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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종주길 10년 (7) 낙동강자전거길 달성 논공 ~ 밀양 하남

작성자귀촌여행|작성시간23.04.23|조회수147 목록 댓글 0

국토종주길 10년 (7) 낙동강자전거길 달성 논공 ~ 밀양 하남

 

전날 오후부터 이틀째 달리건만 아직도 달성이다. 달성의 종주길 구간이 장장 60km에 달하니 당연한 일이다. 달성군청이 있는 논공읍을 출발해 강변을 따라 남하한다. 여기서 진영평야 한가운데 자리한 밀양 하남읍까지는 낙동강 전체에서 중하류에 해당하며 높지 않은 산간지대를 흐르게 된다. 곡류는 심하지 않으며 인구밀도가 적어 최상류 못지않게 인적이 드물고 조용하다. 대신 넓은 들판이나 장쾌한 풍광은 드물다.

 

논공읍 ~ 이노정

논공읍내가 보이지 않는 무인지경으로 들어서서 조금 가면 달성보다. 중층의 트러스교 방식과 교각마다 전망대를 설치한 것이 특이하다. 주변은 매우 깨끗하고 인증센터도 잘 관리되어 있다. 보를 건너면 고령의 청룡산 임도를 타야해서 그대로 직진이다.

깨끗한 달성보 인증센터 

달성보 인근의 피닉스 파크골프장. 다양한 시설이 함께 있다 

 

논공공단을 스쳐 지나면 현풍읍내로 들어선다. 강변에는 절벽이 형성되어 자전거길은 잠시 시내로 우회한다. 갓길에 자전거길이 잘 나 있으나 현풍천을 건너 마지막 읍내구간은 적치물과 잡초로 자전거길이 거의 막혀 도로로 나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구간은 얼마 되지 않고 곧 강둑길로 올라선다.

갓길에 자전거길이 있으나 주차와 적치물로 1차로까지 나와야 한다(현풍읍내) 

현풍읍내를 벗어나 둑길에 오른다. 앙상한 가지 사이로 보이는 이정표. 여름에는 완전히 가릴 것이다

시멘트 포장이지만 노면이 반듯해 승차감이 좋다(현풍읍 자모리) 

현풍읍내를 지나면 도동서원으로 넘어가는 다람재가 장벽처럼 막고 있다. 고개높이는 120m 정도이나 경사가 매우 급하고 시멘트 노면이라 난관으로 악명 높았다. 그런데 그 아래로 터널이 뚫릴 줄이야. 자전거를 위해서만 생긴 터널은 아니지만 갓길에 널찍한 자전거길을 배려하고 있다. 이번 여정에서 가장 반가운 변화 중 하나다. 터널을 지나면 바로 도동서원이다. 400년 이상 된 은행나무와 고풍스런 건물들이 별세계로 들어선 듯하다.

새로 뚫린 도동터널. 이제 가파른 다람재를 넘지 않아도 된다 

 

도동터널 내부에는 분리된 자전거길이 잘 나 있고 밝은 편이다 

도동서원과 은행나무 고목

 

시인성이 좋은 노면 이정표 

강 건너 개경포는 고령읍내로 이어지는 포구로, 고려 때는 강화도에서 제작한 팔만대장경을 실은 배가 도착해 해인사까지 육로 이송을 시작한 곳이다.

청룡산 임도를 마주보는 강변에는 오토캠핑장이 들어섰다(달성 오설리). 한적하고 경치가 빼어나서 겨울 평일인데도 자동차와 텐트가 많이 보인다. 좁은 국토에서 둔치는 상당한 면적이 필요한 파크골프장, 축구장, 야구장, 캠핑장 등을 수용하는 최적의 대안이 되고 있다.

청룡산 임도를 마주보는 외나무 쉼터(달성 오설리) 

 

한갓진 둔치에 자리한 오토캠핑장(달성 오설리) 

 

10년 전만 해도 기반공사 중이던 구지면 일대는 거대한 공단이 들어섰다. 자전거길 바로 옆에는 한국자동차연구원의 주행시험장이 장대하다. 한갓진 시골이 첨단 공업단지로 변했으니 상전벽해의 현장이다.

