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한 가지씩 배워갑시다. (가장 맛있는 김장류 발효는...)
김장류의 재료 선택과 시기와 발효환경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내가 인생 팔십을 넘겨 살면서 주부들이 담그는 김치였지만 깊은 관심을 가지고 수차례 연구도 했고 검증도 했던 사례를 모아 20년 전에 낙서했던 내용을 먼저 소개하고자 한다.
효부김치!
김장김치는 한마디로 氣의 결정체였다는 생각입니다.
김장 맛에 대한 소감 한마디 하려고 합니다.
수 년 동안 김장김치를 먹으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게 되었는데, 글쎄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체로 양념재료나 솜씨보다는 맛을 내는 비결이 다른 곳에 있었다고 생각되어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1. 주변에 음식솜씨가 좋은 부인이 있어서 자주 맛을 보는 기회가 있었는데, 대체로 김장김치는 월동하고 봄에도 먹게 되는데 솜씨 맛으로 담근 김장은 처음에는 맛이 일품이다가 정월보름이 지나면서 김치 맛이 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2. 강원도 임계에 사시는 돈연스님(일명 된장스님)과 그 부인 도완녀씨가 담근 김치 맛은 천하일품이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김장을 해서 땅속에 깊이 묻어 약 3~4년간 숙성을 시킨 것이었는데 오랫동안 숙성을 시키면 꺼내 놓아도 맛이 변하지 않고 쉬지도 않으며 담백한 맛에 신선함이 그만이었답니다. 대체로 일본으로 수출을 하고 국내 판매는 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한 그릇 퍼 주기에 한 동안 맛나게 먹은 기억은 잊지 못할 김치 맛의 진수였다고 생각됩니다.
3. 그렇다면 어떤 솜씨로 김장을 해야 정월보름이 지나서도 본연의 맛을 유지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인데 글쎄 여러분들도 함께 연구해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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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우선 김치 담그는 부인은 항상 잘 웃고 즐겁게 사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도완녀씨는 바이올린을 하며 잘 웃고 즐겁게 살고 있었습니다.)
B. 다음으로는 몸이 건강한 사람의 솜씨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C. 가정에서 남편이나 자식이나 시부모에게 효성과 정성을 다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D.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김장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몸이 불편하거나 기분이 잡치거나 속상한 일이 있거나 지루하거나 힘들면 氣가 침체되기 때문입니다. (기는 곧 기분이라고 해석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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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아이구 허리야, 아이구 팔 다리야 하면서 아프다는 푸념을 하면서 담근 김치는 맛이 쉽게 변한다는 것입니다. 대보름이 지나 김치 맛에 군내가 나고 변질이 된 것은 몸이 건강치 못하거나 김장하면서 몸살을 앓는 사람의 솜씨라고 보면 될 것입니다. 또는 김장하는 것을 힘들다고 생각하며 푸념을 해도 제 맛을 내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나. 마음이 편치 못하고 근심걱정이 많은 사람이 담근 김치는 아무리 좋은 재료를 써서 김장을 하더라도 처음부터 입맛이 당길 만큼 맛을 유지 하지 못합니다. 물론 오래 보관한다는 것도 불가능하지요, 오래 갈수록 김치 맛이 순수하지 못함을 경험해 보게 될 것입니다. 대체로 가운이 불길한 분이 담근 김장 김치는 평소에 음식솜씨가 있다 할지라도 쉽게 변질이 되거나 맛을 내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옛말에 잘되는 집안엔 장맛과 김장 맛이 좋더라. 했다고 봅니다.
다. 경북 봉화군 춘양면에 최근 시아버님께 극진히 효성을 다한 부인이 군수로 부터 효부상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 부인이 담근 김치를 먹어봤더니 역시 그 마음씨와 같이 김치 맛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금년에는 그 부인에게 김장을 부탁하였는데 식구는 적지만 자그마치 배추 40포기를 주문했지요. 역시 효부가 담근 김치 맛은 여느 여염집 김치보다 맛이 특별했다고 생각됩니다. 구미가 당기시는 분은 우리집으로 방문하시면 맛을 보실 수 있습니다. 40포기나 했으니 월동하고도 한동안 먹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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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같이 모든 음식에도 적용이 되겠지만 특히 김장김치는 정성과 분위기와 가세에 영향을 받을 만큼 氣에 민감하다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으며 동네 아낙네들이 모여서 깔깔대고 웃어가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김장을 해야 월동을 해도 제 맛을 지니며 오래토록 보존이 된다는 것입니다.
