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매산 철쭉 군락지에서 바라본 황매산 전경. 사진/ 민다엽 기자
분홍빛 철쭉이 만개하는 황매산의 5월. 딱 열흘 남짓 동안에만 만끽할 수 있는 ‘천상의 화원’이 열린다. 이번엔 꽃놀이만 즐기기에는 지루한 여행자들을 위해 추천하는 코스다. 적당한 등산과 꽃놀이를 함께 즐길 수 있는 황매산 모산재 코스를 소개한다.
철쭉이 만개한 황매산의 풍경은 벅찬 감동으로 다가온다. 눈길이 닿는 곳마다 어여쁜 꽃망울이 시선을 잡아끈다. 땀도 식힐 겸 꽃나무 속에 놓인 커다란 평상에 대자로 누웠다. 하늘은 높고 푸르렀고 향긋한 바람이 실려 온다. 완연한 봄기운이 온몸에 스민다.
덕만주차장 쪽에서 차를 타고 올라가면 정상부 철쭉군락지까지 손쉽게 이동할 수 있다. 사진/ 민다엽 기자
끝도 없이 펼쳐진 철쭉의 향연. 사진/ 민다엽 기자
철쭉 3대 명산… 전국 최대 규모 철쭉 군락지
경남 합천군 가회면·대병면과 산청군 차황면의 경계에 자리잡은 황매산(해발 1,113m)은 전국 최대 규모의 철쭉 군락지로, 소백산, 바래봉과 함께 철쭉 3대 명산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매년 4월 말에서 5월 초에는 정상부에 펼쳐진 광활한 대지가 온통 철쭉으로 뒤덮이며 수많은 상춘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올해 황매산철쭉제는 4월 29일~5월 14일까지 철쭉 군락지 일원에서 열린다. 특히 황매산 철쭉제는 해발 850m에 위치한 황매산오토캠핑장까지 차량으로도 올라갈 수 있어 접근성도 좋다. 게다가 정상부의 능선도 완만하게 이어져 있어 누구나 손쉽게 꽃놀이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 정상까지 오르면 저 멀리 지리산에서 덕유산에 이르는 장엄한 능선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탁월한 전망도 일품이다.
황매산 철쭉을 감상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가회면 덕만주차장을 통해 차량으로 황매산오토캠핑장까지 곧바로 오르는 방법이다. 힘 들이지 않고 10분 정도면 정상부에 닿을 수 있지만, 철쭉 군락지쪽 주차장이 협소한 편이라 축제 기간 동안에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산 아래 덕만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한 뒤 주차장과 오토캠핑장 사이를 오가는 택시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또는 덕만주차장에서 장군봉-중봉-상봉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이용해도 좋지만, 코스가 꽤나 길고 험한 편이라 그리 추천하진 않는다.
모산재 등산코스에서 바라 본 풍경. 병풍처럼 둘러싼 기암절벽에 탄성이 절로 난다. 사진/ 민다엽 기자
탐방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사진/ 민다엽 기자
암릉의 절정을 볼 수 있는 모산재
적당한 등산과 꽃놀이를 함께 즐기고자 한다면 모산재 코스가 딱이다. 해발 767m 모산재 정상까지는 깎아지른 듯한 암릉 구간이 이어지고, 여기서부터 황매산 정상까지는 환상적인 철쭉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중간 중간 꽃놀이를 즐기며 느긋하게 올라도 4시간 남짓이면 정상에 닿을 수 있다. 코스가 짧고 경사에 비해 비교적 어렵지 않아서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에게 추천할 만한 코스. 단, 암릉 구간의 경사가 꽤 심한편이라 접지력이 좋은 등산화가 필수다.
모산재주차장에서 출발해 황매산기적길의 출발점인 영암사지터를 지나면서 본격적인 산길에 접어든다. 거침없이 뻗은 산줄기를 따라 오르다 보면 어느새 하늘 높이 솟은 거대한 암봉이 웅장한 자태를 뽐낸다. 사방에 병풍처럼 드리워진 기암절벽을 둘러보면 저도 모르게 탄성이 나온다. 마치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 아름답다. 이처럼 사방이 기암괴석으로 둘러싸인 탓에 ‘신령스런 바위산’이란 뜻의 영암산으로 불리기도 한다.
절벽 위에 홀로 서 있는 돛대바위. 사진/ 민다엽 기자
돛대바위에서 내려다 본 장쾌한 전경. 사진/ 민다엽 기자
모산재에는 특이하게도 일반적으로 고갯길을 지칭하는 ‘재’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마치 산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바윗덩어리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고갯길하고는 거리가 먼 것이 아이러니하다. 줄을 잡고 거대한 암봉을 기어오르고 수직에 가까운 높은 계단을 지나자, 드디어 모산재의 하이라이트인 돛대바위가 모습을 드러낸다.
