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종주길 10년(5) 낙동강자전거길 안동댐~상풍교
낙동강 자전거길은 안동댐에서 부산 을숙도까지 장장 385km나 되어 강변길 중 가장 길다. 낙동강 총연장은 525km로 안동댐에서 발원지인 태백 황지까지는 140km나 더 올라가야 한다. 안동댐에서 을숙도까지는 천리나 되는데, 안동의 고도는 80m밖에 되지 않으니 낙동강은 처음부터 느리게 흐를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났다. 80m 높이 차로 천리를 흘러가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경사도로 표현하면 0.002%이니 그냥 평탄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천에서 부산까지 국토종주를 할 경우 안동댐에서 상풍교까지 낙동강 상류구간은 대개 생략하게 된다. 남한강길과 낙동강길을 연결하는 새재길이 상주 상풍교로 이어져 안동댐 방면은 빼고 곧장 남하하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상행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안동댐~상풍교 구간은 상대적으로 인적이 드물고 관심이 덜한 편이다. 그만큼 풍경이 새롭고 전원의 속살을 깊이 만날 수 있기도 하다.
깨끗하고 편리하게 조성된 안동시내 둔치 자전거길 . 안동역이나 버스터미널에서 안동댐 인증센터까지는 약 10km로, 시내를 통과해 무리 없이 갈 수 있다
안동댐~백호고개
안동댐은 안동시내에서 3km 정도 떨어져 있다. 안동에는 안동댐과 임하댐이 있는데 안동댐은 태백 방면에서 흘러온 낙동강 본류를 막고 있고 임하댐은 영양에서 흘러오는 지류인 반변천에 있다.
국토종주길 여정은 출발과 도착점이 다른 편도 코스가 될 수밖에 없어서 버스나 열차를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안동시내 서편에 자리한 터미널과 역에서 안동댐까지는 10km 정도다. 시내 간선도로 갓길에 자전거도로가 있어 무리 없이 이동할 수 있다. 시내에서 일단 낙동강 강변으로 나서면 서울 한강 못지않게 넓고 세련된 둔치공원이 장대하게 펼쳐진다. 드넓은 둔치는 낙동강의 특징이기도 한데, 유속이 느려 토사가 쌓이는 퇴적이 잘 이뤄지고 사구가 잘 발달하기 때문이다.
천리 낙동강길 출발점인 안동댐 인증센터. 낡은 신사용 자전거 조형물은 장거리 여행길 테마와는 좀 어울리지 않는다
안동댐 물문화관 앞에 안동댐 인증센터가 있다. ‘낙동강 자전거길 기점’이라는 기념물과 자전거를 이용한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하지만 낡은 신사용 자전거 조형물은 어딘가 후줄근하고 맥이 빠져 장거리 여행 테마와는 좀 어울리지 않는다.
스탬프에 상하 방향 표시가 없어 사전 확인용으로 종이를 비치하는 바람에 주변이 지저분해진다
인승센터 주변은 낙동강을 건너는 도보교인 월영교와 월영공원이 잘 꾸며져 있고 식당과 카페, 펜션이 즐비하다. 모든 인증센터에는 백지가 비치되어 있는데 스탬프를 미리 찍어보는 용도다. 자세히 보니 스탬프에 상하 표시가 없다. 도장처럼 외부에 상하 표시만 있어도 백지를 비치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종이 때문에 지저분한 곳이 많다.
강변길은 중앙선 폐철로 옆을 따라간다. 철길 바로 옆에 있던 법흥사지 칠층전탑은 낡은 굴뚝처럼 우뚝하다. 히트가요 ‘안동역 앞에서’도 역이 옮겨가는 바람에 내용이 무색해졌다.
안동시내 낙동강 남안의 자전거길. 차선이 말끔하고 보행로가 분리되어 있다
시내를 벗어나면 나오는 백호고개. 일반 도로를 겸하고 있는데 차선이 벗겨지고 노면도 거칠다
시내 둔치는 자전거도로와 산책로가 분리되어 있고 노면과 차선 도색, 이정표 모두 흠 잡을 데가 없다. 하지만 시내를 벗어나면 바로 나오는 백호고개는 도로 갓길을 활용한 데다 노면이 거칠고 차선도 군데군데 벗겨져 후줄근하다. 고개 옆에 쓰레기 매립장이 있어 관리가 어려운 모양이다.
백호고개~풍천
고개를 넘어가면 조용한 전원지대다. 개곡리 농로는 갓길 공사중이고, 도로 구간은 30m마다 바닥 자전거 표시가 있다. 이 바닥 표시는 길 안내가 되면서 운전자에게는 경각심을 줘서 아주 유용하다.
갓길에 자전거길을 만들고 있다
동해의 망운산처럼 낙암정 뒷산은 산불로 민둥산이 되었다. 해발 355m로 품이 넓고 능선이 발달해 산악라이딩 코스로 좋아 보인다. 산 이름이 딱히 없으니 정자 이름을 따서 ‘낙암산’이라 해두자.
사각 말뚝 이정표는 대부분 훼손되었다
이정표의 거리가 뒤죽박죽이다. 새길이 생기면서 오차가 커진 듯 한데 국토종주길 전 구간에 걸쳐 재정비가 필요하다
종주길에 가장 흔한 말뚝 이정표는 대부분이 훼손되어 글씨를 알아보기 어렵다. 채 얼마 오지 않았는데도 입간판 이정표는 5km의 오차가 난다. 길이 조금씩 바뀌면서 차이가 난 듯하다. 한강도 그랬듯이 국토종주길 이정표는 전체적으로 일괄 정비가 필요하다.
