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종주길 10년 (6) 낙동강자전거길 상풍교~달성 논공
낙동강의 진수 삼백리
상주 상풍교는 새재길이 낙동강길과 합류하는 곳이다. 안동댐에서 시작한 상류길, 하류길 그리고 새재길까지 모두 모이는 삼거리다.
상풍교 서쪽은 상주, 동단은 잠시 예천이지만 곧 상주로 접어든다. 속리산에서 낙동강까지 서 울의 근 2배에 달하는 광역을 자랑하는 상주는 지형과 지세가 다채롭고 물산이 풍부하다. 무엇보다 상주에 들어서면 무심한 기계인 자전거도 좋아하고 편안해 한다. 상주는 이미 100년 전부터 자전거가 널리 보급되어 지금까지 전국 최고의 ‘자전거도시’로 이름이 높다. 자전거 교통수송분담율은 오랫동안 국내 최고이고, 국내 최초의 자전거박물관이 들어섰으며 자전거 인프라와 시민들의 인식도 최고 수준이다. 똑 같아 보이는 국토종주길이지만 역시 상주 땅에 들어서는 뭔가가 다르다. 길은 더 넓고 반듯하며, 적절한 주기로 쉼터와 화장실이 배치되어 있고 강변 경치는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상풍교에서 낙동강 동안길은 잠시 예천 땅이다. 훼손된 안내판
너무 한적해서인지 간혹 자동차가 진입한다(예천 효갈리)
상주로 접어들면 쉼터와 화장실이 반긴다. 내부도 깨끗하다
개통 당시에는 없던 새로운 명소도 생겼다. 상주 회상리 개암정
상풍교~낙단보
남한강길을 지나 새재길을 넘으면 상풍교에서 낙동강길과 만난다. 상풍교 양안으로 자전거길이 있으며, 서안길은 낙동강 천삼백리 중에서 최고절경이라는 경천대를 거쳐 가는 대신 심한 오르막을 올라야 하고, 동안길은 대체로 평탄하다. 동안길로 가다가 경천교를 건너 상주자전거박물관으로 넘어가 서안을 따라가는 것이 편하다. 계속 동안길로 가면 비봉산(231m)을 넘어야 하는데 왜 경천대를 낙동강 제1경으로 치는지는 이 비봉산 전망대나 중턱의 청룡사 앞뜰에 서보면 바로 알게 된다.
낙동강 천삼백리 최고 절경이라는 경천대. 비봉산 청룡사에 오르면 경치를 실감할 수 있다
낙동강을 따라 약 4km에 걸쳐 경천대 양안은 광대한 자연공원으로 꾸며져 있다. 강변 언덕인 경천대를 비롯해 경천섬, 비봉산, 객주촌, 학전망대, 자전거박물관,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도남서원 등이 모여 있어 낙동강 최고의 ‘명소 집적도’를 보여준다. 그 중심에 국토종주길과 자전거박물관이 있어 ‘자전거도시’ 상주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상주보 덕분에 경천대 일원은 물이 풍부하 폭이 넓어 거대한 호수 같다.
경천교에서 바라본 상주자전거박물관. 자전거 문화의 핵심공간이지만 너무 외진 곳에 있어 안타깝다
경천대 일원은 종주길과 자전거박물관을 중심으로 거대한 자연공원을 이룬다
잘 관리되고 있는 상주보인증센터
중동강변축구장. 국민의 여가와 건강을 위해 둔치가 잘 활용되고 있다
상주보와 인증센터는 잘 관리되고 있다. 갈수기인데도 보 위로는 물이 넘쳐흐른다. 상주보를 지나면 장대한 둑길이 나타나고 둔치에는 축구장 4개가 모여 있는 중동강변축구장이 있다. 낙동강변의 드넓은 둔치는 파크골프장을 위시해 축구장과 야구장, 캠핑장, 생태공원 등 다양한 휴양시설이 착착 들어서고 있다. 좁은 국토에서 둔치는 넉넉한 품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유속이 느리고 퇴적지대가 많은 낙동강은 둔치가 특히 발달해 있어 주민들의 레포츠 공간으로 최적의 환경이다.
자동차도 다니는 자전거우선도로인데 자전거길이 훨씬 넓다(상주 죽암리)
중간중간 있는 안내도는 코스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준다
간상리 고개는 무인지경의 작은 골짜기를 거쳐 가서 옛이야기의 무대 같은 전통 고갯길의 전형이다. 높이가 100m도 되지 않지만 고갯길 낮은 벽에 새겨진 숱한 낙서들은 이 길을 걸어 오르면서 토로한 고충이자 감정의 격동이다. 고갯길에서 우리는 체력의 한계와 더불어 감성의 고양을 경험하는데, 좌절감과 성취감이 엇갈리는 정서적 혼란을 동반한다. 어떤 내용이든 궁극을 일별하는 것은 삶의 자극이다.
