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종주길의 한 상징인 이화령 정상. 높이 548m, 길이 5km의 최난구간 고갯길이기도 하다
새재 자전거길은 남한강길과 낙동강길을 연결하는 100km 구간이다. 한강과 낙동강은 백두대간(소백산맥)이 분수령이 되면서 단절되었는데 새재길은 이름처럼 ‘문경새재’를 넘어간다. 문경새재는 자전거 통행이 불가능해 실제로는 약간 남쪽의 이화령(548m)을 지나며, 고도와 난이도에서 인천~부산 간 국토종주길의 최난 코스다. 괴산과 문경 어느 방면이든 5km의 힘든 업힐이다. 자전거전용도로보다는 일반 도로의 갓길을 이용한 구간이 많아 차량 통행에 주의해야 하지만 교통량은 드물다.
탄금대~수안보
인천 출발 기준으로 새재길은 충주 탄금대에서 시작된다. 가야 출신 우륵이 거문고를 뜯고 임진왜란 때 신립장군이 왜군과 결전을 벌인 역사의 현장이다.
새재길의 시작점인 탄금대 인증센터. 관리와 이용매너 모두 엉망이다
탄금대를 나오면 국토종주길은 남한강 지천인 달천 변으로 나선다. 충주분지를 벗어나 산간으로 접어들 때까지 약 7km의 달천길은 아늑한 교외풍경이다. 자전거와 자동차가 함께 이용하는 편안한 둑길로 노면과 안내표시 모두 잘 되어 있다.
충주시내 외곽의 달천 둑길. 경관이 아름답고 노면도 좋아 달리기 좋은 길이다
둔치에는 파크골프장이 성황이다. 국토종주길을 낀 둔치는 처음에는 생태공원 정도로 시작했으나 캠핑장이 하나둘 들어서더니 이제는 전국적으로 파크골프장 붐이다. 특히 노년층에게 인기가 높아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으니 이 역시 국토종주길의 미덕이다.
달천변의 파크골프장. 전국적으로 국토종주길 주변 둔치에 파크골프장이 많이 들어서고 있다. 특히 노년층에게 유익한 여가공간으로 사랑받는다
대림산성 입구를 지나면 향산리의 협곡 강변길이다. 이 협곡길의 끝자락에 새재길 최고의 절경 중 하나인 수주팔봉이 있다. 겨울 평일인데도 캠핑족이 가득하고 폭포 위에는 출렁다리와 정자까지 새로 들어서 선풍(仙風)을 그린다.
향산리의 협곡길. 수면과 가까운 매혹의 구간이다
선경 같은 수주팔봉은 평일에도 캠핑족으로 만원을 이룰 정도로 인기 명소가 되었다
수주팔봉에서 수회리까지는 완연한 산간풍경으로 도로 갓길을 이용한다. 노면표시와 입간판은 낡았지만 길을 알아보기는 어렵지 않다.
중앙경찰학교 인근의 수회리. 표지판이 많이 낡았다
중앙경찰학교 입구인 수회리에서 3번 국도 옆을 따라 간다. 갓길이 아니라 분리된 자전거길이어서 안전하다. 복잡한 교차로에는 라인으로 코스를 표시해둬 알아보기 쉽다.
헷갈리기 쉬운 교차로에 라인을 표시해 알아보기 쉽다
수안보 직전에서는 옛 국도를 이용하지만 고속화된 3번 국도 덕분에 차량 통행은 많지 않다. 수안보 입구에 자리한 인증센터는 부스가 낡은 데다 글씨는 갈라지고 내부도 지저분해 실망스럽다. 그래도 수안보는 온천에 먹거리까지 넉넉하니 오늘은 이곳에서 묵는다.
명승지 수안보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낡고 초라한 인증센터
수안보~연풍
산간내륙이라 수안보의 아침은 차갑지만 여주처럼 안개가 없어 명쾌하다. 수안보를 벗어나면 바로 소조령(370m) 업힐이 시작된다. 실제 고도차는 120m 정도밖에 되지 않으나 몸이 풀리기 전이라 거벽으로 느껴진다. 갓길을 이용한 자전거길은 상태가 좋지 않다. 노면 포장이 거칠거나 낙엽이 쌓여 있고 안내판은 수풀에 가렸다. 전반적으로 충주시는 국토종주길은 물론 자체적으로 조성한 탄금대일주 자전거길까지 관리 유지에 소홀하다.