소실점으로 이어지는 직선로. 왼쪽에는 거대한 구지공단이 들어섰다 

 

10년 전만 해도 외진 곳이던 이노정(二老亭)은 구지공단 지척이 되어버렸다. 작은 언덕이 가로막아 조용한 분위기는 간직하고 있지만 길손을 반기지 않는 듯 문은 굳게 잠겼다. 조선 중기의 유학자 김굉필과 정여창이 풍류를 즐겼다고 해서 두 노인, 즉 이노정이다. 정자에서 바라보는 낙동강이 절경이라 잠시 쉬어가지 않을 수 없다.

강변 언덕에 자리한 이노정. 경관이 빼어나지만 문이 닫혀 있다 

 

이노정 ~ 합천창녕보

이노정에서 1.5km 가면 곽재우장군 묘가 있다(달성 대암리). 자전거길에서 조금 벗어나지만 초행이라면 참배를 겸해 들러보면 좋겠다. 장군의 묘가 있는 구릉지에는 지그재그 길이 나있다. 아마도 급경사를 오르는 데크 자전거길은 전국적으로도 드물 것이다.

보기 드문 지그재그 데크로  

 

우곡교를 지나면 67번 국지도를 따라가는데, 교행하기에는 너무 좁은데다 도로의 초지까지 넘어 들어와 불편하다.

교행하기에 좁은 길(달성 대암리)

 

무심사 표지판이 보이면 창녕으로 접어든 것이다. 가야산과 고령읍내를 흘러온 회천이 합류하는 언덕에 올라앉은 무심사는 조망이 탁월하다. 절 뒤편으로 산길을 넘어야 하지만 걸어 넘더라도 무심사 조망은 추천하지 않을 수 없다. MTB 베테랑이 아니면 라이딩으로 넘기 힘들어 산 아래에서 보은사 옆으로 우회해야 한다. 하지만 우회로 안내가 자세하지 않아 초행이라면 그대로 무심사로 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길은 험해도 무심사의 놀라운 경치와 과수원길, 숲길을 만나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무심사 가는 길

무심사의 낙동강 조망 

무심사 임도. 경치가 좋지만 길은 험하다 

 

무심사 임도를 내려서면 합천창녕보가 금방이다. 보의 상징 구조물은 창녕 우포늪에 서식하는 천연기념물 따오기의 날개를 형상화했다. 신라 화랑의 모자를 장식한 깃처럼 보이기도 한다.

창녕 우포늪에 서식하는 천연기념물 따오기 날개를 형상화한 합천창녕보  

합천창녕보 인증센터. 깨끗하지만 라디오를 켜놔 시끄럽다 

 

보 주변은 자전거길과 모든 시설이 대단히 깨끗해서 새것 같다. 너무 적막하게 느껴지는지 라디오를 켜놓았는데 현대에 드문 이런 ‘적막’을 즐기러 온 여행자 입장에서는 소음이다.

 

합천창녕보 ~ 박진고개

합천창녕보를 건너면 합천 땅이다. 난간으로 분리된 자전거길이 시원하게 뻗어난다. 길이 높직해 강 일대가 훤히 보이고 자전거가 배려 받고 있다는 느낌이 기분 좋다. 하지만 황강을 건너는 청덕교 직전에서는 교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갓길이 좁아지고 만다. 차량 통행이 드문 곳이기는 하지만 자동차가 지날 때 교행을 해야 한다면 위험할 수 있다.

도로변에 완벽히 구분된 자전거길(합천 삼학리) 

교행이 불가능하게 좁아진 길(합천 삼학리)

청덕교를 지나 수변생태공원으로 들어서면 넘어진 나무가 길을 막고 있다. 옆으로 지나갈 수는 있으나 치우지 않은 것은 아쉽다. 하지만 황강 합수점의 절벽지대를 돌아가는 데크로는 초기에는 없던 길이라 반갑다. 원래는 24번 국도를 따라 바람재를 넘어야 했다. 다시 24번 국도를 만나면 노면 포장이 새롭고 강쪽의 난간도 비닐이 그대로 씌워진 새것이다. 합천군이 상당한 비용을 들여 자전거도로를 관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쓰러진 나무가 길을 막고 있다(합천 가현리) 

황강 합수점에 새로 개설된 데크로(합천 가현리) 

길을 새로 포장하고 난간도 새것으로 설치했다(합천 적포리)

 

