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뱃길은 무기한 공사중
현장점검! 국토종주길 10년 (1) 아라뱃길
백석대교에서 바라본 서쪽 방면 아라뱃길. 오른쪽 북안길은 공사중이고, 자전거길 바로 옆의 드림파크는 비밀의 화원처럼 문을 꽁꽁 닫고 있다
국토종주 자전거길이 개통된 지 10년이 지났다. 2012년 4월 개통 당시 1757km였으나 현재는 지선을 포함해 2000km를 넘는 자전거길이 전국을 누비고 있다. 덕분에 자전거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장거리 여행을 즐기는 동호인들도 많아졌다. 하지만 정책적 지원이 끊어지면서 길 상태는 천차만별이 되었다. 자전거길 관리가 지자체로 이관되어 관심 있는 지자체는 종주길은 물론 지선 노선을 개설하고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반대로 무관심한 지자체 구간은 방치 수준이다.
국토종주길 개통 10년을 맞아 본지 취재팀의 현장 점검을 통해 자전거길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고, 그동안 어떻게 변모되었는지 살펴본다. 구간별, 지자체별로 평점을 매겨 보다 나은 발전을 위한 자극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남안길 서단의 억새길. 공사구간이 많아 이용자가 많이 줄었다. 10년 세월에 조경은 한층 자연스러워졌다
정서진의 자전거길 시점. 관광명소이자 노을 전망대가 되었다
국내최초 운하
서해와 한강을 연결하는 아라뱃길은 개통 당시 국내유일의 운하였다(2013년 포항운하 개통). 길이 21km이며 한강하구 우회를 단축할 수 있어 조선시대에도 추진했으나 산악구간을 돌파하지 못해 실패했다. 지금은 한강하구가 군사분계선으로 통행이 막힌 상태여서 아라뱃길은 한강에서 바다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하지만 서울에 부두가 없어 운하로서는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 상해의 경우, 비슷한 입지의 황푸강 덕분에 굴지의 항구도시가 된 점과 비교하면 안타까운 현실이다. 아라뱃길은 홍수 시에는 상습 침수지구인 굴포천 유역(인천 계양구, 부천시)의 방수로 역할도 한다.
인증스탬프는 잉크 내장 만년도장 식으로 바뀌어 간편하고, 주위도 깔끔해졌다
정서진 출발지의 아치조형물. 숫자판 글씨가 흐트러지고 있다
세월과 무관심에 낡아버린 안내판
아라마루는 상시 붐비는 명소가 됐지만 외벽이 떨어져 나가 보기 흉하다
가장 가까운 ‘교외’
아라뱃길은 서울 한강 자전거길과 인접해 있고 인천, 김포와 연접해 자전거 동호인뿐 아니라 일반 시민도 많이 찾는 수도권의 쉼터다. 겨울을 제외하고 뱃길 주변의 공터는 빽빽한 캠핑장으로 변신하고, 아라마루와 아라폭포, 아라타워, 정서진 일대는 사람들로 붐빈다. 물길만 한가로울 뿐, 양안의 자전거도로와 산책로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서울 서부권에서는 자전거로 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교외’이면서 국내에 단 둘뿐인 운하라는 특별한 경관을 즐길 수 있어 명소로 자리 잡았다. 운하 남북안에 각각 자전거길이 나 있으며, 남안 자전거길은 한강 자전거길과 직결되어 있고 정서진까지 곧장 이어져 통행량이 한층 많다. 북안 자전거길은 상대적으로 한가한 편이고 남향이라 겨울에는 밝고 햇볕이 따뜻하다. 중간중간 교각 엘리베이터로 남북이 연결되어 있어 오가기도 편하다.
북안길 백석대교 서편 공사구간 안내문. 4km나 차단하고 있고 공사기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추가 안내문이 없다
계양대교 서편의 공사구간 안내문. 3.7km나 차단되어 있고 개통시기는 계속 연기되고 있다
원래 있던 보행로를 양방향 자전거도로와 보행로로 병행 사용하면서 불편과 위험을 겪고 있다
계양대교 동쪽의 빙판. 자전거에는 치명적인 위험지대다 . 교행하거나 야간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기약 없는 ‘공사중’
아라뱃길은 자전거와 산책객, 관광객 등 많은 사람들이 찾는 수도권의 명소가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최근에는 공사구간이 많아 자전거 통행량이 많이 줄었다. 북안은 서단의 청운교에서 백석대교까지 4km가 차단중인데, 현장 안내문에는 ‘9월 17일부터 10월 29일까지’ 라고 되어 있으나 12월 12일 현재 그대로 차단중이고 추가 안내문도 없다. 공사도 중단상태여서 언제 개통될지 기약이 없다. 남안은 시천교 인근에서 계양역까지 3.7km가 차단되어 있으며 언덕 위의 보행로를 자전거와 보행로로 나눠 쓰는 바람에 자전거와 보행자 모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개통시기는 ‘22년 1월중’으로 표기되어 있으나 이 역시 계속 연기되고 있어서 장담이 어렵다.
현재로서는 서울에서 진입할 경우, 남안은 계양대교까지, 북안은 백석대교까지만 제대로 달릴 수 있다.
과제
길은 끝이 없어야 한다. 인천터미널에서 강화도 방면으로 해안을 따라 2.5km 가량 자전거도로가 나 있으나 나머지 구간이 단절되어 기존 구간도 완전히 버려진 상태다. 해안을 따라 강화 초지대교까지 자전거길이 추가 조성된다면 강화도 일주 자전거도로와도 바로 연결될 수 있다. 청라신도시 방면으로는 자전거길이 여러 곳 나있지만 안내가 충실하지 못하다.
현재의 영종대교는 고속도로여서 자전거가 진입할 수 없으나 영종도와 청라신도시를 연결하는 제3연륙교는 일반도로이므로 자전거길이 들어서면 영종도까지 자전거도로망에 편입될 수 있다. 영종도에는 일주 자전거도로가 조성중이다.
김포터미널에서 김포신도시 방면으로는 78번 국지도 3.7km를 거쳐야 강변 자전거길로 연결된다. 이 구간은 ‘자전거우선도로’로 지정되어 있고 파란 실선을 그어놓았지만 갓길이 좁아서 위험하다. 이 길은 어차피 자동차 통행량이 많지 않으므로 도로 다이어트를 통해 갓길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평점>
김병훈 발행인
출처 자전거생활www.bicyclelif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