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미래의 희망 希望.
흉노족은 큰 전투나 전쟁이 발발 勃發하기 이전에 먼저,
부녀자와 노약자를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는 전통이 있다.
부녀자와 노약자를 보호하는 것이 주목적이지만 가축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가축은 유목민의 전 재산이다.
그러니 그 소중한 가축들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후일을 기약 期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경민이 한해 旱害나 수해 水害 등, 자연재해로 식량이 모자라 아무리 배가 고파도,
씨앗 종자 種子만큼은
베개 삼아 머리맡에 두고도 먹지 아니하고, 후대를 위하여 남겨두는 것과 같은 이치다.
씨앗은 미래의 희망 希望이다.
희망의 씨앗을 소중히 갈무리하고 안전한 곳으로 먼저 대피시킨다.
내 삶의 종착역 終着驛이 보이니,
나와 동료들의 후손이 우리들의 마지막 희망이다.
그 희망의 씨앗을 안전하게 보전하는 것이다.
그렇게 흉노족은 자의반타의반 自意半他意半이 아니라,
타력 他力에 의한 자의적 恣意的으로 본향 本鄕인 알타이산맥을 넘어, 점차 서구 西歐로 이동하여 갔다.
또, 후방에서 기르는 가축을 군량 軍糧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수시로 공급해 주니 아주 훌륭한 정책이자 전술이다.
그러니, 병사들은 안심하고 마음껏 싸울 수 있다.
나는 어렵고 비굴하게 주위의 눈치를 보며 지금까지 살아왔었고,
이렇게 굴곡 屈曲지고 험난 險難한 생 生을 힘겹게 버티어 왔지만,
나의 2세,
동료들의 후손들은,
더 나은 환경에서 더 편하게 살아가길 바랄 뿐이다.
그렇게 후한과 남 흉노 연합군의 대공세로 북 흉노는 알타이산맥 대회전 大會戰에서 대패 大敗하고,
주력군은 지리멸렬 支離滅裂 되고 말았다.
그리고 북 흉노는 중국의 서북방 서역 西域 지역에서 완전히 사라진다.
종족 자체가 아시아권에서 사라진 것이다.
흉노족이 아예 자취를 감추어 버린 것이다.
그런데,
3세기 후,
기원 375년.
로마(Roma)제국 발렌티니아누스(Valentinian) 황제 재임 시기.
어느 날,
갑자기 유럽의 동북쪽 도나우(독일 명칭: Donau River, 영어 명칭: 다뉴브 Danube River)강변 江邊에
나타난, 황색인종들은 용맹하기로 명성이 자자한,
게르만(Germane)족의 주 종족 主 種族인 고트(Goth)족과 반달(Vandal)족을
어린아이 팔 비틀 듯이 쉽사리 무력으로 제압하여 몰아내고 도나우강을 도하 渡河한다.
그리고 당시, 세계의 중심이라는 로마제국을 하찮게 여기며,
마상 馬上에서 고구려의 맥궁 貊弓을 쏘아대고,
동방 東方의 유목민들이 즐겨 사용하던 칼과 창을 휘두르며
거대한 로마제국을 거친 말발굽으로 마구 짓밟고,
유럽 전체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 * 그림 - 4세기 로마제국 영역과 도나우강)
[ * 맥궁]
고대 삼국시대의 활은 긴 활인 장궁(長弓)과 짧은 활인 단궁(短弓)으로 구별된다. 단궁은 말 위에서 쏘기에 적합한 휴대용 기마용의 활로 길이가 1m를 넘지 않는다. 몸체는 나무로 만드는데, 활이 굽는 부분에 짐승의 뼈를 얇게 다듬어서 덧붙여 탄력성을 높였다. 그래서 합성궁(合成弓) 혹은 각궁(角弓)이라 부른다. 이런 각궁의 모양은 무용총(舞踊塚) 수렵도에 그려진 활을 통하여 확인할 수 있는데, 뼈를 덧댄 부분에 끈을 돌린 마디가 분명하게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실물 자료로는 평양 영화 9년명(永和九年銘, 353) 벽돌무덤에서 출토된 골제(骨制) 활의 부속구가 있어, 당시 각궁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고구려 고분 벽화에는 이런 각궁을 가지고 사냥하는 장면이 수십 곳에 그려져 있는데, 앞이 편편한 도끼날 촉을 끼운 화살로도 호랑이의 두개골을 관통시킬 정도의 위력을 지닌 것으로 표현하였다. 특히 동명왕릉 부근 12호 고분에서 수습된 척추뼈에는 화살촉이 그대로 관통한 채로 남아 있어 고구려 활의 위력과 우수성을 보여준다.
