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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비진도 섬산행] 미인도 바다 백리길 한바퀴 추억 곱씹기

작성자귀촌여행|작성시간23.05.29|조회수134 목록 댓글 0

[통영 비진도 섬산행] 미인도 바다 백리길 한바퀴 추억 곱씹기

부담 없는 느림보 산행으로 3시간 코스
한려해상 백리길 걸으며 추억쌓기 최고

미인도 전망대에서 바라본 비진도.

통영에서 배로 약 40분 거리에 위치한 미인의 섬 비진도.

 

도시에 살면서 시골이 부러운 것 중 한 가지는 지역민에게만 주는 혜택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제주도민은 비행깃삯의 10%가 할인된다고 들었다. 각 지자체의 유명 유료 관광지에 가면 특별히 지역민 우대 요금이 있다. 밀양 얼음골케이블카도 그렇고 이번에 다녀온 통영 비진도 여객선 요금도 마찬가지였다.

통영에 사는 지인이 고향마을 자랑도 할 겸 1박 2일 일정으로 갯내 물씬 나는 산행을 제안했다. 두말하지 않고 동의했다. 막상 떠날 시기가 되자 이런저런 불참 이유가 생겼지만, 비진도에 가자는데 못 가면 큰일 날 것 같았다.

비진도는 대학에 들어간 첫 해 캠핑을 다녀온 추억이 있는 섬이다. 고향 친구들과 함께한 1박 2일은 늘 기억의 좋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비진도의 하얀 모래밭과 푸른 바다, 작열하던 태양, 그리고 친구들의 깔깔 웃음소리까지. 섬에서 나오는 배 선상에서 처음으로 먹어본 충무김밥은 그 맛이 가히 충격이었다. 지금까지도 그만큼 맛난 충무김밥을 먹어본 적은 단연코 없다.

두 번째 방문은 어두운 밤 낚싯배를 타고 볼락 낚시를 갔던 때였다. 섬 주변 외딴 갯바위에 내려 낚시했는데 볼락루어라는 새로운 경험을 한 것이 또 생생하다. 이번에 세 번째 간 비진도는 자칫 못 갈 뻔도 했다.

삼봉산 정상에서 본 통영과 거제 그리고 쪽빛 남해.

 

반값 한산도로 오라고 했지만

첫날은 통영 용남면에 있는 삼봉산에 올랐다. 눈앞에 거제도와 남해가 펼쳐진 것이 인상적인 산이었다. 산책하듯 다녀왔는데 그래도 제법 고도가 높아 코스만 잘 잡는다면 얼마든지 단독 산행지로도 좋을 듯했다. 역시 압권은 산불초소가 있는 정상. 덱 위에서 지고 온 막걸리 한 잔을 마시며 통영의 자연을 즐겼다.

다음 날 아침에는 통영여객선터미널로 갔다. 그런데 때아닌 호객행위가 있었다. 한산도 여객선을 운영하는 농협에서 마침 한산도 산행대회가 있다며 뱃삯도 반값이라고 얇은 귀를 자극했다. “한산도로?”라며 지인에게 눈짓했는데, 고개를 단호하게 가로젓는 바람에 더는 말 못 하고 비진도행 배를 탔다. 우리가 탄 배는 비진도를 거쳐 매물도까지 가서 돌아오는 항로를 운행했다.

비진도는 내항과 외항마을에 항구가 있는데 등산하려면 외항에서 내리라고 안내해 주었다. 신분증을 일일이 확인하고 배에 오른다. 물론 외지인 요금이다.

출항한 뒤 선실과 갑판에 자리가 마련돼 있는데, 조용히 추억을 떠올리려고 창가 쪽 선실 자리에 앉았다. 가벼운 등산복 차림의 일행이 많다. 다들 설렌 표정이다.

내항에서 내리는 사람도 있었다. 비진도는 하늘에서 본 모양이 모래시계같이 생겨 내항이 있는 섬도 일주할 수 있고, 외항에 내려도 섬을 한 바퀴 돌 수 있게 길이 나 있었다. 선원 한 분이 "내항은 산길에 멧돼지가 많아 위험하다"고 알려주었다. 바다를 헤엄치는 멧돼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이곳 비진도에도 멧돼지가 많이 사는 모양이었다.

비진도 아랫섬과 윗섬을 잇는 긴 사구. 길이가 550m란다.

 

푸른 바다 흰 모래밭 미인도

비진도를 미인도라고 부른다는데 그럴듯한 해석을 찾지 못했다. 섬이 아름다운 미인을 닮았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윗섬과 아랫섬을 잇는 긴 백사장이 미인의 목처럼 희고 길어서인가? 억지 상상을 하며 외항마을 선착장에 내렸다.

