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사 전체를 놓고 보면 전쟁은 가장 거대한 집단 사망 원인 가운데 하나입니다.
다만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사고나 질병과 규모가 너무 달라 감각이 잘 따라가지 못합니다.
- World War I : 군인·민간인 포함 약 1,500만~2,000만 명 사망
- World War II : 약 6,000만~8,500만 명 사망
- 태평천국의 난(Taiping Rebellion) : 약 2,000만~3,000만 명 사망
- Mongol Conquests : 수천만 명 사망 추정
특히 제2차 세계대전은 규모가 상상을 초월합니다.
570만 명의 소련군 포로라는 숫자만 해도 현재 대한민국 인구의 10%가 넘습니다.
그중 300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는 것은 사실상 한 국가 규모의 인구가 사라진 것입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점은, 제2차 세계대전의 희생자 대부분이 군인이 아니라 민간인이었다는 것입니다. 전선의 전투. 폭격. 학살. 기아. 강제노동. 질병
등이 모두가 한꺼번에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역사학자 John Keegan 은 현대 총력전을 “군대와 군대의 전쟁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전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인류학자들과 역사학자들 사이에서 오히려 이런 주장도 있다는 것입니다. “현대인은 전쟁의 공포를 잊고 산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뉴스로 전쟁을 접하지만, 과거 사람들은 실제로 마을이 불타고, 가족이 죽고, 기근이 오고, 난민이 되는 경험을 했기 때문입니다.
“문명”의 관점에서 보면, 전쟁은 단순한 군사 사건이 아니라 수십 년 동안 축적된 경제·정치·문화·가치체계의 붕괴가 한순간에 폭발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300만 명, 400만 명이라는 숫자는 통계표에선 한 줄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사람에게 부모가 있었고, 자식이 있었고, 삶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숫자가 커질수록 오히려 인간은 그 규모를 실감하지 못하게 되는 역설이 있습니다. 역사학자들은 이를 “통계적 무감각(statistical numbing)“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