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의 날씨가 아직도 추워 이제야 진달래가 피어 뒷동산이 붉게 물들어가고 있네요.
어린 시절부터 진달래꽃을 따 엄마가 해준 간식을 먹어와서 봄만 되면 어김없이
진달래화전을 만들게 됩니다. 먹을게 없었던 시절에 쑥으로 만든
개떡이나 화전은 그야말로 호사스러운 먹거리였답니다.
한치의 여유도 없이 살고 있는데 한순간 행복해졌습니다.
컴퓨터 옆에 그리고 부억식탁위에 진달래꽃이 한아름 꽃병에 꽂혀 활짝 피어있었는데
일만하는남편이 뒷산에 올라가 진달래꽃을 꺾어와서
온라인 수업하느라 힘드는데 보라고 합니다.
진주보석보다도 귀한 선물입니다.
찹쌀 2공기를 물에 30분 물에 불려 체에 받쳐 물기가 없어지면 믹서기에 돌려서
찹쌀가루를 냅니다. 습식가루로 가정에서 만들 수 있으니 편한 세상입니다.
예전에는 절구공이에 빻아 자식들 간식으로 진달래화전을
만들어주시느라 친정엄마는 고생을 많이 하셨네요.
포트에 물을 끓여 따사시한 물로 익반죽을 하여 찰지게 반죽을 해줍니다.
이럴 때 엄마는 반죽을 조금 떼어줘 우리는 옆에서 동물도 만들고 소꿉놀이 그릇도 만들고
얼굴에 묻히고 바닥에 떨어져 재미있는 미술시간을 보냈던
진달래꽃만 보면 행복한 기억만 납니다.
봄이면 흐드러지게 피는 진달래와 개나리로 온통 집 주변이 노랗고 분홍으로 가득찹니다.
옛 시절에 노랑저고리에 연분홍 치마를 입고 시부모님께 폐백드렸던
기억이 나면서 아직도 그 한복을 간직하고 있는데
이제 슬슬 떠나보내야 할까 싶습니다.
짐 정리를 하나씩 해야 할 나이가 되었거든요.
진달래꽃을 따서 암, 수술을 빼낸 뒤에 흐르는 물에 살짝 씻어 말려주었어요.
암 수술에는 살짝 독성이 있다니 같이 먹으면 안되어요.
찰지게 반죽한 것을 크기가 일정하게 떼어 동글게 만들어줘야 크기가 고른 화전을 만들 수 있어요.
열이 오른 팬에 기름을 두르고 약불로 조절해서 동그란 반죽을 납작하게 눌러가며
화전을 지집니다. 진달래꽃이 나오는 때는 진달래화전이지만
다른 계절에는 식용꽃이나 쑥갓이나 대추로 화전을 부치기도 합니다.
원래 이쁘게 부치려면 꽃 붙인 쪽은 뒤집지 않고 앞 모습 그대로 약불로 위까지 익히는 게 기술입니다.
진달래꽃을 올리면서 어릴 때 추억이 주마등같이 흘러갑니다.
고소한 기름 냄새가 마당밖으로 퍼지면 와- 몰려왔던 친구들...
화전을 같이 먹었던 친구들도 보고 싶네요.
진달래화전을 약불에 지지는 동안 시럽을 만들어요.
예전엔 주로 조청을 발라 먹었는데 지금은 꿀이나 메이폴시럽을 쓰기도 하고
숲속우산은 설탕에 꿀을 넣어 끓였습니다.
진달래꽃 화전을 하면 어김없이 1922년 잡지개벽에 실렸다는 김소월 시가 떠오릅니다.
이대나온 가수 정미조가 불러서 처음 들었고
요즈음은 가수 임영웅이 불러 더욱 애틋한 시 입니다.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따가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분홍 진달래화전을 초록 접시에 어울릴까 담아보네요.
이든이도 머리에 진달래꽃을 꽂아주었습니다.
오로지 진달래화전을 올리기 위해 구입했던 꽃무늬 접시입니다.
이걸 고르느라 남대문 시장 구석구석을 뒤적였던 시절이 있었네요.
꿀시럽을 묻힌 화전입니다. 쫄깃한 찹쌀전에 진달래꽃의 쌉살한 맛이 어우러져
손님상 후식으로 내가기 딱 좋은 봄향기 그윽한 봄날에만 맛 볼 수 있는 봄철음식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진달래꽃으로 진달래화전 만들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