한려해상 바다백리길 안내판이 있다. 우리가 걸을 길은 3구간 산호길이라고 했다. 통영에서 14km 떨어진 비진도는 선유봉이 있는 외항산이 최고봉이다. 우리는 오늘 외항산을 등정할 참이다. 어제 먹은 술이 과하지 않아 무난하게 산행할 것을 몸으로 예감했다.

코스는 외항마을 선착장에서 출발해 비진암 갈림길(왼쪽 길 선택)~시누대 숲길~망부석 전망대~미인도 전망대~선유봉(312m)~비진도 전망대~노루여 전망대~갈치바위~비진암~동백나무 자생지~비진암 갈림길에서 다시외항마을 선착장까지 5.5km를 3시간 동안 느긋하게 걷는다.

갈림길 입구에 할머니들이 섬 시금치며 달래 등 나물을 내놓고 판다. "나물 사 가이소"하시더니 내려오면서 보자니 더는 잡지 않는다. 멧돼지 조심 안내판이 서 있다. 멧돼지가 제법 매섭게 생겼다.

길은 만만하게 생각했는데 해발 300m로 치고 올라가는 산길이 만만찮다. 덕분에 야생화 볼 일이 많아진다. 홀아비꽃대다. 이 꽃은 꽃받침과 꽃잎이 없이 암술 1개와 수술대 3개로만 이루어진 양성화라고 한다. 처음 발견된 곳이 거제도 옥녀봉이어서 옥녀꽃대라는 이름도 있다고 한다. 힘 한번 크게 쓰며 계단을 올라 망부석 전망대에 도착했다.

멀리 보이는 섬은 한산도와 용초도, 추봉도다. 전망대에서 6분 정도 오르니 미인도 전망대가 나온다. 오늘 코스 최고의 뷰를 선사하는 곳이다. 뒤돌아보면 절벽에 오뚝한 코를 가진 바위가 있다. 비진도 여인바위라고 한다. 아 그래서 비진도가 미인도인가? 가져온 충무김밥을 꺼내 이른 점심을 먹는다.

망부석 전망대.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여인바위가 보인다.

미인도 전망대 최고의 뷰

다들 풍경이 좋은 곳이라 그런지 사진을 많이들 찍는다. 우리 일행도 사진을 부탁하고, 다른 사람 사진도 찍어 줬다. 여기서 보니 비진도가 모래시계 혹은 아령 아니면 장구처럼 생겼다는 것이 실감 난다. 모래로 이어진 길은 550m나 된단다. 전망대에서 본 왼쪽은 고운 모래 해변이고 오른쪽은 몽돌해변이라니 그것도 신기하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이제는 금빛 모래해변에 텐트 야영을 할 수 없다는 것. 한려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하면서 야영은 금지했다고 한다. 하루 묵으려면 섬에 있는 민박을 이용해야 한다.

속을 넣지 않는 충무김밥.

 

충무김밥이 덱 위에 펼쳐졌다. 충무김밥이 빨리 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밥으로만 김밥을 만다. 속이 없는 대신 대꼬챙이에 낀 주꾸미나 오징어 볶음을 따로 주는데 오리지널은 주꾸미 양념구이라고 했다. 안주로도 손색이 없는 메뉴다. 뷰 좋은 전망대 찾는 사람이 많아 얼른 밥상을 치우고 선유봉을 향해 출발한다.

흔들바위 안내판이 있다. 밀면 흔들린다고 하는 데 힘이 없어서 그런지 꿈쩍도 하지 않는다. 특이하게 밥공기를 닮은 흔들바위라는 해석이 붙어있다. 하늘로 올라간 선녀가 홀로 남은 어머니의 식사가 걱정돼 내려보냈다는 그럴듯한 전설이다.

선유봉은 300m가 남았고, 선착장에서는 1.7km를 걸어왔다. 이곳은 한려해상국립공원 구역이라서 국립공원공단에서 세운 이정표가 잘 서 있다. 선유봉에 도착했다. 역시 이정표에는 해발 326m라고 기록돼 있다. 가만 선착장에서 본 안내판과 다르지 않은가. 국립지리원 지도를 찾아본다. 지형도의 등고선을 보니 312m가 근접한 높이다.

선유봉에도 높은 이층 전망대가 있어 바다 위의 한려해상국립공원을 조망할 수 있다. 소매물도와 멀리 괭이갈매기 서식지 홍도, 매물도 어유도 가왕도 등을 차례로 볼 수 있는데 이날은 황사가 있어 어렴풋이 가까운 섬만 환상적으로 보였다.

아스라이 보이는 섬. 비진도 바다백리길에서 보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섬 풍경은 황홀하다.

나물 좀 사 가이소

배 시간을 보니 넉넉해 되돌아가는 짧은 길보다는 바다백리길 산호길 구간을 제대로 걷기로 했다. 선유봉에서 15분 정도 내려가니 비진도 전망대가 나온다. 연화도, 우도, 욕지도, 두미도까지 한눈에 보이는 곳이다. 그 아래에 또 전망대가 있는데 유명한 노루여 전망대다. 이번엔 통영 오곡도와 미륵도가 보인다. 노루여(울)는 노루가 빠져 죽은 절벽이라는 유래도 있지만 해안절벽 아래 바위가 세찬 조류로 흐른다고 해서 붙었다는 해석을 적어 놓았다.

