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반포지구의 왕복 4차로 자전거길. 동작대교 위의 구름카페도 서울만의 모습이다
남한강 자전거길은 서울을 통과해서 가장 상징적이고 또 이용자가 많은 곳이다. 2011년 10월, 국토종주 자전거길 중에서 가장 먼저 개통했다(팔당대교~양평). 남한강 자전거길은 팔당대교~충주댐 간 132km이며, 아라한강갑문~팔당대교 간 서울시내 구간 56km는 별도로 구분한다.
서울시내 구간
서울시내 구간은 1980년대 초 한강종합개발 때 처음 조성되었으니 40년 가까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자연상태로 방치되었던 둔치를 시민공원으로 꾸미고 제방을 높이면서 저지대 상습 침수지대가 사라졌고 한강변은 세계적인 강변공원으로 재탄생했다. 이때 조성된 것이 목동신도시로, 지금은 서울의 노른자위가 되었다. 이를 계기로 전국의 도시를 관통하는 강변 둔치는 서울 한강을 모델 삼아 산뜻한 공원으로 꾸며졌다.
한강 남북 양안에 놓인 자전거도로는 국내 자전거도로의 시초이자 모범 겸 기준이다. 한강 본류는 물론 안양천, 탄천, 중랑천, 불광천, 홍제천, 청계천, 창릉천 등등 서울과 주변 도시의 모든 지류에도 자전거길이 놓였다. 수도권 전철망에 비견되는 엄청난 자전거도로망이다.
안양천 합수부 인근에도 4차로 구간이 있다. 뒤편은 월드컵대교
자전거뿐 아니라 보행자, 러닝, 각종 모빌리티 등이 뒤섞이고, 시내에서 강변으로 가려면 자전거길을 건너야 해서 사고도 적지 않다. 지금은 자전거도로와 보행로가 구분되어 있지만 보행자가 넘치면 자전거도로를 침범하는 경우도 흔하다. 서울시내 구간의 유일한 문제점이라면, 이용자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내에서 자전거길로 연결되는 ‘토끼굴’이 특히 위험하다. 안전을 위해 대형 볼록거울과 경광등, 노면 표식을 추가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시내에서 둔치로 이어지는 '토끼굴'은 서울 한강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다. 안전 표지판이 더 필요해 보인다(사진은 풍납동)
오랜만에 답사해보니 서울 구간은 많은 부분이 개선되었다. 양화지구 주차장 앞을 지나던 길은 강변으로 우회시켰고, 여의도 샛강 구간은 지금도 개선과 공원화가 진행중이다. 급커브였던 노량대교 진출입로는 개량되었다. 안양천합수부와 반포지구에는 왕복 4차로 자전거길까지 생겨났다. 대부분의 노면은 일반도로처럼 밀도 높고 평탄한 아스콘으로 포장되어 승차감이 아주 좋다. 서울 구간은 노점이 사라져 깨끗해졌으나 소비자에게도 때로는 유용했던 공간이라 아쉬움도 없지 않다.
하남시 구간은 수변습지와 자전거길이 잘 조화를 이뤘고 오히려 서울시내보다 더 광활하고 웅장한 한강 경관을 즐길 수 있다.
지저분한 쉼터와 화장실은 관리 문제라기보다 사용자의 매너 문제다
팔당대교 주변 자전거길은 철새 탐조대 역할도 한다
팔당대교~양평읍
팔당대교에서 양평 간은 중앙선 폐철로를 이용한 27km 구간이 특별나다. 곳곳에 철로의 흔적이 남아 있고 9개의 터널은 인공적인 몽환경을 선사한다.
팔당대교~양평 간은 중앙선 폐철로 구간이다. 9개의 터널 통과는 특이한 경험이다
바닥이 패인 팔당대교 구간
팔당댐 주변은 경관이 빼어나 자전거뿐 아니라 도보 여행자도 적지 않다. 반듯한 노면은 잘 관리되어 있고, 길가에는 식당과 카페 등이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자전거 이용자가 많으니 이런 업소가 즐비하게 들어서면서 동호인과 지역민 모두 상생하는 관계를 이루었다. 일자리 창출에도 일조하고 있으니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바로 길가에 편의점과 카페, 식당이 많이 생겨났다. 상생의 현장이다
이 구간의 명소 중 하나인 능내역은 드라마와 CF 무대로 등장하면서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주위에는 카페와 식당, 자전거대여소까지 생겨났지만 역사를 비롯한 기존 시설은 보수를 하지 않아 낡고 방치된 느낌이다. 인증센터도 관리 상태가 좋지 않다.