탁 트인 바위 절벽 끝에 홀로 서 있는 돛대바위의 위풍당당한 모습. 왠지 모를 기백이 느껴지는 듯하다. 삼각형 모양의 이 바위는 마치 순풍에 떠가는 배의 돛대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그러고보니, 저 멀리 굽이굽이 이어진 산봉우리가 일렁이는 물결 같아 보이기도 한다. 바위를 따라 절벽 끝에 나란히 섰다. 발아래로 펼쳐진 장쾌한 풍광에 가슴이 뻥 뚫린다.
암릉을 오르는 아찔한 재미가 있는 모산재 코스. 사진은 모산재 정상에서 본 돛대바위의 모습이다. 사진/ 민다엽 기자
접지력이 좋은 등산화가 필수다. 사진/ 민다엽 기자
눈앞에 보이는 해발 1,000m 이상의 수많은 봉우리 가운데, 해발 700m 정도로 비교적 낮은 축에 속하는 이곳이 합천 8경으로 손꼽히는 이유를 단번에 알게 되는 순간이다. 여기서 돛대바위를 뒤로 한 채 10분 정도 바위 능선을 오르다 보면 금세 모산재 정상에 닿는다.
정상에서 돛대바위 쪽을 바라보면, 다른 의미로 아찔한 절경이 펼쳐진다. ‘내가 저길 올라왔다고?…’. 정상에 세워진 기묘한 형태의 재단도 인상적이다. 덧붙여, 예부터 모산재는 풍수지리상 명당으로 꼽히던 장소로 ‘순결한 산’으로 여겨졌다고 전한다. 실제로, 정상 아래쪽에서는 ‘순결하지 못한 자는 지날 수 없다’는 순결바위를 찾아볼 수 있다.
INFO 모산재
주소 경남 합천군 가회면 둔내리 모산재주차장
모산재에서 철쭉 군락지까지 산행을 이어갈 수 있다. 사진/ 민다엽 기자
차로 해발 800m 지점까지 이동할 수 있어 가볍게 트래킹을 즐기기에도 좋다. 사진/ 민다엽 기자
‘꽃길만 걸어요~’
이제부터 황매산 정상까지의 구간은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잠시 우거진 숲길로 들어서더니 이내 부드럽고 유려한 능선이 눈앞에 펼쳐진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광활한 대지 위에 진분홍빛 물결이 넘실거린다. 사부작사부작 발걸음도 한결 가벼워진다. 그야말로 꽃 속에 파묻혀 해발 1,000m 하늘 계단 꼭대기까지 오르는 ‘철쭉 트래킹’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황매산 8~9부 능선에 조성된 국내 최대 규모의 철쭉 군락지는 1980년대 커다란 목장이 있던 자리였다고 한다. 넓은 초원에 방목했던 젖소와 양들은 이곳의 풀과 잡목을 모두 먹어 치웠고 독성을 가진 철쭉만 남기게 되었다고. 이후, 1990년대 목장이 떠난 자리에는 자연스레 철쭉만 무성히 자라 현재의 모습처럼 대규모 군락지를 이루게 되었다는 재미난 이야기다.
합천군과 산청군이 만나는 9부 능선에 다다르면, 양쪽에서 꽃놀이를 즐기러 온 상춘객들이 합쳐지면서 점점 인산인해를 이룬다. 산청 방면으로 내려다보이는 황매 산성 누각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정상부에는 완만한 능선을 따라 나무 데크가 조성돼 있다. 사진/ 민다엽 기자
철쭉과 어우러진 황매 산성 누각. 사진/ 민다엽 기자
해발 1,113m 황매산 정상으로 향하는 나무 계단. 사진/ 민다엽 기자
정상을 향해!
완만한 능선을 따라 꽃놀이를 즐기며 에너지를 재충전했다면. 마지막 정상까지 막판 스퍼트를 올려보자. 철쭉 군락지에서 정상석까지는 1시간 정도면 충분히 닿는다. 하지만 계단을 올라가는 내내 그늘이 없고 길고 가파른 계단이 계속되어 더딘 흐름이 이어진다.
사람이 많은 날에는 소위 ‘기차놀이’를 하며 올라가야 하는 구간이지만, 마치 철쭉이 양탄자처럼 깔린 환상적인 경치를 볼 수 있으니 꼭 정상까지 올라보길 추천한다. 정상석 부근에는 포토존도 여럿 있어 인증사진을 남기기에도 좋다.
산행을 계속해서 이어가고자 한다면, 정상석을 넘어 능선을 타고 반대편 합천호 방면으로 내려가거나 장군봉으로 돌아내려 가는 코스를 이용하면 된다. 산행을 충분히 즐겼다고 생각되면 철쭉 군락지로 다시 내려와 황매산오토캠핑장을 거쳐 덕만주차장으로 곧바로 내려가는 최단 거리 코스를 추천한다. 계곡을 따라 가볍게 하산할 수 있는 부담 없는 탐방로다. 황매산오토캠핑장 주차장에서 택시를 타고 내려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황매산 정상의 탁 트인 전망. 사진/ 민다엽 기자
해발 1,113.1m 황매산 정상석. 사진/ 민다엽 기자
INFO 황매산군립공원
주소 경남 합천군 가회면 황매산공원길 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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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 여행스케치 민다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