한때는 포구마을이던 적포는 다리가 놓이고 자전거길이 지나면서 교통의 요지가 되었다. 작은 마을인데 모텔과 식당, 카페가 모여 있고, 여운을 남기는 ‘포’ 지명이 여수(旅愁)를 자극한다. 옛날 이곳을 왕래하던 배가 붉은 돛을 달아 ‘적포(赤布)’가 되었다니 예상했던 ‘포(浦)’는 아니다. 적포 삼거리식당의 정식은 여전히 푸짐하고 주인장의 인심도 후하다. 점심 때가 되자 여기저기서 몰려든 사람들로 왁자한 분위기는 예전 포구의 객주를 떠올리게 한다.

적포에서 조금 내려와 상포교를 건너면 의령 땅이다. 구간은 얼마 되지 않으나 ‘이화령보다 힘들다’는 악명 높은 박진고개가 기다린다. 도중에 함양창녕간고속도로(24년말 개통) 의령낙동대교 공사장을 지나게 된다. 공사 안내판은 글씨가 벗겨졌고, 머리 위로 대형 자재를 옮기고 있지만 안내인이 없다. 어쩌다 지나는 자전거를 위해 배려하기는 어려울지 모르지만 통과 시 주의해야 한다.

의령 우질포쉼터. 화장실은 깨끗하나 공기주입기는 망가졌다 

훼손된 공사 안내판. 함양창녕간고속도로(24년말 개통) 의령낙동대교 공사장

의령낙동대교 공사장 아래를 통과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 안내인이 따로 없다 

 

박진고개는 높이가 170m로 이화령(545m)보다 훨씬 낮지만 급경사를 이뤄 넘기가 만만치 않다. 길가 벽면에는 힘들게 끌고 오르며 추억과 기념으로 새긴 낙서가 어지럽다. 프랑스인의 낙서까지 보인다.

박진고개 오르막의 낙서들. 프랑스인도 지나갔다 보다 

 

정상에는 ‘바람재 인증센터’ 부스가 있으나 공식 인증센터에서는 제외되어 스탬프는 없다. ‘바람재’는 박진고개의 별칭으로 안내문에서는 둘을 혼용하고 있는데 하나로 통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북쪽으로는 지금까지 따라온 강줄기가 거대한 곡선으로 흐느적댄다.

박진고개 정상의 구름재 인증센터. 비공인이라 스탬프는 없다 

박진고개의 북쪽 조망

 

박진고개 ~ 하남읍

힘들게 올라온 고개는 꼭 그만큼 덜 힘들게 내려갈 수 있다. 1008번 지방도로 박진교를 건너 창녕으로 진입한다. 박진교 일대는 6.25 때 낙동강방어전의 격전지였다.

남지읍은 진주 방면에서 흘러온 낙동강 제1지류인 남강이 합류해 수량이 크게 늘어나고 들판도 넓어져 하류 분위기가 물씬한 변곡점이다. 하지만 남지로 가려면 마분산(238m) 임도를 넘어야 한다. 이 산길만 넘으면 을숙도까지는 탄탄대로다. 칠현리에서 1008번~1021번 지방도로 우회할 수 있으나 차량통행이 적지 않고 갓길도 좁아서 대개는 마분산 임도를 넘게 된다. 시멘트 포장이 되긴 했지만 임도 구간만 4.5km나 되는 만만치 않은 산길로 앞서 무심사 임도와 난이도는 비슷하다. 강변을 따라 남지읍으로 질러가는 ‘개비리길’이라는 옛길이 있으나 좁고 노면도 거칠어 자전거는 통행을 금하고 있다. 개비리길은 트레킹 코스로 알려질 정도로 경치가 아름다운데, 좁은 길은 1.3km 정도여서 이 구간만 끌고 지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남지읍 직전의 개비리길 안내도. 강변의 빨간 선이 개비리길로 자전거는 통행금지다. 거리가 얼마 되지 않고 경관이 아름다워 끌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뜻밖에도, 임도가 시작되는 영아지마을에 도로와 터널 공사가 한창이다. 남지읍으로 곧장 이어지는 길이 곧 뚫리는 셈이다. 원래는 21년말 완공이나 약간 늦춰져 22년 상반기에는 개통될 것 같다. 이 길이 뚫리면 도동터널처럼 마분산 임도를 넘지 않고 남지읍으로 바로 갈 수 있게 된다. 이래저래 국토종주길은 유기체처럼 변화를 거듭하고 있고 갈수록 편해지고 있다. 한번 다녀왔다고 끝이 아닌 셈이다. 급변하는 길과 경관의 변화를 감안하면, 5년에 한번 정도는 다시 가도 새로운 느낌을 받을 것이다.

