반 등이 적발돼 지난 5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기관 경고와 과태료 3750만원을 받았다. 최근에는 산업은행이 펀드매입용으로 맡긴 고객 돈 360억여원을 신탁예치해 4억5000여만원의 수익을 올린 뒤 고객에겐 2억4000만원만 지급했다가 금감원 제재를 받기도 했다. 기업은행, 농협은행, SC은행, 신한은행 등 7개 은행은 고객 돈 유용이나 고객정보 유출 등으로 적발됐다. 여기에 국민은행의 집단대출 서류 조작 사건까지 은행권 부패는 이미 만연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금융회사별 사고액은 은행권이 3579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저축은행 등 비은행 1920억원, 증권사 896억원, 보험사 264억원이었다.

전문가들은 은행권 비리 급증 현상이 윤리의식 부재, 안이한 문제의식과 함께 부실한 내부 감시 체계 탓이라고 지적한다. 김동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금융기관이 주인의식을 갖고 내부 고발자 보호 제도 등을 강화해 감시·통제 기능을 제대로 작동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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