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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수익률, 욕심의 기준을 세우자.

작성자안병관|작성시간14.09.28|조회수197 목록 댓글 7

   

높은 수익률, 욕심의 기준을 세우자.

 

“저한테 440만원을 투자하면 매월 17만원의 수익금을 지급하고 8개월 후에는 투자원금 440만원도 돌려드리겠습니다.” 필자가 여러분에게 이런 제안을 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연환산으로 46% 정도 되는데 이 정도면 구미가 당기지 않나요? 대부업체에서 34.9%짜리 대출을 받아서라도 할 사람이 있을 겁니다. 아니, 꽤 많을 겁니다.

문제는 저 약속을 지킬 수 있느냐겠지요. 도대체 440만원으로 무슨 일을 하길래 저렇게 높은 수익을 확정적으로 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텐데 여러분들은 자세히 몰라도 됩니다. 그건 필자가 알아서 할 겁니다. 일단 맡겨만 주세요. 저게 가능하다는 걸 필자가 보여주겠습니다. 440만원이면 아주 큰 돈도 아니니까 속는 셈 치고 한번 해보세요. 이 정도까지 얘기하면 대부분 반신반의하겠지만 혹시나 하는 사람 10명이 투자를 합니다. 그리고 필자는 8개월 동안 꼬박꼬박 매월 17만원을 지급합니다. 8개월 후 필자는 물어봅니다. “만기가 되었네요. 원금을 돌려드릴까요? 아니면 연장하시겠어요?” 십중팔구는 연장을 할 겁니다. 그냥 연장이 아니라 아마 추가투자를 할 겁니다.

440만원에 17만원이니까 4,400만원이면 매월 170만원이 들어오는데? 있는 돈 다 털어서, 대출을 받아서라도 추가투자를 합니다. 그리고 가까운 지인들에게 마치 선심 쓰듯이 알려줄 겁니다. 좋은 투자처가 있는데 한번 해보지 않겠냐고~ 지인들도 처음에는 “그거 사기 아니냐?” 하고 의혹의 눈초리를 보이겠지만 통장입금 내역을 보는 순간 생각이 달라집니다. “그러면 440만 원짜리 한 구좌만 해 볼까?” 하고 돈을 넣습니다. 그리곤 저 놀라운 수익률을 직접 체험하게 되지요.

나중엔 결국 추가투자를 하게 됩니다. 또 가까운 지인들에게 알리게 됩니다. 이런 과정이 무려 4년 동안 반복되어서 투자자와 투자금이 어마어마하게 불어났습니다. 자, 필자는 이제 어떤 선택을 할까요? 빙고! ‘돈을 갖고 튀어라’가 필자의 선택입니다. 지금까지 필자는 조희팔이라는 사람의 대역을 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4년 10월부터 2008년 10월 사이에 저런 일이 있었습니다. 피해자는 약 3만 명이고 이 중 10여 명은 자살을 했지요. 피해금액은 경찰추산 4조원, 피해자추산 8조원. 조희팔이 갖고 튄 돈은 약 2조원이고 건국 이래 최대의 금융사기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조희팔 사건을 소개했는데, 이 사건을 본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가슴에 손을 얹고 한번 생각해봅시다. 나라면 절대 저런 사기에 안 당했을 거라는 확신이 드세요? 확신이 있다면 그 사람은 46%라는 고수익을 확정적으로 준다는 게 상식적이지 않다는 굳은 신념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필자가 또 다른 제안을 하겠습니다. “저는 펀드매니저이고, 증권업계에서 30년 이상 종사했고, 코스닥 거래소 의장을 지낸 사람입니다. 그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 헤지펀드를 하나 설립해서 운용을 하려는데 투자할 생각이 있습니까? 연 10%의 확정수익을 지급하겠습니다. 이건 아무한테나 하는 제안이 아닙니다.” 어떠세요? 솔깃하세요? 예금금리가 3%가 채 안 되는 요즘에 믿을만한 사람이 이런 제안을 한다면 혹하지 않을까요? 이번에 필자는 버나드 메이도프의 대역을 했습니다.

메이도프는 실제로 나스닥 거래소 의장을 지낸 공신력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1990년대 초부터 이런 수법의 사기를 쳤고 2009년에 들통이 났지요.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없었다면 아마 지금도 메이도프의 사기가 이어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당시 71세였던 메이도프는 150년형을 받고 복역중인데 이 사람이 만기석방이 된다면 최고령자 세계기록을 깨게 될 겁니다. 메이도프의 사기에는 일반인은 물론이고, 스티븐 스필버그 같은 유명인사와 투자자문사, JP 모건 등 대형은행들도 걸려들었습니다. 피해액은 650억 달러(약 65조원) 규모였고 이 사건은 아직도 보상이 마무리되지 않았습니다.  

조희팔과 메이도프의 사기수법을 폰지 사기(Ponzi Scheme)라고 합니다. 1920년대에 이탈리아계 미국인인 찰스 폰지가 이런 방법의 사기를 치다가 걸려서 붙여진 이름인데 내용은 아주 간단합니다. 나중 투자자들의 돈으로 이전 투자자들의 수익을 주는 게 바로 폰지 사기입니다. 쉽게 말해서 탑을 쌓는데 돌이 모자라니까 아랫돌을 빼서 위에다 괴는 거지요. 이런 방식이라면 탑이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어처구니가 없죠. 이런 고전적인 사기방식이 아직도 먹힌다는 게 놀라울 따름입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이런 사기에 걸려드는 사람의 마음 속엔 항상 과한 욕심이 있다는 겁니다. 욕심 없는 사람도 없겠고, 욕심 없이 살 수도 없겠지만 기준을 벗어난 욕심은 화를 부르기 십상이지요. 46%는 과욕이지만 10%는 상식선의 욕심이 아니냐고 물어본다면 필자는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그 기준은 각자의 마음 속에 있어야 하니까요. 또 각자의 기준을 벗어났다고 해서 모두 사기는 아닐 겁니다. 하지만 기준이 있으면 이게 사기인지 아닌지 다시 한번 살펴볼 여지가 생기지 않을까요?

그래서 필자는 여러분들이 마음 속에 욕심의 기준을 세웠으면 좋겠습니다. 이 기준은 여러분들이 앞으로 살아가면서 해야 할 수많은 판단들에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비단 돈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무언가가 오갈 때 그것이 돈이든, 물건이든, 시간이든, 사람의 마음이든 간에 기준을 벗어난 과한 욕심이 포함되어 있으면 탈이 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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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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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정병국 | 작성시간 14.09.29 잘 보았읍니다.
  • 작성자라상일 | 작성시간 14.10.01 그래요
  • 작성자이덕성 | 작성시간 14.10.14 맞습니다
  • 작성자김중식 | 작성시간 14.10.24 좋은 글이네요
  • 작성자신동기 | 작성시간 14.11.14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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