마분산 임도를 우회해 남지읍으로 바로 갈 수 있는 도로와 터널이 공사중이다(22년 상반기 개통)

마분산 임도. 시멘트 포장은 되었으나 업다운이 다소 있다 

마분산 임도를 내려서면 나오는 첫 삼거리. 우회전 해야 하나 표시가 애매하다 

 

남지의 둔치는 길이 6km, 폭 300m로 광활한데 봄이면 국내최대의 유채밭으로 돌변한다. 종주길은 둔치를 관통해 4월 즈음에는 환상의 꽃길로 장식된다.

봄에는 유채밭으로 변하는 광활한 남지둔치 

 

남지교를 건너면 함안이다. 칠서리 둔치에는 대규모 오토캠핑장과 공원, 스포츠시설이 조성되어 있다. 느린 낙동강은 이처럼 광대한 둔치를 곳곳에 빚어내 용지가 부족한 이 땅의 협소를 보완해준다.

낙동강의 마지막 보인 창녕함안보 덕분에 강폭은 최대 1km까지 불어나 거대한 호수를 방불케 한다. 창녕함안보 인증센터와 관리센터는 북향의 가파른 언덕 아래 자리해 응달이 져서 어둑하고 차갑게 느껴지지만 주위는 정갈하게 잘 관리되어 있다.

창녕함안보 인증센터. 깨끗하지만 북향이라 늘 응달이 져있다 

 

보를 건너면 다시 창녕 땅이다. 길곡면 일대의 둔치는 폭 400m 내외, 길이 5km에 달하는 광대한 면적이지만 자전거길과 산책로 외에는 아무런 시설이 없다. 다른 지역처럼 파크골프장이라도 있으면 좋지 않을까. 둔치 동단에서 부곡온천 가는 자전거길이 나 있어 온천욕을 좋아한다면 묵어가기 좋다(부곡온천까지 5km).

창녕 길곡면의 광활한 둔치. 자전거길과 산책로 외에는 아무런 시설이 없다

 

청암리 소우정에서 시작되는 절벽길 청학로는 길과 조망이 아름답지만 갓길이 좁아 불편하다.

강변 절벽을 깎아서 지나는 청학로 초입(창녕 청암리)  

 

절벽 위를 지나는 청학로. 길과 경치가 좋지만 갓길이 없어 불편하다 

 

본포교를 건너 남안으로 넘어가면 창원이다. 약간의 구릉지대를 지나면 탁 트인 광야가 펼쳐지는데, 낙동강유역에서 김해평야 다음으로 넓은 진영평야다. 낙동강은 이 들판의 한가운데를 관류하고, 평야 중간에 하남읍이 있다. 삼한시대 수리시설인 수산제가 있던, 유서 깊은 곳이다. 도도한 강줄기와 광야를 바라보며 보내는 소읍의 하룻밤이 느껍다.

본포교를 건너 창원으로 넘어가면 곧 광대한 진영평야로 들어선다

 

<평점>

항 목평 점특 이 사 항
노면상태8임도 구간을 제외하면 좋은 편
안전시설8가파른 둑길은 난간이 되어 있고, 차도와 분리된 구간 많음
화장실, 쉼터8비교적 인적이 드물지만 화장실이 부족함
인증센터10모든 인증센터 잘 관리되고 있음
문화시설9보 주변, 박진교와 남지읍 일대
숙박시설8현풍읍, 적포교, 남지읍, 하남읍에 분포
식당, 매점8숙박시설과 동일
지선 노선8고령읍, 합천읍, 청룡산 임도, 부곡온천 연계 가능
연계 관광8도동서원, 개경포기념공원, 무심사, 우포늪, 박진전쟁기념관, 남지유채밭, 수산제
경관8도동서원, 무심사, 황강 합수점, 박진고개, 남지둔치, 청학로
총 점83편의시설은 다소 부족하지만 한적한 분위기가 매력

김병훈 발행인

출처 자전거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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