옛이야기의 무대 같은 간상고개 진입로
고갯마루의 낙서는 성취감과 소망, 그리움 등 다양한 격정의 토로다
고개를 내려서면 자전거길은 도로 갓길에 나 있고 농기계가 다니면서 떨어진 흙으로 노면이 엉망이다. 불편하긴 해도 오히려 정겹게 느껴지는 것은 방금 고개를 넘은 고양감의 여운 혹은 시골의 여유와 궁색 때문일 것이다.
농기계가 뿌려놓은 흙더미는 불편하지만 한편 정겹기도 하다(상주 간상리)
상주만의 상세한 코스 안내도
59번 국도를 따라 낙동강을 건너는 중동교는 갓길이 아예 없고 노폭도 좁으며, 자전거코스 표시도 없어서 다소 위험하고 불편하다.
중동교는 갓길이 전혀 없고 노면 표시도 없어 위험하다(상주 중동면~낙동면)
정상부의 출렁다리가 올려다 보이는 나각산(240m) 옆으로는 아주 운치 있는 산길이 울렁거린다. 강물은 보이지 않고 낮은 능선 따라 업다운을 그리는 산길이 애잔하다.
애잔함이 느껴지는 나각산 산길
낙동강역사이야기관. 새로 들어선 시설이다. 상주의 낙동강변은 온통 볼거리다
나각산 숲길을 벗어나면 곧 낙단보다. 낙단보 일원은 지명부터 ‘낙동면 낙동리’일 정도로 온통 ‘낙동’이고, 실제 지형과 분위기도 강변 마을 특유의 흥취와 소묘가 그대로 남아 있다.
한옥 누각을 형상화한 낙단보
한옥 누각 같은 낙단보는 날아갈 듯 우아하고, 수력발전소는 힘차게 돌아간다. 보 남쪽편 의성 땅에 있는 낙단보 인증센터는 깨끗하게 관리되어 있고 안내 여직원은 너무나 친절하게도 약과를 주면서 주변의 숙식 정보를 자세히 알려준다. 하룻밤 묵고 싶은 곳이지만 아직 해가 중천이라 계속 남하한다.
낙단보~구미
의성 구간은 2km 정도에 불과하고 곧 구미로 들어선다. 굴지의 전자산업단지를 낀 구미는 재정자립도가 높고, 약 40km에 걸쳐 낙동강이 관통해 자전거길 관리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 같다. 자전거길 상태는 상주를 능가하고, 지금도 곳곳에서 도로 확장과 노선 단순화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기이한 자전거우선도로. 왼쪽 차도보다 오른쪽 자전거도로 노면이 더 좋다. 구미의 시설과 관리는 상주를 능가한다
좁은 절벽길은 확장 공사중이다(구미 월림리)
의성에서 구미지역으로 들어서니 자전거우선도로인 둑길의 자전거길 노면 포장이 차도보다 더 좋다.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 월림리의 좁은 절벽길은 확장 공사중이고, 적정 간격으로 있는 간이 화장실은 허름한 외관과는 달리 내부는 깨끗하게 관리되어 있다.
겉보기는 허술하지만 내부는 깨끗하다. 구미의 화장실 관리는 최고점이다
깔끔한 이정표. 구미의 노면과 이정표 관리 역시 최고 수준
들판지대로 나서면 작은 지천의 합수점을 만날 경우 내륙에 있는 다리로 한참 우회하는 곳이 많았으나 이번에 가보니 곧장 질러갈 수 있는 전용 다리가 여럿 생겼다. 이는 라이딩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없으면 불가능한 개선조치다. 작은 쉼터의 안내도가 심하게 훼손된 것을 제외하고 구미는 흠잡을 곳이 없다.
구미보 직전의 놀라운 노면 상태. 구름위를 달리는 승차감이다
정갈하게 관리된 구미보 인증센터
지천 합수점에서 내륙으로 우회하던 길은 여러 곳이 직선화되었다
구미에서 유일하게 오점으로 남은 쉼터의 안내도(성수리)
구미보 주변은 도로포장 상태가 너무나 깨끗해서 구름 위를 지나는 기분이다. 인증센터도 잘 잘 관리되어 있고 주변은 널찍한 공원으로 꾸며져 있다. 깨끗하고 큼직한 화장실에서는 한동안 배터리를 충전했다.
구미 산호대교 남단 램프.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게 배려하고 있다
구미시내를 목전에 두고 산호대교를 건너는데, 남단 램프는 감동적이다. 경사가 조금만 심하거나 심지어는 교량에서도 걸어서 가도록 유도하는 곳이 많지만 이곳은 꽤 경사가 있고 중간에서 헤어핀으로 꺾어지는데도 라이딩을 금하지 않는다. 역시 라이더를 잘 이해하는 조치다.
