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반과 모터홈의 본고장에서는 ... 하지만 우리는!
국내에 수입, 판매되고 있는 카라반과 모터홈은 크게 유럽, 미국, 영국, 국산 제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나라별로 제작 방식은 물론이고 제각기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어 장단점을 구분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비 카라반의 제작 공장
국내 RV 시장은 해마다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나가고 있으며 어느 정도 중견 업체로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체당 연간 100대 규모에 머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영세한 제작사는 이 수준에 못미치고 있지만 나름의 차별화를 바탕으로 꾸준히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하지만 유럽의 RV 브랜드 2~3곳에서 한 해 생산하는 카라반과 모터홈의 숫자는 우리나라의 등록된 대수와 맞먹을 정도로 엄청난 규모의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레저, 취미를 떠나 여행이 일상이 되어 버린 RV 선진국의 알빙 문화는 우리와는 차원이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RV의 본고장이라고 해서 아무대서나 캠핑을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해진 장소에서 자연을 그대로 활용하고 최소한의 룰을 지키면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우리네 캠핑은 왠지 시끌벅적하고 복잡하다. 텐트 캠핑이든, 카라반이든, 캠핑카든 말이다. 정작 알빙을 즐기는 사람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데, 카라반과 캠핑카를 바라보는 타인의 따가운 시선은 곱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대부분의 캠퍼와 알비어는 캠핑카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다.
언제든 자유롭게 떠나서 머물고 여유로운 주말을 보내고 돌아와 일상 생활을 이어나가려는 꿈을 꾸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 꿈을 실현한 사람도 있는 반면, 지금 막 시작하려는 사람과 이런 활동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남들과 다른 행동을 하거나 생각을 가진 사람을 별종이라고도 한다. 캠핑카를 바라보는 어떤 이의 시선에는 알비어는 별종인 이상한 사람이 되고 있다.
캠핑을 위한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유럽과 영국, 미국 등 RV 선진국에서는 아주 간단한 세팅만으로도 여유로운 주말을 보낼 수 있고 각 나라의 캠핑장들을 예약하고 상당히 저렴한 비용으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어찌보면 호텔이나 숙박시설을 이용하는 금액이면 카라반, 캠핑카를 활용하는 비용을 뽑고도 남을 만큼 편리하게 이용하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다.
RV가 증가하는 만큼 이런 시설이나 장소, 주차 공간, 관련 법규, 제도 등이 유기적으로 늘어나면서 전체 산업과 밀접한 영향을 주고 받기 때문이다. 허울뿐인 차고지 증명제나 갈수록 가격만 올리는 캠핑장, 주차장 등에 대한 시스템적인 재구성이 절실해 보인다.
카라반을 자동차로 보지 않는 대한민국!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카라반은 누군가의 자동차일 뿐이다. 다만 동력이 없어 견인차에 끌려 이동할 뿐이다. 누군가의 명의로 등록되고 세금이 부과되며 각종 세금과 정기 검사는 물론이고 보험에 가입된 또 하나의 재산이다.
카라반이나 캠핑카에 대한 불만과 안좋은 시선은 우선적으로는 사용자의 잘못이 클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은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사람들까지 싸잡아서 욕할 이유는 없다. 수많은 운전자 중에 요리조리 칼치기를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도로 위의 모든 운전자를 욕하진 않듯, 행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한 것이지, 모든 알비어들을 비난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카라반은 자동차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집이다.
아무리 싸거나 작은 카라반, 캠핑카라고 해도 누군가는 이곳에서 행복함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경차로 만든 소형 캠핑카에서 부터 버스로 만든 대형 캠핑카까지 캠핑에 특화된 모델은 움직이는 집이라 부른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보다 실제로 캠핑카, 카라반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을 채워야 하고, 전기를 충전해 주어야 하며, 오폐수를 버리고 세팅을 하고, 외부에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이런 저런 요구 사항도 충족시켜야 한다. 겨울이면 동파를 방지하기 위한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고, 여름이면 더위와 벌레들을 피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가족을 위한 번거로운 세팅은 물론이고 지인들이라도 방문한다면 더욱 복잡해진다. 공간이 좁을수록 효율성은 좋겠지만 사용자가 늘어나면 곧 한계를 보이게 된다. 카라반과 캠핑카의 가장 기본 요건인 취침 공간에 따라서 만족도는 180도 달라진다.
