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권 구원 논쟁의 역사와 인물들
예수가족교회 임범진 집사
(장년부, 예수대학위원회장 예수대학 강사, 의사)
주재권 구원 논쟁은 비록 동일한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교회 역사상 끊임없이 반복된 주제였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20세기 후반 미국에서 발생한 좁은 의미의 주재권 구원 논쟁의 역사를 다룰 것이다.
루이스 체이퍼 (Lewis S. Chafer)는 스코필드 (Cyrus I. Scofield, 스코필드 주석 성경의 저자)와 더불어 미국 세대주의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의 가장 중요한 공헌으로는 세대주의적 관점의 조직신학 교과서를 집필한 것과 현재까지도 세대주의 신학의 본산 역할을 하고 있는 달라스 신학교를 설립한 것을 꼽을 수 있다. 후에 주재권 구원 논쟁을 촉발시키고 지속시킨 주요 주제들이 20세기 초에 출판된 그의 저작들에 거의 모두 담겨있다. 그 중에서도 주재권 구원 논쟁과 가장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은 1918년에 출판된 He That Is Spiritual 1)이다.
이 책에서 체이퍼는 고전2:9~3:4을 근거로 사람을 1) 자연인 (natural man), 2) 육적인 사람 (carnal man), 3) 신령한 사람 (spiritual man)의 세 종류로 분류하였다. 자연인은 불신자를 말한다. 문제는 구원 얻는 믿음을 소유한 사람을 두 종류로 나누었다는 점인데, 구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육신을 따라 살아가는 육적인 그리스도인과, 구원을 받은 이후 성령의 인도를 받는 삶에 도달한 신령한 그리스도인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전제 하에 체이퍼는 신자가 신령한 사람의 상태에 도달하는 비결을 기술한다. 이와 같은 주장은 사람을 오직 육적인 사람(불신자)과 신령한 사람(신자, 중생한 사람)의 두 가지로 분류했던 개혁주의의 전통적인 가르침에 반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을 놀라게 하였다.
그래서 당시 개혁주의 진영을 대표하는 인물이었던 워필드 (Benjamin B. Warfield)가 서평2)을 통해 체이퍼의 주장을 비판하였다. 워필드의 설명에 의하면 체이퍼의 주장의 핵심은 구원에 이르기 위한 첫 번째 결단이 있은 후, 성화의 삶에 도달하기 위한 두 번째 결단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 두 번째 결단의 유무에 따라 신자가 두 부류로 나누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구원을 하나님의 주권적인 은혜의 역사로 파악하지 않고, 하나님은 단지 모든 사람에게 구원의 가능성만을 제공하며 각자가 구원 받는 것은 스스로의 결단 여부에 달려 있다는 아르미니우스적 구원관을 반영하는 것이다.
또한 모든 그리스도인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과정인 성화를 구원 이후 이차적인 헌신 혹은 특별한 결단을 한 일부의 신자만이 경험할 수 있는 부가적인 과정으로 만듦으로써 당시 유행하던 더 높은 삶 운동 (higher life movement)3)에 동조한 것이다. 워필드를 비롯한 개혁주의자들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이후 체이퍼의 가르침은 미국 복음주의 교회에서 인기를 얻었고 다음 세대에 이르러서는 복음주의 교회에서 대중의 확고한 지지를 얻게 되는데 여기에는 빌리 그래엄 (Billy Graham)으로 대표되는 대중전도집회와 CCC (Campus Crusade for Christ, 1951년 창립)를 위시한 선교단체가 큰 기여를 하였다. 빌리 그래엄은 찰스 피니 (Charles G. Finney)와 빌리 선데이 (Billy Sunday)의 기법을 계승하여 ‘내 모습 이대로’ 등의 찬양을 배경으로 감정적, 심리적 반응을 자극하여 전도자의 초청에 응해 강단으로 걸어 나오고, 자리에서 일어나 손수건을 흔들고, 특정한 기도문 (영접기도)을 따라 하도록 하고는 이것을 구원 얻는 믿음과 동일시하는 결단주의적 전도를 행함으로써 큰 성공을 거두었다4).
이렇게 하여 양산된 새로운 유형의 ‘회심자’들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했다고 말하지만 삶에는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사람들)을 진정 구원 받은 사람으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체이퍼의 이론을 도입하는 것이 필수적이었고, CCC는 다음의 모식도5)를 이용해 체이퍼의 가르침을 대중화하는데 성공하였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참되고 살아있는 믿음은 그 안에 복종의 요소를 포함한다. 그 믿음의 대상이 ‘예수 그리스도 우리 주’ 또는 ‘주 예수 그리스도’이기 때문이다. 그 믿음은 필연적으로 평생에 걸친 순종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바울이 예수 그리스도를 향해 완전하고 거리낌 없는 헌신을 기대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는 이것을 ‘믿음의 순종’이라고 불렀다. 이것이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는 모시지 않으면서도 구주로는 영접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한 우리의 답변이다.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7)
Eternity에서의 논쟁과 비슷한 시기에 로이드 존스 또한 그의 로마서 강해에서 이 문제에 대해 분명한 태도를 보여줬다.