보기 흉한 안내판
현재 위치를 보여주고, 안동 권역 코스 전반에 대한 안내판은 큰 도움이 된다
낙암정 입구의 망가진 데크로
30m 간격으로 있는 바닥 표시는 알아보기 쉽고 안심감을 주며, 자동차 운전자에게는 경각심을 줘서 매우 유용하다
막다른 길이라 안동의 명소 하회마을은 우회한다. 우회 도로구간은 원래는 매우 한적했으나 지금은 차량통행이 다소 있다. 경상북도청과 신도시가 인근에 들어서면서 생긴 변화다.
풍천면소재지에서 광덕교를 건너면 아득한 둑길이 뻗어난다. 겨울날, 길도 마을도 무인지경이다. 시멘트 포장인데도 노면이 좋고 쉼터와 화장실도 청결하다.
구담교를 건너 다시 북안으로 접어들면 풍천면의 중심지인 구담리다(면사무소는 갈전리 소재).
아름답고 적막한 데크로. 공간이 넉넉해서 중앙선이 있으면 더 좋겠다
풍천~상풍교
구담리를 지나면 예천 땅이다. 이제부터 한동안 인적은 물론 민가마저 없는 적막강산이다. 짧은 겨울 해는 어느새 뉘엿한데 마을조차 보이지 않으니 ‘일모도원(日暮途遠), 해는 지고 갈 길은 멀다’의 막막한 심사가 더한다. 국토종주길 전 구간을 통틀어 가장 적막한 곳이 아닐까 싶다. 자전거길은 잘 정비된 편이다.
평소 안장통이 없었는데 기나긴 둑길에서 통증이 느껴지는 것은, 노면이 똑 같아 자세를 바꿀 필요가 없어 좁은 안장 위에 계속 정좌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종주길을 때로 지루하게 느끼는 것도 이 때문인데 쉼터나 경치 좋은 곳이 나오면 일부러라도 쉬어가는 것이 좋다.
가끔 나오는 원기둥 이정표는 오차가 심각하다. 50여km 왔는데 실제와 이정표 표시는 30km 이상 더 온 것으로 되어 있다.
원기둥 이정표는 오차가 심각하다. 실제는 안동댐에서 50km를 왔는데 88km를 온 것으로 되어 있다
봉황의 자태로 앉은 의성 비봉산(579m) 북쪽을 지나가면 내성천이 합류하는 예천 삼강리 직전이다. 흥국재를 넘어가야 해서 종주길에서는 벗어나 있는데 절벽을 따라 데크로가 새로 나 있다. 보행전용이라 자전거는 출입금지다. 이 길로 갈 수 있다면 삼강리의 명물인 삼강주막을 경유할 수 있는데 아쉽다. 삼강주막에서 달봉교를 건너 영강 합수점의 영풍교까지는 북안 길이 더 아름답고 의미도 있어서 주코스 변경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종주길 곳곳에는 지난 10년 사이 새 길이 나거나 해서 루트를 바꾼 곳이 여러 곳 있다. 길도 고정된 것이 아니라 세월 따라 바뀔 수 있다는 ‘유연성’은 길의 매력을 더해줄 것이다.
예천 구간의 멋진 데크로. 역시 중앙선이 없다
영풍교 옆 언덕에 자리한 식당 겸 민박집은 입지가 좋아 문득 하룻밤 머물고 싶지만 겨울이어서인지 문을 닫았다.
상풍교에는 자전거 픽업이 가능한 민박집 광고가 여럿 붙어 있다. 상풍교 바로 옆에는 한옥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이제 상풍교까지는 강둑길로 지척이다. 상풍교에 도착하니 어느새 해는 지고 배터리도 다 되어 난감해 졌다. 숙식이 가능한 낙단보나 상주시내는 너무 멀어 고민하던 차에 자전거까지 차량 픽업이 가능하다는 민박집 광고문에 솔깃해졌다. 다행히 상풍교 바로 옆에 식사를 제공하는 한옥게스트하우스가 있을 줄이야. 겨울이라 비워둔 방을 급히 데우고 따뜻한 저녁상을 차려준 주인장의 인정에 감읍한다. 옛날 같으면 나그네가 해가 저물어 외딴집에 묵어가는, ‘전설의 고향’ 분위기다.
<평점>
항 목 | 평 점 | 특 이 사 항 |
노면상태 | 8 | 안동의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 대체로 좋은 편 |
안전시설 | 6 | 코스표시가 낡았거나 훼손된 곳이 많다. 이정표도 뒤죽박죽 |
화장실, 쉼터 | 7 | 통행량이 드물긴 하지만 화장실이 부족하다 |
인증센터 | 9 | 안동댐과 상풍교 인증센터 청결함 |
문화시설 | 7 | 낙동강 종점이지만 안동댐에 자전거 관련 시설 부족 |
숙박시설 | 7 | 안동시내와 상풍교, 경천대 인근에 소수 있음 |
식당, 매점 | 6 | 안동시내와 풍천면소재지 외에는 없음 |
지선 노선 | 7 | 경북도청 신도시와 연계 불편. 새재길과 연결 |
연계 관광 | 8 | 안동댐, 하회마을, 삼강주막, 회룡포(접근 불편) |
경관 | 7 | 월영공원, 예천 지보면의 무인지경, 영강 합수점 |
총 점 | 72 | 충주와 괴산 구간 부실, 문경은 보통, 상주는 실망 |
김병훈 발행인
출처 자전거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