콧대 높은 서구의 백색인종이 동방 東方에서 달려온 황색 인종에게 당한 첫 번째 수난기 受難期다.
훈족의 등장이다.
흉노의 후예.
훈족이 악마 惡魔의 탈을 쓰고 유럽에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선조들이 아시아 서북방 西北方에서 처참히 패퇴하고,
서방으로 쫓겨 밀려난 이후,
3백여 년 동안,
이곳저곳의 초원으로 정처 定處 없이 유랑 流浪 생활을 하며,
견디고 버티어 왔던 힘겨운 고난의 역사를 대변 代辨이라도 하듯이,
그들은 온몸에 독기 毒氣로 가득 찬 악마의 모습으로,
서구 西歐 땅에 나타난 것이다.
항가이산맥에서 중과부적으로 패퇴 敗退하여 쫓기고,
알타이초원의 전장 터에서 대패 大敗하여 처참히 쓰러져 갔던 흉노인.
그러나 그들의 가슴속,
생을 마감 할때까지,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도 놓치지 않고,
움켜쥐고 있던,
그 마지막 희망의 씨앗이 새싹을 틔우고 새롭게 탄생한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선조보다 더욱 거칠고 강인한 모습으로
새로운 인간 세상,
머나먼 서방,
유럽에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남 흉노와 한 군의 연합군에 의해 전멸한 상태로 아시아권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던
흉노족이 어떻게 유럽에서 갑자기 나타나게 되었을까?
그것도 3세기란 기나긴 세월이 흐른 시점 時點에서...
역사 속의 불가사의 不可思議한 수수께끼다.
서양사 西洋史 최대의 미스터리 (mystery) 사건이다.
그 이유가
전투가 벌어지기 전,
노약자와 가축들을 먼저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켜 놓는,
흉노족 특유의 전통적인 전략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아니, 유목민이기에 행할 수 있는 전술이다.
‘달걀은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다.’
흉노인 들은 자산 분산정책 資産 分散政策
즉, 포트폴리오(portfolio)전략을 유효적절하게 활용하고 있었다.
끈질긴 생명력을 바탕으로 하여 후일을 도모 圖謀할 수 있었다.
죽는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 희망의 끈,
그들의 2세들이,
그 후손들이 눈물을 머금고 기꺼이 강인하게,
더욱 굳세게 선조들의 바램을 이어받은 것이다.
초원의 주역 主役.
생활 영역 이전을 귀찮아하지 않고,
거처 居處 이동을 일상 日常의 다반사 茶飯事로 여기는 초원의 유목민들.
오직, 유목민들만이 선택할 수 있는 방책 方策이며
감히, 집행할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 초원의 지배자.
그들은 강한 바람에 휩쓸러 쓰러지기도 한다.
그들은 수적 열세로
적의 말발굽에 짓밟혀 넘어지기도 하였다.
헐벗고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처참한 몰골.
한동안 운신 運身조차 힘들다.
재기 再起하는 험난한 과정,
많은 시간이 흐른다.
그러나 그들은 다시 일어난다.
인고 忍苦의 시간을 견디고 버틴 후,
선조들의 고난을 먼지 털듯이 ‘훌훌’ 털어 버리고,
보란 듯이 크게 기지개를 활짝 켜며 다시 일어나 달린다.
그리고 거침없이 초원을 질주한다.
초원의 또 다른, 연결선 - - - 인간 세계.
그들은 세상을 거침없이 누비며 힘차게 달린다.
동에서 서구로 이주한 동이족의 후예,
뛰어난 용맹성과 과감한 전술로
앞을 가로막는 상대들을 하나하나씩 굴복시킨다.
그렇게 세계의 중심, 로마로 진격한 훈족.
드디어
세계를 휘어잡고 크게 호통친다.
“그 누가, 감히 우리 앞을 가로막을 것인가?”
- 211.
- 제 1부. 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