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강원지부

아내의 텃밭

작성자황골농장|작성시간26.06.15|조회수170 목록 댓글 4

새벽공기는 언제나 정직하다. 남들보다 한 걸음 먼저 아침을 깨우며 찾아간 텃밭에는 밤새 내린 이슬이 보석처럼 맺혀 있었다. 해가 뜨기 무섭게 쏟아질 뙤약볕을 알기에, 아내는 서둘러 소매를 걷어붙였다. 8시간이 훌쩍 넘는 고된 노동의 시작이었지만, 가슴 한구석에서 피어오르는 설렘은 숨길 수가 없었다. 흙을 만지고 생명을 돌보는 일은 몸은 지칠지언정 마음을 채우는 묘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어느새 중천에 떠오른 햇살은 따가울 정도로 내리쬐었다.

어떻게든 햇빛을 막아보려 복면을 쓰고 그 위에 모자까지 겹겹이 눌러썼지만, 틈새로 드러난 아내의 얼굴은 이미 까매질 대로 까매져 있었다.
그 검게 그을린 피부는 요령 피우지 않고 정성을 다해 흙을 일군 성실한 훈장 같았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아내는 고단함도 잊은 채 맑은 웃음을 터뜨렸다.

잠시 호미를 내려놓고 숨을 돌리는 시간, 아내는 붉게 익은 산딸기 나무 아래로 향했다. 알알이 탐스럽게 맺힌 산딸기 한 움큼 따서 입에 넣으니 새콤달콤한 과즙이 입안 가득 퍼지며 피로가 사르르 녹아내렸다. "이게 그렇게 기력 회복에 좋다던데." 산딸기의 효능을 조곤조곤 떠올리며, 아내는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 잘 익은 녀석들을 연신 골라 따먹었다. 자연이 거저 준 천연 피로회복제 덕분에 다시 움직일 힘이 솟아났다.
혼자만의 생각과 이야기꽃은 자연스럽게 제 손으로 가꾼 초록빛 생명들로 이어졌다.
향긋한 깻잎과 반쯤 결구된 양배추, 그리고 단단하게 자란 오가피까지. 어느 것 하나 아내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며칠만 한눈을 팔아도 무섭게 자라나는 잡초를 관리하는 일부터, 머릿속으로 정리할 일들은 끝이 없었다. 마당 한편에 화사하게 피어난 붓꽃을 보며 집 주변을 어떻게 더 가꿀지 고민하는 시간조차 달콤한 휴식이 되었다.
온종일 허리를 굽히고 잡초를 뽑느라 온몸이 뻐근하고 무거웠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마음만은 날아갈 듯 가벼웠다. 새벽부터 이어진 8시간의 노동은 결코 가볍지 않았으나, 홀로 텃밭을 가꾸는 이 즐거움이야말로 삶을 생기 있게 만드는 진짜 원동력이다. 흙 정직한 줄 아는 작물들과 함께, 아내의 푸른 계절도 그렇게 단단하게 익어가고 있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겨울바람1 용인 | 작성시간 26.06.15 풍성 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황골농장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5 ^^
  • 작성자서현벌꿀 | 작성시간 26.06.15 꺄악~~~~~
    좋아요
  • 작성자쪽빛 바다 | 작성시간 26.06.16 아름답습니다 ^♡^
    행복한 하루 입니다 ...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