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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연애

[(자작)]사소한걸 잘 기억하는 여자[#12]

작성자love effect|작성시간07.03.08|조회수11 목록 댓글 0
#12 병마

희원이는 걸이와 전화를 끊고 침대에 깊이 몸을 묻었다.

너무 피곤했다.

지난 2박 3일이 정말 끔찍했다.

아직도 몸에서 병원냄새가 가시지 않는 것 같아.




병원.

희원이가 끔찍이도 싫어하는 곳.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 일주일간 희원이는 그 끔찍한 곳에서

엄마가 떠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혼자 외로이 느껴야했다.

병원에 가면 그 두려움이 다시 살아나는 것만 같아서

병원에 발을 들여놓는 것조차 싫어했다.

그런데 그런 병원과 다시 친해져야 할 때가 온 것일까?






이틀 전,

희원인 학교 수업이 끝나고 오랜만에 걸이가 보고 싶어졌다.

전화를 하고 갈까 하다가 놀래켜 주려고 그냥 무작정 걸이네 동네로 향했다.

동네에 가서 전화하면 언니가 놀라겠지? 헤헷~

희원이는 걸이가 사는 상계동으로 향했다.





버스에서 내려 얼마쯤 걸어가는데 갑자기 숨이 턱 막히며 어지러웠다.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갔다.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숨쉬기가 힘들어...

헉, 헉, 왜 이러지...?




털썩...




희원이는 길에서 쓰러졌고,

한 남자가 자신을 향해 달려와 소리를 지르는 것을 본 뒤 의식이 사라졌다.






“정신이 좀 들어요?”





희원이가 눈을 떴을 때 형광등 불빛이 눈을 부시게 했다.

그리고 자신이 낯익지만 가장 싫어하는 냄새가 났다.

병원이구나...




고개를 돌려 자신의 옆을 지키고 있는 한 낯선 남자를 봤다.



“집에 가는 길에 갑자기 그 쪽이 쓰러져서 일단 가까운 병원으로 데려왔어요.

연락할 가족 없어요? 혼자 두고 가기가 뭐해서 옆에 있긴 했는데...

가족 연락처 알려줘요. 내가 연락해 줄게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제 괜찮은 것 같으니까 제가 알아서 할게요.

가 보셔도 돼요.”





그 때, 의사가 희원이에게 다가왔다.




“장희원씨.

의료기록 조회해보니까 신부전증이 있으시네요?

그런데 제대로 치료받은 것 같지도 않고...

신부전증은 제대로 치료받지 않거나 무리하면

금방 악화되고, 합병증까지 올 수 있다는 사실 몰라요?

갑자기 쓰러진 이상 다른 합병증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어요.

일단 입원하세요.

오늘부터 금식하고,

내일, 모레 이틀에 걸쳐서 정밀 검사 좀 해 봅시다.

보호자분한테 연락하세요.”




“저기요, 선생님!

보호자... 없어요.

그냥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보호자 부를 필요 없어요.

가족들 다 사고로 잃었어요.

그냥 저 혼자 할게요...”




“검사받는 거 힘들텐데 괜찮겠어요?

뭐 어쩔 수 없으니까... 알았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푹 쉬고 절대 금식하세요.”





의사가 나가고 희원인 아무 말 없이 누워있었다.





“저... 보호자도 없이 혼자 괜찮으시겠어요?”



“괜찮아요. 지금까지 신경 써 주신 것만해도 감사합니다. 가보셔도 돼요.”



“저도 그러려고 했는데 지금 그쪽 얼굴이 전혀 괜찮지가 않아요.

입원수속이라도 해 드리고 갈게요.

이렇게 계속 응급실에 누워있을 순 없잖아요. 안 그래요?”



“안그러셔도 되는데...”



“부담갖지 말고 제 호의 받아들이세요.

세상에 아직 저처럼 착한 사람이 있다는 것만 알아주시면 돼요.

제가 그래도 사회복지과 다니는데 어려운 사람 돕고 살아야죠~”






남자는 씽긋 웃으며 입원 수속을 하러 나갔다.

참 고마운 사람이라고 희원이는 생각했다.





검사 1일째인 그 다음날, 저녁에 어제 그 남자가 희원이 병실로 찾아왔다.




“어쩐 일로 또 오셨어요?”



“집에 들어가다가 책방에 들렀는데 갑자기 그 쪽이 심심해 할 것 같아서요~

병원이 워낙에 따분한 곳이잖아요!

그래서 만화책 좀 빌려왔는데...

만화책 좋아해요?

먹지도 못하고 속상할텐데 이거라도 읽으면서 웃어요~”




희원이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어~ 벌써 웃네?

거봐요, 웃으니까 훨씬 예쁘잖아요.

읽어봐요. 이거 진짜 재미있는 걸로만 골라서 빌려 온 거에요~

근데요, 내가 이렇게 호의를 베풀어 주는데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도 안 궁금해요?

왜 이름도 안 물어봐요?

나 같으면 벌써 전화번호라도 달라 그래서

다음번에 맛있는 거 사주겠다고 했을 것 같은데...

정말 너무하다~”




“아, 죄송해요. 제가 너무 예의 없었죠?

감사의 뜻을 전해야 하는건데...

연락처 주세요. 정말 맛있는 음식으로 나중에 대접할게요.

그리고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장난이에요~ 맛있는 거 얻어먹자고 이러는 거 아니에요.

그냥 제 이름만 기억해 두세요.

별로 어려운 이름은 아니에요.

제 이름은 ‘이 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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