주변에는 세련된 민간 시설이 들어서고 있는데 능내역은 안스럽게 낡아가고 있다
능내역 인증센터의 몰골. 관리도, 사용매너도 엉망이다
북한강철교는 이 구간의 최고 명물이다. 철교를 자전거로 지나는 이색경험은 극히 드물다(섬진강길에도 있음). 하지만 바닥 차선이 많이 지워졌고, 덜커덩거리는 목재 바닥재 소음은 처음보다 커졌다.
북한강철교는 차선이 벗겨지고, 목재 바닥의 덜컹거림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북한강을 건너면 양평이다. 북한강철교를 기점으로 인적은 훌쩍 줄어든다. 간이 화장실이 몇 군데 있으나 동파방지를 이유로 모두 문이 잠겼다. 이용자가 적으니 관리가 쉽지 않을 것이다.
양수역, 국수역, 아신역 역사를 통과하는 구간은 길안내가 부실해 초행이라면 헤맬 우려가 있다.
통과가 다소 번거로운 양평군립미술관 인증센터 구간을 거치지 않고 물안개공원 방면으로 우회하는 도로변 자전거길도 잘 나 있다. 인증센터에 들릴 필요가 없다면 양근대교까지 이 길이 더 빠르고 편하다.
양평읍내를 지나는 강변 구간은 수변에 바짝 붙어 친수감과 경관이 좋다. 다만 보행로가 내륙쪽으로 나 있어 강변 풍광을 즐기려는 보행자가 자전거도로를 걷는 경우가 많아 위험하다. 서울시내와 폐철로길처럼 강 쪽에 보행로를 두는 것이 안전하고 바람직할 것이다.
양평읍내 구간. 서울 한강처럼 보행로를 강변에 두어야 서로 안전하고 편리할 것 같다
양평읍~여주시내
양평읍내를 벗어나면 강변에 세련된 전원주택이 띄엄띄엄 들어서 있어 경관의 격조를 더해준다. 강변과 자전거길을 함께 끼고 있으니 전원주택 입지로는 최적일 것이다.
자전거길을 끼고 있는 전원주택 단지(양평 외곽)
앙덕리에서 개군면으로 넘어가는 후미개고개는 일반도로를 이용하고 갓길마저 좁아 불편하고 위험했다. 지금은 도로와 구분된 자전거도로를 내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고개가 낮아진 건 아니지만 한층 안전하고 편해질 것이다.
불편하고 위험하던 후미개고개에 별도의 자전거길 공사가 진행중이다
개군면 구간의 강변 언덕에도 멋진 전원주택이 즐비하다. 자전거길을 바로 끼고 있고 담장마저 없어 한층 개방적이고 친근한 느낌을 준다. 자전거를 즐긴다면 주거지로는 더없이 좋을 것 같다.
황새 알을 형상화한 이포보부터는 여주다. 18년 전 처음 왔을 때는 독특하고 광활한 모래톱 지대였던 담낭리섬과 양촌리 일대는 세련된 둔치공원과 거대한 저류지로 탈바꿈했다. 남한강길 전체에서도 공간적 개방감이 가장 좋은 곳이다.
이포보. 황새와 황새알을 형상화한 모습으로 4대강 보의 대명사 같은 곳이다
왼쪽 입간판은 낡았지만 이포보 인증센터는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다. 스탬프는 만년도장이다
모래톱 지대 남단의 당산리에는 공군사격장이 있어 마을길로 우회했으나 지름길이 새로 뚫렸다. 여기서 여주보까지는 아주 고요하고 운치 넘치는 강변 황야를 지난다.
당산리 공군사격장을 우회하던 마을길(오른쪽) 대신 직진도로가 뚫렸다
당산리~여주보 간의 강변 황야지대. 무인지경에 탁 트인 개방감, 개끗한 길이 인상적이다
여주보 인증센터는 잘 관리되고 있으나 안내판 등은 낡고 글씨가 떨어져나갔다. 여주시내 통과구간은 수위와 큰 차이가 없어 양평읍내처럼 친수감이 좋다.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는 여주보 인증센터
여주보 인증센터 옆의 입간판은 많이 낡았다
여주시내 동단의 영월공원 우회로는 보도를 겸해서 노면이 거칠고 안내도 부실하다
영월공원을 우회하는 구간은 보도를 겸하는데 노면과 안내가 부실하다. 다시 강변으로 나서면 금은모래 유원지를 지나 한가롭고 여유로운 전원풍경 속으로 접어들게 된다.
<평점>
김병훈 발행인
출처 자전거생활www.bicyclelif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