구미~달성 논공
남구미대교를 건너면 바로 칠곡군이다. 잘 가꿔진 칠곡보 옆으로는 KTX 선로가 지나고, 뒤편 작오산 꼭대기에는 멋진 전망대까지 들어서 있다. 6.25 격전지의 기억은 전적기념관이 대신하고 있다.
칠곡보와 강건너 언덕의 관평루. 관평루는 새로 지은 것으로 경관의 조화미가 특별하다
왜관읍 제방은 성벽처럼 높고, 둔치 공원이 잘 조성되어 있다
500m마다 있는 지역 이정표. 일련번호 5는 하류 기준으로, 칠곡군 구간이 2.5km 남았음을 말해준다
조선시대 일본인 숙소가 있던 왜관(倭館)은 일본을 뜻하는 ‘왜’를 지명으로 쓰는 특이한 고장이다. 신구 4개의 다리를 지나는 왜관 초입의 진입로가 강변으로 곧장 뻗어 있다. 원래는 시내를 잠시 거쳐 갔는데 둔치를 따라 새 길이 나서 한결 편해졌다. 이런 소읍의 둔치도 서울 한강 못지않은 시민공원으로 탈바꿈해 풍경의 격조가 한층 높아졌다. 파크골프장이 대거 조성되어 촌로들까지 골프채를 들고 잔디밭을 누비는 모습은 공간과 시간의 격변을 말해준다.
달성에 들어서면 하빈면의 채석장 옆길이 나온다. 경치가 빼어나다
달성 112번 이정표. 달성을 벗어나려면 56km를 더 가야 한다는 뜻이다. 국토종주길 구간이 충주에 이어 두번째로 길다
원기둥 이정표는 숫자가 틀리고 시인성도 떨어진다
'강정보'로 표기된 안내도. 공싱명칭인 '강정고령보'로 바꿔야한다
달성으로 접어들면 하빈면의 채석장 숲길이 먼저 나온다. 달성군은 국토종주길이 거의 60km에 달할 정도로 지자체 중 가장 길다. 500m마다 있는 지역 이정표는 116번부터 시작되니(하류 기준이므로 이정표로만 58km) 언제 벗어날지 아연하다. 관할구역이 너무 길어서인지 지금까지와는 달리 도로 상태가 썩 좋지 않다. 화장실과 쉼터가 부족하고 이정표도 허술하다.
강정고령보 직전의 절경
강정고령보 직전에서 시내로 우회했던 옛길은 강변 데크로로 직선화되었다. 여기 데크로는 호수처럼 불어난 강줄기와 단애절벽을 따라가서 경관이 특출나다. 4대강 16개 보 중 가장 길고 웅장한 강정고령보(955m)는 대구의 관문이기도 하다. 보 옆에는 독특한 디자인의 디아크문화관이 새로 들어섰고 일대는 광대한 유원지로 탈바꿈했다. 자전거길과 인증센터도 잘 관리되고 있다.
잘 관리된 강정고령보 인증센터. 상주 이남의 인증센터는 모두 만년도장을 사용하지만 상하 표시가 없어 확인용도의 종이를 비치하고 있다
전장 955m로 가장 긴 강정고령보. 일대는 광대한 유원지로 조성되어 있다
강정고령보를 건너 잠시 지나는 고령 구간. 특이한 조형물들이 지역의 이미지를 각인시켜 준다
보를 건너 잠시 고령땅으로 들어선다. 고령 구간은 2km 남짓이지만 지역홍보를 위해 자전거길 옆에 다양한 조형물이 줄지어 맞아준다.
다시 달성으로 넘어가는 사문진교에서 동지달 짧은 해가 강줄기 멀리 최후의 빛을 발산하고 있다.
<평점>
항 목 | 평 점 | 특 이 사 항 |
노면상태 | 9 | 달성 일부 구간 제외하고 매우 좋은 편 |
안전시설 | 9 | 시멘트 고가로, 깔끔한 이정표와 안내도 |
화장실, 쉼터 | 8 | 상주, 구미는 적절하게 배치. 달성은 부족 |
인증센터 | 10 | 모든 인증센터 잘 관리되고 있음 |
문화시설 | 9 | 상주 경천대 일원, 낙단보, 강정고령보 일원에 분포 |
숙박시설 | 9 | 낙단보, 구미시내, 왜관읍, 달성 일원에 분포 |
식당, 매점 | 8 | 숙박시설 사정과 동일 |
지선 노선 | 8 | 상주시내, 구미시내, 대구 금호강 자전거길과 연계 |
연계 관광 | 8 | 경천대, 낙단보 관수정, 칠곡보, 강정고령보 일원 |
경관 | 8 | 경천대, 나각산길, 구미보, 칠곡보, 강정고령보 데크로 |
총 점 | 86 | 달성 일부 구간 제외하고 관리와 조성 좋음 |
김병훈 발행인
출처 자전거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