취침 공간이 없다면 카라반이나 캠핑카를 굳이 탈 필요는 없다. 차박이면 충분한 공간을 수 천만 원이나 들여 구입, 관리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카라반이나 캠핑카를 제대로 활용하는 사람은 취침 공간, 화장실, 샤워실, 난방, 요리 등을 100% 활용하고 있다. 어디에서 어떻게 활용하면 좋은지, 이 계절에는 어디로 가야 할지, 어느 지역을 방문하면 좋을지 매주 끊임없이 계획이 세워진다.
카라반, 캠핑카를 활용하는 사람은 부지런해야 할 수 있다.
준비된 사람에게는 '편안한 집', 준비되지 않는 사람에게는 '짐'이자 애물단지!
가끔 캠핑장이 아닌 노지에서 카라반이나 캠핑카를 활용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완벽하게 정석대로 마무리를 하는 고수는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활동을 이어나간다. 반면 카라반, 캠핑카를 위한 준비되지 않은 구매자는 온갖 세팅은 그럴싸하게 하고 민폐를 끼친 후 왔다간 흔적을 고스란히 남기고 사라진다. 카라반, 캠핑카의 편리함은 즐기고 귀찮다는 핑계로 제대로 정리하지 않는 것이다.
유럽, 미국, 일본의 캠퍼, 알비어들이 돋보이는 것은 그들의 비싼 RV가 아닌 자연과 타인을 배려하는 인간다움일 것이다.
모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자연 그대로의 캠핑 공간은 이제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아니 우리 나라에서 그런 공간을 마음껏 즐기는 자체를 불법 행위로 규정짓고 있다. 사용자 측면이 아닌 관리자 측면에서 모든 것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취사 금지, 주차 금지, 수영 금지, 출입 금지... 하지 말라는 것은 많은데 이 곳에서는 이런 행위를 허용한다는 안내는 찾아보기 힘들다.
카라반, 캠핑카에 대한 제대로 된 규정도 없고 코에 걸면 코걸이요,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된다.
'하지 말라는 것, 외에는 개인의 자유(해외의 사례)에 맡기느냐', '하라는 것 외에는 하지 말아야 한다.'(국내 사례)
개인의 자유에 맡기는 대신, 어겼을 경우에는 후회할 만큼의 벌금과 처벌이 모두에게 집행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규정도 없고 법도 없는 상태에서 새롭게 등장한 RV를 통제하려고만 하는 것은 탁상행정이자 무지에서 나온다. 무법과 불법은 다르다. 여기서 무법은 법으로 규정되기 전 상태인 법에 정해져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캠핑카와 카라반에 대한 세부 규정이 없고, 시민들의 인식이 안좋은 이유 중 하나는 세부적으로 이런 사항들이 정해져 있지 않음에서 비롯된다.
자동차(카라반, 캠핑카)를 주차장에 세우지 말라는 것이 말이 되는 것인가! 알박기, 장기 주차는 행위자에 대해 단속을 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처벌을 하면 되는 것이다.
사람들의 모든 행동에는 책임이 뒤따른다. 누구에게나 공통된 사항이다.
단속하는 사람은 없고, 현수막만 달랑 걸려있는 단속 현장, 솜방망이 처벌, 무분별한 금지 팻말과 남용, 잘못된 인식이 지속되는한 캠핑카에 대한 논쟁은 이어질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시기일지 모른다. 지금이라도 차근차근 관련 법을 정비하고 차고지 증명제를 제대로 시행하기 위한 공간을 확보하며 달라지는 레저 문화와 알빙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언제까지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을 것인지 말이다!
출처 더카라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