울창한 동백나무 숲을 지나니 이번엔 갈치바위다. 참 명소도 많다. 아참 물고기 갈치가 아니란다. 풍랑이 세게 치면 솔가지가 바위에 걸쳐지기에 갈치라고 한단다. 갈치바위는 위험한지 출입이 금지돼 있다. 다시 울창한 원시림 속으로 빠져든다. 비진암 돌담이 높다. 섬에 있는 집들의 돌담이 지나치게 높은 것은 바닷바람과 태풍을 견뎌내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커다란 동백나무에 '선착장' 이정표가 있다. 마을가는 길이란 친절한 이정표를 따라 오래 묵은 밭둑을 지나가니 작은 시멘트 포장도로가 나온다. 바닥에 파란 페인트칠이 된 것은 이곳이 바다백리길이라는 표식이다.

다시 바다백리길 관문을 통과해 삼거리에 도착했다. 할머니 몇 분이 있어 쓱 지나치려고 하는데 "나물 좀 사 가지고 가이소"라는 소리가 들렸다. 참 내려올 때 보자고 했지.

섬에서 기른 시금치와 깨끗하게 씻은 달래가 있었다. 비싸지도 않았는데 현금으로만 살 수 있었다. 요즘 카드 때문에 지갑에 현금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귀하니 이것 역시 할머니 나물을 사기 싫을 때 댈 수 있는 핑계이다. 지갑에 현금이 없었다. 그래서 계좌이체 되냐고 여쭈니 된다는 할머니 한 분이 있었다.

계좌이체를 하고 달래 한 봉지와 시금치 한 단을 샀다. 나중에 먹어본 나물은 최상품이었다. 가성비도 좋았고. 나물 파는 할머니의 이름도 예뻤던 것 같다. 농협 계좌번호를 죄다 외워 또박또박 불러주었다. 이번에 같이 갔던 친구 효, 수, 진도 물론 좋았지.

까마득한 청춘 시절 식, 형, 수, 란, 화, 혜, 정, 태 등의 고향 친구와 함께 우리 젊은 날의 추억을 쌓았던 비진도여 이제 잘 있어라. 갈매기 한 마리가 외항을 떠나는 여객선을 한참이나 따라왔다.

글·사진=이재희 기자 jaehee@

 

통영~비진도 주말 배편.



▲통영 비진도 가려면

통영여객선 터미널에서 통영~비진도~매물도 행 여객선이 다닌다. 평일과 주말의 배편과 시간이 다르니 미리 연락해 보는 것이 좋다. 선박 시간과 요금 관련 문의는 한솔해운 1661-8253 혹은 055-645-3717로 하면 된다.

통영~비진도~매물도를 오가는 여객선.

 

우선 평일은 하루 세 번 배가 왕복한다. 1항차 통영항 오전 6시 50분 출발. 비진도에서는 9시 30분 첫 출발. 2항차 통영항 10시 50분 출발. 비진도에서는 13시 20분 출발. 3항차 통영항 오후 2시 30분 출발, 비진도 오후 5시 15분이 막배다.

주말엔 오전 9시 통영항 출발, 오전 11시 10분 비진도 출발 배편과 정오인 12시 통영 출발, 오후 2시 40분 비진도 출발 배 등 2항차 더 다닌다. 첫 배와 막배는 시간이 같다.

요금은 2023년 5월 현재 성인 왕복(내항) 1만 8400원이다. 비진도 외항은 왕복 1만 9200원. 평일은 내항 왕복 1만 6800원, 외항 왕복 1만 7600원이다. 경로, 어린이는 일정액을 할인한다.

외항마을 선착장에서 내려 바다백리길 종합안내판을 보며 산행을 시작한다.

바다백리길 3구간 비진도 산호길 관문을 통과한다.

멧돼지 출현 주의 안내판이 있다. 멧돼지가 제법 험상궂다.

산행 중에 만난 야생화 홀아비꽃대.

망부석전망대에서 본 여인바위.

비진도 흔들바위. 흔들리는 것은 확인할 수 없었다.

선유봉 정상의 전망대.

노루여전망대에서 본 바다 풍경.

울창한 동백나무 원시림도 만난다.

비진암 앞을 지나 마을로 내려선다.

시멘트 포장도로에 그려 놓은 파란색 선은 바다백리길 안내 표시다.

비진도 할머니가 키운 달래. 잘 씻어서 팔고 있었다.

선유봉을 올랐다가 외항선착장에서 통영으로 출발했다. 갈매기 한 마리가 오래 따라왔다.

 

출처 부산일보 이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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