소조령 업힐 구간. 안내판이 가렸다
소조령 업힐 구간. 자전거길로 지정된 갓길의 포장 상태가 본선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작은 조령(새재)’이라고 해서 ‘소조령’이고 꽤 중요한 포인트이지만 고갯마루에는 이정표만 어지러울 뿐 정작 소조령이라는 표시가 없다. 이정표에 ‘소조령 0.0km’는 여기가 곧 소조령이라는 뜻이지만 화살표와 같이 있어 직관적으로 와 닿지 않는다.
각종 표지판이 어지럽고 자전거길 안내판은 훼손된 소조령 정상. 그런데 이곳이 소조령이라는 걸 알리는 표지판이 없다
소조령을 넘으면 괴산 땅으로, 내리막길은 갓길에는 몇 년은 묵은 듯한 솔잎과 낙엽이 쌓여 있어 조향을 잘해야 한다. 그나마 차량통행이 많지 않아 다행이다.
괴산 쪽 소조령 다운힐 구간. 갓길을 넘어 본선까지 묵은 솔잎과 낙엽이 쌓여 있다
바닥에 떨어진 안내판
연풍~문경
연풍면 행촌사거리는 복잡한 로터리를 이루며, 새재길과 금강길을 연결하는 오천길이 분기되고, 국토종주길 최고의 난관인 이화령 업힐도 이곳이 시점이다.
연풍면 행촌사거리. 오천길과 이화령 업힐이 여기서 시작된다. 왼쪽 교량 아래가 이화령 방면
이화령은 고도차는 310m, 거리가 5km로 평균경사도는 6% 정도지만 쉽지 않은 업힐이다. 중간중간 쉼터와 전망대가 있으나 돌보지 않은 듯 난간이 망가진 곳도 있다. 이화령 아래로 3번 국도와 중부내륙고속도로가 터널로 직진해서 차량은 거의 없다.
차량통행은 드물지만 갓길이 낙엽에 가린 이화령 업힐 구간
이화령 업힐 중간의 쉼터 전망대. 난간이 망가져 있다
이화령 정상은 이포보와 함께 국토종주길의 한 상징이다. 공간은 널찍하고 거대한 비석과 개통 기념비, 인증센터 등이 모여 있어 누구나 쉬어가는 곳이다. 전망도 탁 트인다. 하지만 겨울에는 통행이 거의 끊어진다. 그 이유는 문경 방면으로 내려가면서 바로 알게 됐다.
깨끗한 이화령 인증센터
문경 방면의 고갯길은 대부분 북향이라 서리가 얼어붙은 마의 구간이 곳곳에 나온다. 흙을 뿌려놓긴 했지만 대단히 위험해서 로드바이크와 슬릭 타이어는 아예 라이딩을 않는 것이 안전하겠다. 기온이 낮고 응달진 곳이니 치우는 것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다운힐보다는 업힐이 차라리 낫지만 반대방향은 거센 북서풍을 감내해야 한다. 겨울 국토종주는 이화령이 이래저래 큰 난관이다.
문경 방면 이화령 다운힐 구간. 낙엽이 본선까지 침범하고 있다
문경 방면 이화령 다운힐은 북향이라 서리가 언 마의 구간이 많다
이화령을 내려서면 문경읍내가 지척이다. 읍내 통과 구간은 다소 번거롭고 안내가 부실해서 방향을 잘 살펴야 한다.
문경~상풍교
문경읍내를 벗어나 조령천을 따라가는 길은 소박한 전원마을과 아기자기한 경관이 정겹다. 종주길은 마을과 농로를 지나며, 간혹 나타나는 바닥 표시와 안내판이 제대로 가고 있음을 알려준다.