“아마 여러분은 사람들이 그리스도를 당신의 구주로 모시면서도 수 년 동안 주님으로는 모시지 않을 수도 있다고, 혹은 수년간은 그분을 당신의 주님으로 믿지는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하는 것을 종종 들어왔을 것입니다....만일 당신이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되 그가 당신의 주님이심은 알지 못한 채 믿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저는 주저하지 않고 당신의 믿음이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말할 것입니다. 그분을 구주로만 모실 수는 없습니다. 그분이 자신의 보배로운 피로 당신을 사심으로써 당신을 구원하시기 때문입니다. 이 사실을 믿는다면 당신은 그분이 당신의 주님이심을 즉각 알아야만 합니다. 바로 여기서 모든 위험한 일들이 발생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성화 없는 칭의가 가능하다고 말하는 바로 그 위험 말입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그분이 당신의 주님이 되지 않는 한 당신은 주 예수 그리스도와 관계를 맺을 수 없습니다. 물론 우리가 이 사실을 인지하는 정도는 시시각각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그분을 주님으로 모시지 않고도 구주로 모실 수 있다고 명백히 가르친다면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완전한 이단입니다.”8)
그러나 체이퍼식 구원론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가 있다는 사실을 대중이 인지하게 된 것은 거의 전적으로 존 맥아더의 공이다. 1988년에 출판된 그의 책 Gospel According to Jesus9)에 의해 미국 교계에서 소위 주재권 구원 논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맥아더의 등장 이후 많은 사람들이 미국 교회 안에 구원에 대해 서로 다른 이해를 가진 집단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현대 교회에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신학자나 설교자들을 주재권 구원에 대해 취하는 입장을 기준으로 나누어 보면 다음과 같다.
LS (Lordship salvation)파10)
존 스토트
마틴 로이드 존스
제임스 패커 (James I. Packer)
제임스 몽고메리 보이스 (James Montgomery Boice)
존 맥아더
존 파이퍼 (John Piper)
R. C. 스프룰 (Robert C. Sproul)
존 거스너 (John Gerstner)
케네스 젠트리 (Kenneth L. Gentry)
아더 핑크 (Arthur W. Pink)
마이클 호튼 (Michael S. Horton)
FG (Free grace)파11)
루이스 체이퍼 (Lewis S. Chafer)
제인 핫지스 (Zane Hodges)
드와이트 펜테코스트 (J. Dwight Pentecost)
찰스 라이리 (Charles C. Ryrie)
로버트 라이트너 (Robert Lightner)
워렌 위어스비 (Warren W. Wiersbe)
Google에서 'Lordship salvation'을 검색해 보면 즉각 알 수 있듯 미국교회의 주류는 FG파를 지지하기 때문에 FG파의 인물을 일일이 열거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Amazon.com에서 맥아더의 책에 달려있는 부정적인 서평들을 읽어보면 그들이 LS파에 대해 얼마나 큰 적대감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런 사정은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주재권 구원 논쟁에 대해 잘 알려져 있지도 않지만, 인터넷에서 접할 수 있는 글들은 대부분 LS를 행위구원론으로 폄하하는 내용이다. 주재권 구원 ‘논쟁’이라는 말을 사용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논쟁에는 항상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려 하는 측과 기존의 견해를 반박하고 새로운 이론을 주장하는 측이 있는 법이다.
주재권 구원 논쟁에서는 누가 수성을 하고 누가 공격을 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LS파가 새로운 이론을 주장한다고 생각한다. 1950년대 이후 현대 복음주의의 배경 속에서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시야를 종교개혁 이후의 교회사로 확장해 보면 양상은 전혀 달라진다. 개혁 교회가 일관되게 고수했던 구원관에 더 가까운 것은 LS파이며 FG파가 오히려 변종에 해당한다. 실제로 FG파의 수장격인 핫지스는 LS파를 ‘현대판 청교도주의’라고 지칭하며 그들이 이미 사장되어버린 과거 개혁주의 교리를 현대에 다시 살려내려 한다고 말하였다12). LS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글을 읽어보면 대부분 이런 역사적인 배경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며, LS파와 FG파가 실제로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어지는 글에서 주재권 구원 논쟁의 핵심 쟁점들을 본격적으로 살펴봄으로써 이 사실을 보다 분명히 보여주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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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Princeton Theological Review 1919;17:322-7. 이 글의 전문은 http://www.thebluebanner.com/pdf/ bluebanner11-3.pdf 에서 읽을 수 있다.
3) 19세기 말 영국에서 케직(Keswick) 사경회를 통해 대중화된 운동으로서 신자는 회심 이후 ‘두 번째 복 (the second blessing)’, ‘성령충만’을 통해 완전성화에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함.
4) 빌리 그래엄 전도집회에 대한 이안 머리의 묘사. Iain Murray, The invitation system (The Banner of Truth Trust, 1967) pp11-16.
5) http://www.ccci.org/training-and-growth/classics/the-spirit-filled-life/index.htm6) Eternity Magazine, 1959;10:14, 16, 48 & 15, 17-8, 36-7. 아쉽게도 이 글의 전문은 인터넷 상에서 찾지 못하였다.
7) John Stott, The message of Romans (IVP, 1994), pp52-53.
8) D. M. Lloyd-Jones, Romans: Exposition of chapter 1. The Gospel of God (The Banner of Truth, 1985), p134. (설교가 행해진 시기는 1955년)
9) 우리나라에서는 이 책의 개정증보판이 참된 무릎 꿇음-예수가 목숨 걸고 전한 복음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10) Dennis Rokser, Examining the Lordship Salvation: Part 2, Grace Family Journal 2007:3, http://www.duluthbible.org/246451.ihtml 에서 인용. 원글의 저자는 FG파. 이 명단을 보면 부흥과 개혁사가 주재권 구원 논쟁에 얼마나 깊이 관여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11) Gentry KL, Lord of the Saved (P&R Publishing, 1992), p5.
12) Hodges, Absolutely Free ! (Zondervan, 1989), p33, pp219-220 note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