옛날에는 동네아낙들이 우물가에 모여서 재잘거리며 시끄러울 정도로 떠들어대며 김장담기를 했었습니다. 모든 가정이 품앗이로 잡집마다 돌아가면서 했는데 그런 김치는 삼복더위가 지나가도 크게 변질이 안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럴 땐 혹 한 두 분이 아프고 마음이 불편해도 분위기에 휩싸여 아픈병마가 달라붙지 않는 모양입니다.
여러분들도 경험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렇지만 혹시라도 남편께서는 집에서 정성을 다해 담근 김치를 맛이 없다고 부인에게 투정을 부리면 김치 맛이 더욱 나빠질 것이라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할 것입니다. 맛없는 김치라도 맛있게 먹으면 없던 맛도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봉화춘양의 효부가 담은 김치는 다음해 삼복이 지나서도 신선한 맛을 유지했다는 점 알려드립니다.
제2의 실험결과
나에겐 해마다 지인들이 김장을 담그면 꼭 한통씩 선물해줘서 맛있게 먹었고 그 분의 음식솜씨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한해는 그 부인의 남편께서 바람이 나서 집에도 잘 안 들어오곤 하여 속을 많이 끓이며 지냈는데 울며불며 죽느니 사느니 하면서도 어른들이 계시니까 김장은 하게 됐다며 한통을 가저왔던 일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김치는 대보름이 지나고 나니까 군내가 나고 하얀 곰팡이기 펴오르며 부패가 일어나고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김치냉장고에 과거와 똑 같은 방법으로 저장을 했었습니다. 효부김치와 확연한 차별이 됐던 것입니다.
제3의 실험결과
한번은 집에서 김장을 약 30포기 담기 위해 가사도우미(50대 후반)에게 시켰는데 이 많은 김장을 자기혼자서 하란다며 주둥이를 댓발은 내밀고 궁시렁 궁시렁 씨불씨불 혼잣말로 듣기 불편할 정도로 호들갑을 떨더니 그때 담근 김치는 대보름이 지나자 모두 부패가 일어나 먹지 못하고 폐기처분하였습니다.
가사도우미도 함께 자기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던 일이 있습니다.
氣와 神明이 영동하는 김장김치에 대한 소감이었습니다.
가장 맛있고 훌륭한 김장김치는 어떻게 담가야 하는가?
다음편에 이어가겠습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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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꼰지(포항ㆍ청주) 작성시간 24.10.02 막걸리사랑 지인이 도완녀님이랑 돈연스님가까이에 있는 암자에 계셨던적도 있었고 도완녀 그분이 쓰신 책도 선물 받았습니다ㆍ돈연스님과도 인연이 있지요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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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막걸리사랑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4.10.02 꼰지(포항ㆍ청주) 그러시겠죠. 스님과 도여사님은 발이 넓고 아는 분이 원채 많으시니까요.
저는 그 분들을 만나뵌지가 벌써 20년 세월이 흘렀답니다. 멀리서 소식만
접하고 있지요. -
답댓글 작성자꼰지(포항ㆍ청주) 작성시간 24.10.02 막걸리사랑 얼마전 도완녀님을 티비에서 뵈었는데 돈연스님이 돌아가신지 꽤 되셨더군요ㆍ혹시 지욱스님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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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막걸리사랑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4.10.02 꼰지(포항ㆍ청주) 스님은 항상 허리가 아파서 고생하셨는데 작고하셨군요.
지욱 스님은 모르는 분입니다. 저는 스님들을 많이 모릅니다.
도완녀님과 된장때문에 돈연스님과 친해지게 됐으니까요. -
답댓글 작성자꼰지(포항ㆍ청주) 작성시간 24.10.02 막걸리사랑 아~네ㆍ고운 시간되세요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