조령천 옆으로 난 아기자기한 강변길
소야솔밭을 지나면 화려한 봄날을 장식하는 소야 벚꽃길이 시작된다. 매우 아름답고 멋진 꽃길이지만 고속도로와 인접해 시끄러운 것이 흠이다. 벚꽃길은 오천길을 최고로 치고 싶다.
봄이면 화사한 꽃길을 이루는 소야 벚꽃길. 고속도로와 인접해 시끄러운 것이 흠이다
경북 제1경이라는 진남교반이지만 겨울날의 협곡은 어둡고 추워서 한층 스산하다. 국내 제1호 레일바이크인 문경철로자전거와 가게도 모두 문을 닫았다.
코로나로 문을 닫은 문경철로자전거. 2004년 개통한 국내 1호 레일바이크다
1993년 폐역된 불정역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강변 자갈을 이용해 지은 역사가 이채롭다. 불정역 인증센터는 깨끗하게 관리됐지만 부스의 색감이 많이 바랬다.
강변 자갈로 지은 불정역. 대도시 근교라면 능내역처럼 명소가 됐을 것이다
보기 민망할 정도로 색이 바랜 불정역 인증센터
협곡을 벗어나면 왼쪽으로 국군체육부대가 웅장하고, 길은 영강을 따라 아늑한 전원지대를 지난다. 군데군데 낮은 교량은 홍수 때 잠기는 다리로 일본 큐슈에서는 침하교(沈下橋)라고 특별 시하는 명물이다.
홍수에는 물에 잠기는 침하교. 영강에 여러 개가 걸려 있다
영강변에 새로 단장된, 넓고 쾌적한 자전거길
문경시내(점촌)까지는 길이 편안하고 풍경도 아늑해서 새재길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완만하게나마 내리막이어서 라이딩도 가볍다. 문경시는 옛 점촌시와 문경군을 합쳐서 생겨났는데(1995년) 이름을 따온 문경은 읍으로 남고, 중심시내는 점촌이어서 헷갈리기 쉽다.
점촌 외곽의 예쁜 자전거길과 자전거 바퀴를 형상화한 벤치
영체육공원에서 강변으로 나가는 길목의 표지판. 나뭇가지에 가렸다
영신숲유원지를 지나는 구간. 격조가 느껴지는 멋진 길이다
문경시내를 벗어나면 곧 상주시로 들어선다. 예전부터 ‘자전거 도시’로 유명한 지방답게 다른 곳 같으면 ‘자전거우선도로’로 지정할 농로를 널찍한 자전거전용도로로 만들어놓았다. 과연 전통의 자전거도시답다는 생각이 들지만 영강과 낙동강본류 합수점에 있는 화장실은 낙제점이다.
영강과 낙동강 본류 합수점에 있는 화장실은 관리 상태가 낙제점이다. 자전거도시 상주 답지 않다
낙동강은 여전히 '살리기 사업' 중이다. 남쪽으로 쭉 뻗은 둑길
퇴강리 낙동강칠백리공원은 합수점 인근에 있다. 옛날에는 이곳까지 배가 오가서 ‘낙동강 칠백리(약 280km)’로 부르지만 낙동강 총연장은 천삼백리(약 520km)다. 보 때문에 직통은 불가해도 여기서 부산까지 여객선이 다닌다면 얼마나 멋질까.
낙동강 가항수로의 최상류인 퇴강리의 '낙동강칠백리' 기념비
낙동강칠백리 공원에서 새재길 종점인 상풍교까지 강변길도 별격이다. 데크로와 농로를 오가는 길은 낙동강 본류의 위용과 한국적 강변 풍광의 미학을 잘 보여준다.
경관이 아름답고, 마을이 보이지 않아 격오지 느낌을 주는 데크길
상풍교 인증센터는 화장실과 쓰레기통, 쉼터까지 깨끗하게 잘 관리되어 있다. 마을과 동떨어져 격오지 느낌을 준다.
새재길의 남쪽 종점인 상풍교 인증센터. 주변이 잘 관리되어 있다
<평점>
김병훈 발행인
출처 자전거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