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매화꽃에
밝아져 가는 밤이
되리니
-부손-
흰 매화꽃은 그 주변에서부터 새벽이 먼저 밝아져 오는 듯한 느낌을 준다. 꽃은 밝음을 굳이 다른 곳에서 빌려 올 필요가 없다. 밝음이 이미 꽃 안에 있기 때문이다. 부손의 마지막 하이쿠라는 걸 알면 울림이 더 크다. 최후까지도 부손은 먹의 어둠을 배경으로 신선하게 밝아 오는 흰 매화꽃을 문인화처럼 그려 냈다. 평생 열일곱 자의 언어로 뛰어난 회화를 탄생시킨 천재 예술가의 저력이다. 이른 아침 숨을 거두었다.
나도 죽어서
비석 근처에 서 있으리
마른 억새꽃
생전에 소망하던 대로 부손은 바쇼의 시비가 있는 교토의 절에 묻혔다. 마지막 날들과 죽음에 대한 기록은 제자 기토가 남겼다. 부손의 아내는 삭발하고 비구니가 되었으며, 몇 해 더 살다가 부손 옆에 묻혔다.
출처: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 류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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