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쯤 시작할 예정이다.
콩 수확 기계가 오기로 했다. 집일을 도와줄 사람 한 명에게 연락을 하고, 점심을 먹고 기다린다.
나그네 쉼터 같은 우리 집 자판기 앞에서 사람들과 이야기꽃을 피우며 기다린다.
“올해 콩농사 괜찮아요?”
“네, 그럭저럭 잘된 것 같아요.”
청자 5호 검은콩을 5월 27일경에 심었다. 습도 조절을 잘못해서 다시 심기도 하고, 너무 일찍 심어 웃자란 콩순을 두 번이나 잘라주었다. 넘어질까 걱정도 했지만, 염려는 잠시 접어두고 영월 시내에 나가 파크골프를 치러 다녔다.
6월 말에 시작한 골프에 푹 빠져 더운 줄도 모르고 아내와 함께 영월 골프장을 들락날락하며 세월을 보냈다.
어느덧 가을빛이 내리고 찬 서리를 맞고 나니, 콩잎이 우수수 떨어지며 세월과 함께 단풍잎이 낙엽이 되어 날아가고, 오늘은 청자 5호 수확을 하는 날이 되었다.
오후 2시 10분, 작업 기계가 도착했다. 어상천면 대전리에 있는 콩밭부터 수확을 시작한다. 영월 친구 단짝이 찾아와서 묻는다.
"어때, 농사 쉽지? ㅎㅎㅎ"
"밭에서 바라보며 구경만 하면 되잖아."
"아니지, 그러지 말고 밭에 떨어진 콩꼬투리나 주워 넣어봐."
"괜찮아, 얼마나 된다고. 흘린 건 짐승도 먹어야지, ㅎㅎㅎ"
비상음이 울린다. 한가득 담은 콩을 기계가 배출하러 나온다. 차에 올라 백 자루를 벌리고 콩을 담는다. 800kg, 1톤짜리 백 자루 세 개를 수확해서 연당 곡물 처리장으로 싣고 가서 내려주면 농사가 끝난다. 연당 농산물 처리장은 오후 5시 30분까지 문을 열어 놓고 농산물을 받아 준다.
평창 콩 수확은 다음 주 월요일에 할 예정이다. 다음 주면 올농사는 모두 끝난다.
농사 쉽다. 전화 한 통이면 다 되니. 이제부터는 재미 붙인 파크골프나 부지런히 치러 다닐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