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도 않은 객지 잠의 끝이여 가을 저물녘 -바쇼- “들판에서 해골이 될 각오로 여행을 떠났으나 아직 죽지 않았다. 여전히 객지에서 잠들 뿐이다.” 여덟 달의 방랑 끝에 지쳐 가는 몸으로 뜨겁게 토로하고 있다. 바쇼의 여행을 관통하는 것은 시작부터 끝까지 ‘죽음’에 대한 생각이었다. 초고는 ‘죽음이여 죽지 않은 덧없는 몸의 끝은 가을 저물녘’이다 바쇼는 초고의 단어들도 삭제하지 않고 남겨 두었다. 처음이 더 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시기부터 바쇼의 하이쿠에 미묘한 변화가 일어났다. [오쿠노호소미치] 서두에서 바쇼는 “많은 예술인들이 길에서 죽음을 맞이했다.”라고 썼다. 그가 흠모하는 사이교는 절에서, 소기는 여인숙에서 객사했다. 바쇼도 객지에서 최후를 맞았다. 객지 잠 자면 내 시를 이해할 수 있으리 가을바람 출처: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 류시화 |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